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어야 보배.

by JunWoo Lee

교환 학생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엔 현실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집 아래 스타벅스에 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대기업 인적성과 토익 문제를 풀고 있는 취준생이었다.


곧 나에게 닥칠 시련인가 싶어 한숨이 나왔다. 어떻게든 미뤄 왔는데 이젠 그러기 어려웠다. 주위 사람들의 취준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나는 취준생이 되어 학교에 돌아갔고 학점을 더 신경쓰고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는 대학생이 되었다. 내가 스타벅스에서 본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 된 셈이었다.


인턴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며 내가 그동안 해 온 일에 의구심을 품게 될 때가 많아졌다. 내가 여태 한 일들이 취준 시장에선 의미 없는 일처럼 여겨졌다.


"저희쪽이랑 관련된 이력이 크게 없네요?"


분명 마음이 끌려 지원한 곳인데 저런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나에게 특별하게 여겨지는 일이 누군가에겐 아예 보이지 않는구나 싶었다.


지인 혹은 취준 카페 사람들의 스펙을 살펴보니 인턴, 공모전 수상 경력이 화려했다. 분명 나는 많은 걸 한 것 같은데 난 뭘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울감과 회의감에 빠져 있을 때 대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졸업을 하기 위한 필수 과목이었는데 듣다 보니 약간 특이했다.


내가 들어 온 다른 중국어 수업과는 달리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교수님은 수강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생각을 자주 물어 보셨다.


그러다 보니 교수님이 내가 해 온 일을 알게 되었고 흥미를 가지셨다. 좋아하는 걸 찾고 그걸 꾸준히 해 온 부분에 관심이 생기신 것 같았다.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누고 내 고민을 말씀드리게 됐다. 여지껏 한 건 있는데 뾰족한 걸 만들지 못했다는 고민.


교수님은 내 고민을 듣곤 용기를 주는 말씀을 해 주셨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아래와 같은 느낌의 말이었다.


내가 찍어온 하나하나의 점들

흩어져 있을 땐 희미해 보일 수 있으나,

그것들이 서로 연결될 때

나는 희소해지고 특별한 사람이 된다.


예를 들어 토익 900점이 넘는 사람은 굉장히 많아 평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토익이 900점이면서 HSK 5급인 사람은 훨씬 희소할 것이다.


예시는 어학 성적으로 들었지만 나에게도 적용되는 얘기였다. 내가 한 것들 하나하나는 어떠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 어중간한 수준일지 몰라도 서로 연결되면 의미 있는 게 나올 수 있었다.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은 후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엮어 보게 되었다. 글쓰기 관련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거나 기획과 관련된 글을 써 보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니 확실히 결과물이 다양하게 나왔고 개성이 더 잘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는 사람의 색깔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게 당장 취준에 도움이 된 것은 아니었다. 난 여전히 취업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내 어중간한 결과물에 희망을 품게 되었다.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의 별이 모여 북두칠성이라는 별자리를 만든 것처럼 내 이름 없는 점도 모여 언젠가 무언가를 이뤄 내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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