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걸이 시작은 우연이었고 미약했다. 새로운 도시로 이사와 가입한 산악회에서 만난 분에게서 시작되었다. 산행을 마치고 맞은편에 노부부와 함께 앉아 저녁을 먹으며 나눈 대화가 자극이었다.
나 : 몸이 참 좋아 보입니다.
할머니 : (할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가 먼저 나서서) 이 양반이 헬스장에 다녀요. 젊은이들보다 훨씬 잘해요. 턱걸이도 20개씩이나 해요.
할아버지는 멋쩍어했고, 그분의 위팔을 잡으니 힘을 주긴 했어도 이두와 삼두근이 돌처럼 단단하고 컸다. 산행 내내 앞쪽에서 걸었고 걸음새도 바르고 꼿꼿했던 모습이 또렷이 떠올랐고 그제야 이해되었다.
아파트단지 헬스장에 가서 철봉에 매달렸다. 철봉에 매달려 몸을 공중에 띄우기는 했으나 팔을 구부려 몸을 들어 올리기는 어려웠다. 한 개도 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많은 사람이 턱걸이에 도전하고 있었고 저마다 방법을 소개하고 있었다.
팔굽혀펴기와 매달리기를 함께 하면서 먼저 팔 힘을 길렀다. 일찍 출근하여 사무실 근처 철봉에서 매달렸고 퇴근 후에는 아파트 헬스장에서 힘을 쏟았다. 한 개 성공하기까지 2달 남짓 걸렸다. 그 후로 5개까지 늘어가는 속도는 빨라졌고 가슴과 위팔의 근육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즐거웠다. 가끔 느껴지는 이런 작은 변화는 동기부여가 되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변화는 더디게 나타났다.
개수에 대한 욕심과 노력과는 달리 정체기도 찾아왔다. 정체기를 이겨내자는 생각보다 균형 있는 운동을 하고자 했다. 턱걸이 개수보다 건강을 위해 매년 줄어드는 근육량을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딥스와 스쿼트를 더했고 계단 이용하기,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기와 같은 생활 속 운동도 했다.
몸 전체적으로 근력이 생기면서 턱걸이 개수도 서서히 늘어났고 3년이 지나자 10개가 가능했다. 10개 달성 기념으로 턱걸이 영상을 찍어보았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과 비교를 해보니 개수만 채웠지 자세 교정이 필요했다. 자세를 바르게 하니 개수가 줄어들었으나 무리하지 않았다. 무리는 피로를 가져오고 부상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10개를 넘고 2년이 더 지난 지금은 15개까지도 가능하다. 10개까지는 흐트러짐 없는 정자세로, 12개까지는 흐트러진 정자세로 하며 나머지 3개는 기운을 몰아 쓰느라 어깨가 조금 말리면서 하게 된다. 턱걸이 시작하고 5년 동안 때로 게으름도 피우고 잠시 쉬어갔어도 멈추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팔과 가슴도 두꺼워지고 광배근이 발달하여 어깨도 벌어져 보이자 몸에 대한 민망함이 엷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껏 살쪄본 적 없는 마른 체형이라 옷 벗기를 꺼렸는데, 친구들이 야유회에 가서 벗은 몸을 보고 역삼각형에 의외로 탄탄하다며 놀라워했다. 민망함이 당당함으로 바뀌었다.
애초에 목표로 세웠던 20개에 이르지 못할 수도 무리일 수도 있다. 우람한 근육을 갖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한결같이 이어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