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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Sep 19. 2019

중국에 전기차가 빨리 느는 이유

중국 통치 구조의 장점

이번에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교환 학생 이후 2년 만이었는데 달라진 점이 많았다. 새로 올라가는 마천루, 허물어지는 오래된 아파트들, 얼굴 인식 결제, QR코드로 교통비 결제 등.. 그런데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전기 자동차의 보급이었다. 2년 전보다 전기 자동차의 수가 훨씬 늘었다. 차종 또한 굉장히 다양했는데 다수가 중국 브랜드였던 걸로 기억한다.


부자들만 타는 것 아니냐? 그렇지도 않다. 이번 여행에선 시 중심뿐만 아니라 일반 주거 지역도 많이 돌아다녔는데 전기차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2년 동안 전기차가 이렇게 늘다니 신기했다. 그동안 전기차의 증가가 크게 체감되지 않았던 우리나라와 비교하니 더욱더 그랬다.


그래서 중국 친구에게 그 사이 중국에 전기차가 왜 이렇게 늘었냐고 물어봤는데 재밌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전기차가 번호판을 더 빨리 받을 수 있어서


중국 정부는 대도시 사람들이 제한 없이 차를 끌고 다니면 교통 지옥은 물론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차량의 번호판을 제한적으로 발급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중국에선 면허를 따고 차를 사더라도 번호판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도시마다 연간 번호판 교부량을 제한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번호판을 나눠준다. 베이징, 광저우와 같은 경우 추첨식으로 자동차 번호판을 교부하고 상하이에서는 경매 방식을 도입했다고 한다. 연간 교부량이 적은 경우 당첨 확률이 거의 로또 확률에 비견될 정도니 받는 게 참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친환경 자동차, 즉 전기 자동차는 번호판을 받는 게 쉽다. 특히 광저우는 전기 자동차일 경우 번호판을 곧바로 준다고 한다. 이런 혜택은 자동차 구매자가 전기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만들기 충분해 보인다.

중국 전기 자동차 번호판

하지만 번호판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순 없다. 전기차는 보통 충전 관련 이슈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문제도 중국 대도시에선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다.


2년 전에 왔을 때도 중국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었다. 시 중심뿐만 아니라 외곽의 주차장에도 전기차 충전기가 많았다. 그 뒤로 2년이 지났으니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더 확대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불편함에 전기차 구매가 크게 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이전부터 어느 정도 인프라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특정 정책(번호판 교부 관련)에 따라 빠르게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은 어쩜 이리도 빨리 기술을 도입할까?


전기차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중국은 새로운 기술을 참 빠르게 도입하고 보급하는구나라 생각했다. 전기차 외에 얼굴 인식, 모바일 결제 등도 떠올려볼 수 있다. 특히 모바일 페이가 나올 당시 다른 나라에선 개념으로만 떠들고 있었던 것들을 중국 사람들은 이미 일상 속에서 접하고 있었다.


중국은 어떻게 신기술을 이리도 빠르게 도입하고 보급할 수 있을까?


강한 공권력에 바탕한 실행력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더 근원적인 비결은 지도층의 기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 중국의 지도층은 모바일 페이, 전기차 등 신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굉장히 크게 공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그렇다면 중국 지도층의 신기술에 대한 공감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가?


바로 중국의 통치 구조다.


시진핑과 같은 중국의 엘리트 지도층들은 아래부터 하나하나 단계를 밟으며 높은 자리로 올라온 사람들이다. 중국 공산당의 피라미드 구조를 한번 간단히 살펴보자.

아래부터 하나씩 밟아오는 것

최고 엘리트 대부분이 위 피라미드의 아래부터 최상위까지 단계를 밟으며 올라왔을 것이다. 그리고 상기 구조에서 핵심적인 것은 바로 위로 올라갈수록 인원이 급속도로 적어진다는 점이다.


마치 깔때기에서 필터링이 되는 것처럼 올라갈수록 점차 소수만 남게 되는데 이 점 때문에 향후 누가 차기 지도자(총서기)가 될지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심지어 차기 지도자가 대내적으로 이미 내정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차기 지도자가 누가 될지 예측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일뿐더러 틀릴 때도 있다. 누군가가 아예 차기 지도자로 내정되는 중국의 방식과는 천지 차이다.


그렇다면 차기 지도자가 내정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독재와 같은 부정적인 느낌이 주로 떠오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차기 지도자가 미리 정해지는 제도엔 분명한 장점이 있으니 바로 지도자 교육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중국은 치열하게 후계자 교육을 한다. 마치 왕세자를 교육시키듯 향후 높은 자리에 서게 될 인재들을 엄청나게 교육시킨다. 공산당에서 지도자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만든 학교, 당교(黨校)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상위 엘리트들을 위해선 아예 특급 과외까지 진행한다. 엘리트들은 저명한 학자들에게 과학/기술, 인문 등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받고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벌인다.


만약 학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위로 올라갈 수 없다. 그래서 중국엔 이런 말이 돌기도 한다.


중국의 엘리트들은 부패할 순 있어도 무능력하지는 않다


피라미드의 아래 부분부터 올라오며 갈고닦은 지도자로서의 능력은 물론 치열한 교육을 통해 얻어낸 시야. 이것이 바로 중국의 엘리트들이 차세대 기술에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들은 실제 필드에서 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해왔다.


우리나라는 독재라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해서인지 중국의 통치 체제 하면 무조건 나쁜 것이라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사실 현명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중국의 통치 제도에도 '지도자를 치열하게 교육시킨다'라는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회는 더 빨리 변화할 것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지도자들이 더 깊고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과연 그에 걸맞게 성장을 하고 있을까?


중국만큼 체계적인 지도자 교육 시스템이 없는 우리나라에선 지도자가 스스로 알아서 치열히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여러 상황을 보면 지도자들의 학습에 회의감을 품게 된다.


zdnet korea

이전 포스트에서 중국의 부능(赋能) 덕목에 대해 다룰 때 적었던 말이 있다.


리더는 자신이 이끄는 집단의 평균 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지도부는 대한민국이라는 집단의 평균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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