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앞뒤가 똑같은

¡Buenos días! : 마드리드 인

by viajera 비아헤라

스페인어에서 Hola(올라) 다음으로 많이 쓰는 인사 중 하나는 ¡Buenos días!(부에노스 디아스)이다. 아침 인사로 영어로는 'Good morning!', 우리말로는 '좋은 아침!'과 같은 뜻이다. 그런데 이 문장을 보다 보면 어쩐지 낯설고 눈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Buenos días!


우리가 사용하는 느낌표는 '굿모닝!'처럼 문장 뒤에 붙은 "!"이다. 이질적인 부분은 '¡Buenos días!' 문장 뒤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 외에도 문장 앞에 역느낌표 " ¡"가 있는 것이다. 스페인어는 마치 "큰따옴표"로 문장을 열고 시작하면 반대 모양의 큰따옴표로 닫아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의문문과 감탄문을 사용할 때 반드시 역느낌표와 역물음표로 시작하고 느낌표와 물음표로 문장을 마무리한다.


¿Hola?

¡Buenos días!


한번 빠지면 중독성 깊은 한 대리운전 업체 CF의 CM송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에서 따오자면, 앞뒤가 똑같은 문장구조처럼 이번 나의 이베리아 여행도 앞뒤가 똑같은 수미상관의 구조를 가졌다. 여행의 시작도 마드리드, 여행의 끝도 마드리드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14시간의 길고 지루한 비행 끝에 드디어 우리는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해 역느낌표를 찍듯 이베리아 반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가니 동트기 전 새벽이라 아직 사위가 어스름했다. 시내로 가는 204번 버스를 타고 캐리어를 짐칸에 넣었다. 버스가 달릴수록 창밖의 풍경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수줍은 듯 구름을 가르며 슬며시 떠오르는 해가 마치 나에게 ¡Buenos días!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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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차 기차역에서 내려 뒤쪽 내리막길을 걸어내려가니 자전거렌탈샵을 겸한 짐보관소가 있었다. 신청서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드리니 신청서를 받아든 사장님이 킴! 이라고 외쳤다. (이걸 스페인어로 쓰려면¡Kim!이려나) 그래서 "예스, 아임 킴!"이라고 하니, 별안간 사장님이 고개를 푹 숙이더니 입고 있는 후드 안쪽을 뒤적거렸다. 뭐지하고 의아했는데 사장님은 잠시 후 택을 펼쳐 보여줬다. 거기엔 다름 아닌 KIM이라고 적혀있었다. 그제야 웃으며 "오, 유 어 킴 투?"라고 물으니 사장님은 "예스 아임 킴!"이라고 했다. 친절하고 유쾌한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짐을 맡기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001번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런데 구글맵에서 알려주는 정류장 앞 도로는 교통이 통제되어 있고, 사람들이 도로 위를 지나다니고 있었다. 결국 버스 타는 걸 포기하고 멀지 않기도 해서 마드리드 거리를 구경하며 걸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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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에 도착해서 정문으로 가니 직원분이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안내해 줘서 따라가 보니 매표소가 있었다. 입장권을 사서 내부로 들어가니 세계 3대 미술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미로같은 전시실이 끝없이 펼쳐졌다. 리플릿 하나를 집어 들고 눈길 닿는 곳으로 먼저 들어가서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어폰이 없어서 오디오가이드도 듣지 않으니 누가 그렸는지, 어떤 작품인지도 모른 채 말 그대로 눈으로 마음으로 감상만 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인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뒤러의 '자화상', 루벤스의 '세 여신'을 직접 실물로 보니 신기했다. 몇몇 작품은 낯이 익다 했더니 예전에 읽은 '난처한 미술 이야기 시리즈'' 책에서 본 적이 있는 그림이라 괜스레 더 눈이 가고 반가웠다. 기차시간 때문에 둘러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드는 아쉬움을 기념품샵 쇼핑으로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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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나오니 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이들이 있어 잠시 구경을 하다 발걸음을 다시 옮겼는데, 이번에는 처음 보는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악사가 있었다. 소리 또한 처음 들어보는 음색이었는데, 청량한 버전의 베이스 기타 같아 홀린 듯이 잠시 서서 감상을 했다. 또 조금 더 걷다 보니 아까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도로에서 뭔가 시끌시끌한 음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있었다. 무슨 일이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추고 있었다. 데이트를 하던 커플들도, 거리를 지나가던 행인들도 흥에 못 이겨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맨 채로 춤판에 끼어들었다. 여행객 중 어떤이는 커다란 배낭을 거리에 벗어두고 리듬에 몸을 맡기고, 어떤이는 그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도 인도에 서서 구경을 하다 흥겨움이 올라와 선 자리에서 춤 선생님의 스텝을 따라 해보았다. 그리곤 서로의 춤사위를 보며 깔깔 웃었다. 마드리드는 잠시 머물렀지만 얇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의 따사로운 햇빛처럼 너무나 평화롭고 흥겨운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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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os días, mi Madrid!


좋은 아침이야, 나의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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