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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Apr 02. 2018

소설로 가치관 정리하기

소설은 우리의 삶을 닮아있다.

살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머릿속이 이리저리 뒤엉켜 삶의 방향이 모호해진다.


아마 삶이 너무 바빠서 그럴 것이다. 바깥에서 매일 같이 밀려드는 주문들을 처리하느라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


이렇게 엉킨 상태로 오래 지내다 보면 정체성이 점차 흐릿해진다. 다시 말해 인생의 주제가 흐리멍덩해지는 것이다.


난 도대체 어디서 와서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거지?


이런 생각에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뭐 가끔씩 찾아오는 회의감이 상관없다면 그냥 살아가도 괜찮을 것이다. 꼬인 이어폰에서도 음악은 계속 나오니까.


그런데 그게 불편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고. 아니 어찌 보면 아주 그런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삶이 이리저리 꼬였다는 생각이 들면 아 이거 어떻게든 정리해야겠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삶의 방향을 잃으면 마음이 아주 공허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을 정리하는 방법을 이리저리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낸 방법이 소설을 통해 내 삶과 가치관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나는 소설을 통해 스스로를 정리하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스스로에 대한 이해, 나름대로의 통찰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거움.

내 삶을 정리한 첫 번째 소설

좋은 건 공유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로 가치관 정리하기의 좋은 점들에 대해 풀어보고자 한다.


소설로 가치관을 정리하는 방법의 장점은 크게 2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쉽고 즐거움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소설 쓰는 건 재밌다. 나만의 꿈, 상상이 글로 점점 구체화되는 걸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설렌다.


또 소설 쓰기는 글자만 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창작이기도 하다. 기왕 정리할 거 조금 더 쉽고 재밌는 방법으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글 내려 적기는 쉬워도 소설 쓰는 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 어려움엔 독자라는 게 전제되어 있는 것 같다.


남들이 내 소설을 보고 비웃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 때문에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더라도 도통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썼다가 지우고 또다시 썼다가 지우고. 그러다 결국엔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가치관을 정리하기 위한 소설(이하 가치관 소설)을 쓸 땐 독자를 전제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남의 평가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치관 소설을 쓰는 제 1의 목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인생을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니까 소설이 내 마음에만 들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가상의 독자를 전제하고 쓰는 것보단 한결 나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다 쓴 글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말자는 건 아니다. 다 쓰고 만족스러우면 다른 사람한테 보여줘도 될 것이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처음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소설을 쓴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손이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아 그래도 어렵다. 백지만 보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나만을 위한 소설을 쓴다고 해도 그렇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 또한 있을 거라 생각한다. 창작은 고된 과정이니 당연하다. 아마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초심자들이 이런 막막함을 많이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입문자들을 위해 멋진 선배 작가들이 조금 더 쉽게 소설 쓰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소설 쓰기 방법론들을 마련해놓았다.


그 방법론 중 대표적인 게 플롯 기법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개요 짜기라 할 수 있겠다.


"글쓰기 전엔 꼭 개요를 써봐야 해."


논설문을 쓸 때 지긋지긋하게 들어봤을 말일 거라 생각한다. 때문에 여기서 개요란 말을 봤을 때 곧바로 지루해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전혀 그럴 필요 없다. 논설문의 개요 짜기와 소설의 개요 짜기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을 위한 개요 짜기는 훨씬 더 재미난 블록 쌓기다. 왜냐면 논리로 쌓는 게 아닌 상상력으로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다채로운 색깔의 블록들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포스트에서 개요 짜기, 그러니까 플롯 기법에 대해 설명하긴 너무 복잡하다.


그러니까 일단 입문자를 위한 책 하나만 추천하고 넘어간다.


<소설 쓰기의 모든 것 - 플롯과 구조 편>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추후 해당 책을 요약한 포스트를 업로드할 예정이다.


나도 이 책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보다 더 쉽게 소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독자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느껴지는 심리적 장벽들을 허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소설로 가치관이나 삶을 정리하는 건 참 쉽고 재미난 과정이다. 기왕 가치관 정리할 거 조금 더 쉽고 재밌게 해보자.


그런데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응~ 너만 재밌어~)

그래서 이번엔 조금 더 효용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2.소설은 삶을 닮아있다. 그래서 더 제대로 담아낼 수 있다.


