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오늘 나는 이렇게 돈 썼다.
2020.12.6. 48,000원
나에게 엄마는 원죄이자 거울이다.
내 엄마와 아빠는 내가 생기면서 양쪽 집안에서 반대하는 (고로 축복받지 못하는) 결혼을 해야 했다.
내 엄마는 시니컬하고 가부장적이면서 경제원리와는 동 떨어진 아버지 밑에서 자라 본인이 번 돈 조차 마음대로 써보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 곁을 떠나고 싶어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듯 한) 내 아빠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물론 결혼 전 장녀인 내가 생김으로써 한 결혼이지만)
그때 내 엄마의 나이는 고작 스물하나.
그러나 내 아버지 즉 엄마의 남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생각하던 그런 경제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바람이 잔뜩 든, 남들은 호인이라 하지만 실상은 내 집을 등한시하는 반경제적인 사람이었다.
내 나이만큼의 시간 동안 엄마는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고 돈을 벌지 않은 적이 없다.
내 엄마의 삶은 집에서 인형 눈알을 붙이며 자식을 키운 게 20대의 삶이었다. 주야간 교대 공장을 다니면서 가기 싫은 마음에 눈물을 흘린 게 30대부터 50대까지의 삶이었고 50대부터 60대까지의 삶은 도둑이라는 의심과 오명에 경찰서에서 거짓말탐지기까지 해 봐야 했던 삶이다.
그런 경제력 하에서 그래도 대학도 나오고 공부도 할 수 있었던 건 엄마의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생기지 않았다면 (혹은 날 선택하지 않았다면)
내 엄마도 내 아빠도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났을 것이고 그랬다면 미치도록 싸우지도 서로를 미워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완치란 없는 마음의 병도 얻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원죄이자 엄마의 거울인 것이다.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던 옷 하나에, 운동할 때 입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서 고작 48,000원짜리 운동복 하나를 대신 결제해 줌으로써 나는 원죄를 조금이나마 씻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