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을 가진 기획자가 되자
"기획은 누가 해야 된다고 생각해?"
"기획자 아닐까요?"
"아냐. 기획 제일 잘하는 사람이 하는 거야."
최근 하늘 같은 기획자 선배님과 나눈 대화다. 기획자가 곧 기획 제일 잘하는 사람 아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는 아닌 듯싶다. 기획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디자이너 혹은 개발자가 될 수도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가진 기술적 바탕은 기획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디자이너, 개발자가 기획까지 해버리면 이제 기획자는 뭐한담?
물론 그들이 기획의 모든 부분을 넘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기획자의 영역이 애매해지는 부분이 분명 생길 것이다. 그래서 최근엔 기획자로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번 크리에이터스 데이 2019에서 브런치 기획자님들의 얘기를 들으며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
전공을 가진 기획자가 되자!
브런치 기획자님들은 브런치에 이런저런 기능을 덕지덕지 추가하지 않고 딱 작가들에게 필요한 것들만 담아냈다. 만약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니 그분들은 글쓰기 관련 내공이 깊은 분들이었다.
또 크리에이터스 데이에선 브런치의 향후 방향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는데 사용자로서 설렜다. 내가 브런치를 쓰면서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기능들이 지원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설명을 들으며 기획자가 자신이 잘 아는 분야와 관련해 기획을 하면 정말 좋은 서비스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어느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반성하게 됐다. 요사이 내겐 소위 덕질하는 분야가 없었다. 예전엔 중국에 관심을 갖고 리서치를 해서 관련된 글을 쓰기는 했으나 바빠진 후론 뜸해졌다. 최근엔 파고드는 분야가 따로 없는 무색무취의 기획자가 된 듯하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앞으로 기획자로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회사에서 기획자란 타이틀을 달고 있어 어떻게든 기획 관련 업무를 받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근 미래의 난 서비스 운영이나 영업만 할 수도 있다. 운영하고 영업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들만 하는 건 싫다.
그래서 결론은 브런치 기획자분들처럼 되자다. 그분들처럼 나도 전공을 가진 기획자가 되어야겠다. 그래서 주위에서 내가 전공한 분야의 서비스를 만들 때 바로 내가 떠오르도록 하고 싶다. 그래야만 기획자의 포지션이 끊임없이 애매모호해져 가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전공을 가져야 할까? 일단 욕심일 수도 있지만 복수전공을 하고 싶다. 하나는 전도유망한 것 나머지 하나는 내 이상과 연결된 것으로. 각각에 해당하는 전공을 떠올려보면 핀테크와 글쓰기다.
먼저 핀테크는 기획자로서 전도유망한 전공이다. 분야 자체가 핫할 뿐만 아니라 비교적 전문성이 있는 분야라 기획자의 롤이 크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물론 이는 나 또한 핀테크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핀테크 선진국 중국에서의 경험을 믿고 어떻게든 비벼볼 생각이다. 생존을 위해..
다음으로 글쓰기는 그냥 내가 좋아해서 전공하기로 했다. 예전처럼 글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어쨌든 글쓰기 자체는 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쓰지 않을 때에도 글쓰기 관련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코딩도 글쓰기의 일환이라 생각하고 영역을 확장해서 보려 한다. 언젠가는 멋진 글쓰기 관련 서비스를 꼭 만들고 싶다.
지금은 전공을 어렴풋이 정한 느낌이라 이후 어떻게 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전공하는 분야 관련해서 공부하고 글을 쓸 것 같은데 시간적/심적 여유가 될지 모르겠다. 취직하고 나니 일하면서도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 이맘때쯤의 내가 이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그때의 내가 방향을 잡아 잘 살아가고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혼돈의 카오스를 헤매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으나 성장은 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앞으론 글을 조금 더 부지런히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