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카르

초신성 12편

by JunWoo Lee

“제 이름은 세카르라고 해요.”

세카르는 브리와 노바의 중간에 앉아 있었다. 세카르의 눈은 부어 있었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있죠?”

브리가 물었다.

“네. 드론이 말해 줬어요.”

세카르는 담담했다. 기운이 없어 보여 선뜻 뭔가를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브리는 노바의 반응도 살폈다. 노바도 세카르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세카르에게 질문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심문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브리에게 있었다. 브리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뗐다.

“그러면.. 깨어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나요?”

브리는 차마 눈은 마주치지 못하고 책상 위의 엉뚱한 곳을 쳐다보고 물었다.

“오늘 아침 낯선 집에서 눈을 떴어요. 집에 아무도 없어서 밖으로 나갔는데 아파트 복도에 찬드라가 있어서..”

“찬드라요?”

브리가 물었다.

“제 애인이에요. 그런데 절 기억 못 하는지 제가 안기려고 하니까 밀쳐 냈어요. 지금도 그때 절 쳐다봤던 눈빛을 생각하면.. 그건 절 두려워하는 눈빛이었어요.”

세카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의 기억을 잊어 보려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브리는 그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누군가가 실제로 우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는 어찌할 줄 모르고 넋 놓고 세카르를 쳐다봤다.

세카르의 눈가에 망울진 눈물이 하나씩 뚝뚝 떨어졌다. 브리는 급한 마음에 노바를 쳐다봤다. 조금만 더 있으면 세카르가 아예 소리 내어 통곡할 것 같았다. 노바는 입술을 문 채로 세카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바의 눈망울에 세카르의 감정이 그대로 맺혀 있는 것 같았다. 노바는 두 손을 내밀어 세카르의 손을 포개 주었다. 따뜻해 보였다. 브리는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노바의 손에 조금 안정이 되었는지 세카르의 가빴던 숨이 점차 느려졌다. 브리는 저 포개진 손의 온도가 궁금해 책상 아래로 자신의 양손을 맞잡아 보았다. 무미건조했다. 노바와 손을 맞대는 상상을 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예전 기억을 잃어서 그래요. 기억을 되찾으면 분명 다시 돌아올 거예요.”

노바가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세카르의 손등을 자신의 엄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브리는 노바와 세카르의 얼굴 그리고 그들의 포개진 손을 번갈아 쳐다봤다.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건가요? 검은 막대라는 걸 쓰면..”

세카르가 물었다.

“물론이죠. 세카르씨도 검은 막대를 써서 예전의 기억을 되찾은 거예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찬드라씨도 그걸 쓸 마음을 갖게 될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세카르는 노바의 손을 맞잡았다.

“정말 그럴 수 있겠죠?”

세카르가 노바를 바라보고 물었다.

“그럼요. 절 믿으셔도 돼요.”

노바의 말은 사람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는 듯했다. 세카르는 훌쩍거리기는 했지만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노바는 세카르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브리도 따라서 그렇게 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된 거군요. 제가 살던 나라가..”

세카르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세카르씨의 얘기를 들려줄 수 있나요? 사람들한테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노바가 말했다.

“제 얘기요?”

“네. 세카르씨가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에서 살게 된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나요?”

어느새 세카르는 노바와 눈을 마주보며 얘기하고 있었다. 브리는 자신만 유독 그 자리에서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흥미로운 얘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힘이 빠지면 빠졌지..”

“그래도 좋아요. 과거를 아는 건 때론 아프지만 많은 걸 깨닫게 해 주니까요.”

노바가 브리를 바라보고 말했다. 브리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인민을 이끄는 새로운 별, 신성(新星). 이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어요.”

세카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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