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스페인어를 배우다 스페인에 갑니다

Hola: 말이 길이 되고, 길이 말이 되다

by viajera 비아헤라

수잔 손택은 이렇게 말했다.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그건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 수잔 손택처럼 독서는 내게 여흥이고 휴식이자 내 작은 자살이었다. 다만 마음이 도무지 복잡하여 책, 그 안에 든 이야기를 견딜 수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책을 잠시 내려놓고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스페인어 또한 내게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우주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스페인어를 배운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스페인어 배우는 거면 영어도 잘하겠네?” 영어를 마스터하고 배우기 좋은 제2외국어로 심화하거니 하는 생각인 거다. 그럴 땐 늘 이렇게 답한다. “영어는 억지로 해야 해서 싫어했어요, 그런데 스페인어는 재밌어요.” 내 여행기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영어를 그다지 잘하지 못한다.


스페인어를 배우는 이유는 단지 재밌어서가 아니다. 주요 과목이니 억지로 해야만 했던 영어와는 달리 스페인어는 내가 선택해서 배우게 된 언어이다. 언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도 학업, 직업 등의 이유로 공부를 해야만 했던 적만 있었지 내가 원해서 선택한 공부는 스페인어가 처음이었다. 자기 주체적인 성향을 가진 나에겐 그런 매력이 동기를 주어 나를 책상 앞으로 이끌었고, 영어도 못하던 내가 다른 언어를 하는 모습이 자기 효능감을 주었다. 그리고 언어를 배우다 보면 그 국가와 문화를 자연스레 접하게 된다. 스페인어를 배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스페인어권 어딘가로 훌쩍 떠나 있다.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우연히 인포그래픽으로 된 어린이책을 훑어보게 됐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의 인포그래픽 파트에서 페이지를 멈추게 되었다. 앞장에 인구 인포그래픽을 봤어서 1위는 당연히 중국어겠지 싶었지만, 2위는 어떤 언어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계 공용어라고 여겨지는 영어가 두 번째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웬걸. 3위가 영어, 2위는 바로 스페인어였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이유가 뭔지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스페인뿐만이 아니라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스페인어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해서 인터넷 강의로 입문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그럼 내가 스페인어를 잘하냐고? 천만에. 영어처럼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목적이 있는 것도, 자격증을 따야 한다거나 꼭 필요해서 잘해야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저 취미로 즐길 뿐이다. 그래서 아직도 실력은 기초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스페인어를 할 때 나는 행복하다. 아니 Estudio español para vivir felizmente.(나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스페인어를 공부한다.)


우연히 스페인 항공 특가가 찾아왔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냅다 스페인행 비행기에 탑승하게 됐다. Voy a España aprendiendo español(스페인어를 배우다 스페인에 갑니다.) 이번 여행도 역시 필름 카메라 한 대, 초보 수준의 스페인어(종종 포르투갈어) 실력이지만 이십 여 가지의 단어를 가지고 이베리아 여행 이야기를 풀어내보려 한다.




“Hola”는 스페인어로 “안녕”이라는 뜻이다. 프롤로그는 인사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Hola, español

안녕, 스페인어


Hola, España

안녕, 스페인


Hola, lector

안녕, 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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