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 광활한 대국, 그란데 말입니다

Grande :상하이 레이오버 스토리

by viajera 비아헤라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어 친숙해진 유럽어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스타벅스에서 만날 수 있는 Grande(그란데)이다. 스타벅스 음료 사이즈로 알려진 Grande는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에서 ‘큰’, ‘커다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여행은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상하이를 경유하는 일정이다.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버스 안에서 백예린의 ‘물고기’, 아이유의 ‘strawberry moon’을 헤드폰으로 들으며 여행길에 막 오른 설렘을 만끽했다. 공항 가는 길은 언제나 가장 설레는 순간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절차를 마치고 항공기에 탑승했다. 비상구 자리라 좌석 간격은 여유가 있어 좋았지만, 승무원이 바닥에 아무것도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간신히 배낭을 짐칸에 올렸다. 중국 항공기는 처음 타보는데 평이 좋지 않아 약간의 우려가 있었는데, 이륙 후 기체가 안정고도로 올라간 후 조금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비행도 서비스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기내식은 물과 함께 간단한 간식이 나와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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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에서 상하이까지는 생각보다 비행시간이 짧아 금세 착륙을 했다. 상하이 푸동 공항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사람들이 우르르 가는 곳을 따라갔다. 전철을 타고 입국동으로 건너와 환승구역으로 갔다. 미리 찾아본 144 구역이 안 보여 승무원에게 물었더니 가장 안쪽을 가리켰다. 아마 무비자로 전환되면서 환승비자도 사라졌나 보다 싶었다. 기계로 열손가락 지문을 채취당하고 핑거프린트 종이 바우처를 얻었다. 1층 짐보관소에 배낭을 맡기고 지하철 타는 곳으로 갔다. 알리페이에 교통카드를 등록하고 2호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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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과학관에서 내려 광활한 공원을 가로질러 상하이도서관 동관으로 갔다. 건물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커서 미술관이려니 하고 입구를 지나쳤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해 보니 여기가 내가 찾는 도서관이었다. 그 규모에 압도되어 “와 이게 도서관이야?”를 연신 외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도서관이라고 한다. 입장을 하려면 예약해야 한다 한다는 정보를 보고 부랴부랴 위챗에 가입을 하려 했지만, 로밍 상태라 인증이 되지 않았다. 입구를 지키는 직원에게 가서 파파고로 “한국에서 왔는데 도서관을 구경할 수 있나요?”라고 중국어로 변환해서 보여주니, 너무나 흔쾌히 “Of course”라며 명부를 작성하고 들어갈 수 있도록 차단봉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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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 들어가 먼저 1층에 있는 어린이실로 갔더니 도떼기시장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인파로 붐볐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기간이라 쉬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나 보다 싶긴 했지만, 도서대출을 하기 위한 줄이 데스크에서부터 입구 근처까지 세 줄로 늘어선 광경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심지어 책장 사이사이 자리 잡고 책을 읽거나 고르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몇몇 구역은 지나가지 못해 구경을 포기할 정도였다. 이렇게 도서관이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보니 이곳은 도서관이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상하이 시민들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난장판이 된 서가와 수십 트럭이 쌓인 책무덤을 보며 이곳 직원은 정말 극한직업일 것 같다 싶어 아찔해졌다. 그들의 관절에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어린이자료실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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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부터는 6층까지는 일반자료가 있었는데 전층이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아무리 중국의 인구가 많기로서 이렇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 모습에 놀랐다. 의아함에 중국의 독서를 검색해 보니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독서를 권하고 독서운동을 많이 해서 책 읽는 게 일상적이라고 한다. 아마 이런 문화기반이 뒷받침되기에 조성된 독서인구일지도. 내려오는 길에 이곳의 포토스폿으로 유명한 ‘날아가는 글자들’도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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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너무 넓다 못해 광활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건물이 너무 널따랗고 층간을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는 마치 미로처럼 얽혀있어 위치를 찾기 어려웠고, 결국 한참을 헤매다 지쳐 내려왔다. 1층에 있는 기념품샵에서 마그넷을 사고 다시 광활한 공원을 가로질러 역으로 돌아와 지하철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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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역에서 내려 그랜드마더 레스토랑으로 갔다. 유명하다는 삼겹살과 시금치, 그리고 칭다오를 시켰다. 메뉴판에 순생이 없어 그냥 칭다오를 시켰는데, 주문을 끝내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순생을 먹고 있었다. 음식 맛은 기대에 미치진 않았다. 삼겹살은 너무 질기고 비계가 많았고, 시금치는 기름기가 너무 많아 젓가락으로 들 때마다 미끈한 국물이 질질 떨어졌다. 맛을 본 것에 의미를 두고 명품관이 줄지어 선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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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제법 많이 걸어가니 이미 동방명주탑이 점등되어 있었고 야경을 보러 온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 있었다. 전구색으로 빛을 내며 늘어서 있는 거대한 유럽풍 건물들이 있는 거리를 걷다 길을 건너 전망대로 올라갔다. 조심스레 인파를 헤치고 사람들이 빠질 때마다 한 걸음씩 칠흑 같은 황푸강 근처로 가보았다. 평소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병적으로 싫어하지만, 상하이의 밤하늘을 색색으로 수놓는, 빛이 노래하듯 비추는 화려한 야경은 내 눈길을 한참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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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난징역으로 돌아와 2호선을 타고 공항으로 돌아왔다. 짐보관소에서 불친절한 직원에게 짐을 찾고 출국 심사와 짐 검사를 하고 면세구역으로 들어가니, 다리도 아프고 피곤한데 공항은 또 말도 안 되게 광활했다. 무빙워크 덕분에 겨우 도착한 탑승게이트 앞에서 후발대 감자씨를 만나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기다렸다.


상하이도 처음, 중국도 처음이었다. 잠시간의 레이오버를 하며 정말 광활한 대국을 느꼈다. 스페인어로 Grande(커다란), Muy grande(매우 커다란).


상하이, 너는 정말로 그란데였다. 광활한 도시, 수많은 사람들, 커다란 경험, 그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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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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