라오스 기차역은 공항처럼 여권과 짐 검사를 한다. 줄이 길다는 후기를 봐서 왓 씨앙통에서 나와 점심도 먹지 않고 바로 인드라이브를 불러 기차 출발시간 1시간 반 전에 비엔티안 역에 도착했다. 예상처럼 입구에서 시작한 줄이 밖으로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역무원에게 여권과 기차표를 보여주면 빠르게 훑어보기만 했다. 짐도 금방 나와서 생각보다 신속하게 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1시간 넘게 시간이 뜬 우리는 역 안에 있는 맛없는 핫도그와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고 황량한 로비에 멍청히 앉아 기차가 오길 기다렸다.
기차가 도착할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슬금슬금 게이트 앞으로 줄을 섰다. 우리도 그때 빠르게 줄을 섰어야 했는데, 느지막이 화장실을 갔다. 이렇게 큰 역에도 화장실에는 휴지도 없었다. 다행히 우리는 미리 티슈를 챙겨갔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을 면했다. 라오스 여행 전 여행용 티슈는 한 두 개씩 챙기는 것이 좋다. 화장실을 갔다 오니 우리는 거의 맨 마지막 줄에 서서 입장을 했다. 아뿔싸. 기차칸과 칸 사이에 있는 작은 트렁크 보관대가 다 차 있었서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좌석 위 짐칸에 올려야 했다. 20인치짜리 감자씨의 캐리어를 먼저 손쉽게 올리고, 24인치짜리 내 캐리어를 감자씨와 힘을 합쳐 낑낑거리며 이고 지고 용을 써서 올렸다. 그리고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기필코 1번으로 입장하리라 다짐하며 자리에 앉았다.
LCR 기차는 중국 자본으로 만든 고속열차여서 시설도 쾌적하고 KTX만큼은 아니지만 속도도 충분히 빨랐다. 기도를 하여 얻어낸 기차표는 예매할 때는 좌석을 선택할 수 없어서 잘 몰랐는데, 좌석을 찾아보니 창가 자리여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오히려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아 음악에 맞춰 풍경을 음미할 수 있었다. 평화롭게 음악을 들으며 빠르게 지나가는 라오스의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유유자적 즐기려 했지만, 그 여유는 오래가지 않았다. 방비엥을 향할 때쯤 점점 음악이 끊기기 시작했다. 비엔티안과 루앙프라방 사이는 네트워크가 약한지 인터넷이 터지지 않았다. 미리 다운로드해 놓은 음악이나 영상이 없어서 답답했다. 그래서 다운로드된 이북을 읽으며 루앙프라방에 도착하길 기다렸다. LCR 기차를 탈 예정이라면 음악이나 영상 다운로드는 필수이다.
루앙프라방역에 다와가서 캐리어를 내리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으니 근처에 앉아있던 친절한 현지인이 캐리어를 번쩍 들어 내려줬다. 라오스에 와서 느낀 것인데, 라오스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체구가 작고 말랐지만 힘이 정말 세다. 생활 근육이 많은 건가? 힘과 매너에 감탄하며 감사인사를 하고 루앙프라방역에 내렸다.
기차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꽤 멀었다. 인드라이브를 부르면 가격이 꽤 나오기 때문에 우리는 합승밴을 선택했다. 역에서 나오니 합승밴 신청부스가 늘어서 있었다. 표를 사고 우리 숙소를 얘기한 후 밴에 올라탔다. 잠시 후 여러 국적의 외국인과 짐을 잔뜩 태우고 출발한 밴은 우리를 숙소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마이 드림 부티크' 리조트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웰컴티로 히브스커스 차와 망고를 줬다. 숙소는 내부가 생각보다 좁았지만 깔끔하고 산책로도 있어 마음에 들었다. 룸에는 웰컴푸드로 몽키바나나와 리치가 있었다. 짐을 풀고 숙소를 나섰다. 루앙프라방에서는 인드라이브가 잘 안 잡혀 고민하다가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건설했다는 올드브리지를 건넜다. 군데군데 녹이 슨 철제로 된 좁은 도보길은 공포 그 자체였다. 손잡이를 꽉 부여잡으며 의지해서 한 걸음씩 걸어 겨우 다리를 건너 올드타운으로 갈 수 있었다.
몽족 야시장에 들어서자 입구에서부터 코끼리 바지와 셔츠에 마음을 뺏겼다. 나에게 몽족은 산속에 은거하며 세속과 단절되어 있으며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어 식생활에 어려움을 겪자 공예를 통해 밥벌이를 하게 된 소수민족으로 뇌리에 남아있었다. 바지와 셔츠의 가격을 묻자 얘기한 가격이 환율계산기로 돌려봤을 때 한국돈으로 말도 안 되게 저렴하길래 "싸다 싸, 태국보다 싸다!"를 외치며 기쁜 마음에 두 개를 다 덥석 구입했다. 옆에서 감자씨가 호9를 부르짖으며 답답함을 표출하며 격분하다가 불타는 포테이토가 되어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뭔가 잘못 됐음을 직감했다. 몽족 야시장도 부른 게 값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논리처럼 입구가 가장 비싼 법이다. 그때부터 감자씨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며 가격을 묻고 난 후에는 뒤편에 서서 감자씨의 리드 하에 쇼핑을 이어갔다. 감자씨의 쇼핑 레시피는 이렇다. 먼저 상인이 부른 값에서 반값을 부른다. 당연히 반값으로는 줄리가 없다. 오며 가며 핑퐁으로 가격 흥정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은 라스트 프라이스를 부른다. 오케이를 외치고 자리를 뜨고 그다음 상인에게 똑같이 반복한다. 라스트 프라이스가 가장 저렴하면 그때 사는 것이다.
입구에서 사버린 코끼리 바지와 셔츠도 아마 제대로 샀다면 지불한 값(a.k.a. 호갱 비용)의 절반도 안 주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사버린 것은 어쩔 수 없고 상인들과 팽팽하게 핑퐁을 하며 야시장으로 돌아다니며 코끼리 키링, 비어라오 티셔츠를 샀다. 처음에 흥정을 할지도 모르고 호갱님이 되었는데, 감자씨가 도와줘서 효율적인 쇼핑을 할 수 있었다. 야시장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보니 지쳐서 푸드트럭에서 로띠와 비어라오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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