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어 하나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다'이다.
'그림을 그리다'라 할 때 흔히 쓰는데,
'(과거나 미래의 일, 그 모습 따위를) 상상하거나 회상하다'는 의미도 있다는 걸 알았다.
추위가 매서운 겨울 한복판을 지나며 봄을 기다리는 지금의 심정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겨우내 꽃을 보지 못했으니 성급하게 봄을 기다리게 된다.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때로 양지바른 언덕이나 무덤가를 헤매거나 아직 잔설이 쌓여 꽃이 있을 리 없는 들이나 산으로 간다.
꽃을 만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스마트폰에 저장된 파일을 열어 꽃 사진을 본다.
사진 속의 꽃을 보면서, 지난봄에 찾아갔던 계곡이나 산등성이도 생각나고, 그곳에서 보았던 여러 바람꽃이나 제비꽃도 아른거리고, 얼레지, 복수초 꽃잎이 햇살을 받아 피어나는 광경도 떠오른다.
겨우내 봄을 기다렸을 벌과 나비가 가까이 날던, 귀한 꽃을 만나 도무지 가라앉지 않아 들뜬 두근거림도 있었던, 지난봄을 회상하게 된다.
이렇게 지난봄을 돌이켜 생각하다 보면 잠잠해질 듯하던 그리움이 오히려 커가고, 꽃과 나비 그리고 햇살과 바람으로 소란스러울 봄의 숲 속을 상상하게 된다.
꽃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봄을 그리고 있겠지. 풀들은 여전히 찬 기운이 넘치는 땅속에서 뿌리만으로도 봄을 추억할 테고, 어떤 나무는 솜털이나 비늘조각 모자를 쓴 겨울눈 속에서 소란스러울 봄을 기다릴 테다.
오늘은 꽃과 함께할 봄을 그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