인생은 논문처럼 객관적이고 논리 정연하지 않다. 오히려 삶은 모순점들과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하나하나의 우주이며 그 우주 안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소설 쓰기 방법을 찾기 전엔 논문처럼 스스로를 정리해보고자 했다. 그런데 정말 어려웠다. 일단 재미가 없는 건 물론이고 내 가치관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건 내가 갖고 있는 성격이나 감정들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를 봤다면 이해하기 좋을 것이다.

감정들을 의인화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한 사람 안에는 다양한 인격(자아)이 존재하며 그 인격들이 상호작용하여 '나'라는 존재가 구성된다. 때문에 한 사람의 가치관을 논문처럼 목차를 나눠 하나하나 분석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런데 소설 쓰기는 다르다. 소설 쓰기는 내 마음속 다양한 인격들을 상호작용시키는데 특화되어 있다.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캐릭터화하는 방식으로 삶을 제대로 묘사해낼 수 있다. 마치 인사이드 아웃처럼 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쓴 소설을 예로 추가적인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1년 전 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무화과라는 소설을 써서 가치관을 정리하고자 했다.


소설 무화과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 남성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에 얽혀있지만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남성

<편향된 의식 구조를 가진 기존의 날 형상화한 인물>


악당 - 세상에 남성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을 계속해서 퍼뜨리려는 남성

<편향된 의식 구조를 유지케 하는 심리적 장벽을 형상화한 인물>


스승 - 주인공의 편견을 없애고 그를 올바른 길로 이끌려고 하는 페미니스트 남성

<성장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상>


소설 초반부 주인공은 악당의 유혹으로 잘못된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 스승을 만나 깨우침을 얻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엔 스승과 같은 길을 걷게 되고 악당을 물리치는 것에 성공한다.


악당을 물리친 주인공은 소설 초반부와는 다른 가치관을 갖게 된다. 성장을 한 것이다. 스승과 같은 수준에 도달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엔 성공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악당 그리고 스승 간의 대화와 반목을 통해 전개된다. 그리고 이런 전개는 곧 나의 내적 고민이 구체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내적 고민은 더욱더 선명하게 구체화된다. 대화와 갈등을 거듭하면서 인물들의 성격이 점차 더 많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핵심은 상호작용이다. 모호했던 내 안의 인격들이 서로 부딪히며 생동한다. 엉켜있던 가치관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내적 갈등은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으로 구체화 된다.

나는 무화과를 통해 내 가치관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편견 그리고 그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 더 나아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조금 더 명료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치며 성장하듯 나 또한 소설을 쓰면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반드시 주인공, 악당, 스승 구도로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의 가치관을 가장 잘 정리할 수 있는 구도를 쓰면 된다.


참고로 주인공, 악당 그리고 스승 구도는 기존의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자 할 때 유용하다.


제페토가 되어 당신 내면 속 다양한 자아들에 숨을 불어넣어보자.

그리고 그 자아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지켜보면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보다 더 명쾌해질 것이다.


소설 쓰기는 절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소설로 가치관을 정리하는 방법의 장점들에 대해 얘기해보았다.


< 재밌고 쉬우면서도 더 제대로 삶을 정리할 수 있다. >


그런데 이 말을 들어도 가치관 소설 쓰기가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난 주위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치관 소설 쓰기를 많이 권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들려오는 말이 있다.


"에이 내가 어떻게 소설을 써."


절대 그렇지 않다. 소설은 정말 글자만 알고 있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치관 소설은 더욱더 그렇다. 남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내 마음속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 된다.


아니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 삶은 소설로 쓸 정도로 재밌지 않은 걸?"


사실 가치관 소설은 꼭 재밌을 필요는 없다. 위에서 말했듯 제 1의 목표는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삶을 정리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재미는 차차 찾아가 보자.


소설 쓰기는 시작이 반 이상이라 생각한다. 몇 걸음만 떼면 분명 "이거 생각보다 안 어렵네? 생각보다 재밌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지레 겁먹느라 창작의 즐거움을 놓치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


일단 시작만 하면 삶이 이전보다 훨씬 더 풍성해질 거라 확신한다. 삶이 정리되는 건 물론이고 내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여유로운 날 종이 한 장 그리고 펜 한 자루를 들고 가치관 소설 한 편을 구상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인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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