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이웃나라 중국의 이동 통신 생태계!
오늘은 중국의 선불제 USIM과 완전 자급제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중국은 선불제 USIM과 함께 스마트폰 완전 자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먼저 다뤄볼 건 중국의 선불제 USIM카드이다. 사실 중국에 와서 제일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이 선불제 USIM이었다. 그래서 중국 오기 전에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픽업을 나온 중국 친구들이 내 체크카드를 가져가더니 알아서 충전된 유심을 사 와줬다.
그런데 역시 무식한 게 죄였다. 공항에서 받은 충전된 유심이 어떤 건지 알아보지 않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 영문도 모르고 인터넷이 되지 않아 완전 멘붕 했다. 도대체 남은 데이터가 3기가나 되는데 왜 인터넷이 안 되는 거지 하면서..
그런데 그때 마침 문자가 하나 날라 왔는데 그 내용인즉슨 매달 말일인가에 내는 기본료가 있는데 그걸 내지 않아서 폰이 정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데이터가 엄청 많은 데도 인터넷이 안되던 것이었다. 그래서 기본료를 어떻게 내야 하는지 학교 중국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여기서 또다시 웨이신 페이(위챗 페이)가 등장했다. 그들은 웨이신 페이(혹은 즈푸바오)로 유심 카드에 돈을 충전하라는 얘기를 했다.
근데 나는 또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선 유심 카드에 기본료를 넣는다는 게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린 보통 통신사와 연동된 계좌에서 자동 이체되는 게 일반적인데..
그래도 어쨌든 하라는 데로 위챗을 켜고 mobile top up이란 탭에 들어가서 전화 요금(话费)을 충전했다. 그랬더니 정지된 게 풀리고 다시 인터넷이 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여긴 아래의 그림처럼 전화 요금(왼쪽, 话费)이라는 것과 데이터 잔량(오른쪽, 流量)이 분리되어 있었고(이 점은 한국이랑 똑같음) 그리고 여기서 전화 요금(充话费)을 충전한다는 게 결국 유심 카드를 충전한다는 걸 얘기했다. 그리고 그 유심에 충전된 전화 요금에서 통화비뿐만 아니라 기본료도 나가는 것 같다. (수정 - 여기에 추가로 만약 데이터 잔량을 다 썼는데 충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데이터를 쓰면 전화 요금에서 돈이 나간다. 그리고 결국 전화 요금마저 0원이 되면 데이터가 안 터진다.)
그러니까 다시 정리해보면 중국은 마치 교통카드를 충전하듯 유심 카드에 돈을 넣어줘야 통화를 할 수 있고 기본료를 지출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선불제 교통카드 같은 느낌. 그런데 여기서 데이터 비용은 이 USIM에 충전된 돈에서 나가는 게 아니라 다른 계통으로 따로 충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수정 -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USIM에서도 데이터 사용료가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데이터 잔량은 전화 요금과는 별개로 다른 계통으로 충전하는 것은 맞다. 데이터 잔량을 충전하는 비용이 전화 요금에서 데이터 사용료가 빠져나가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데이터 잔량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끔은 데이터 잔량을 평소보다 더 싸게 충전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기도 하다.)
오늘 비록 급하게 일이 닥쳐서 시스템을 비교적 러프하게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이라도 감을 잡으니 뭔가 편리한 제도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제때제때 내가 필요한 만큼 충전해서 쓰면 되고 결제 방법도 이전 포스트에서 얘기했던 대로 말도 안 되게 편하다.
그리고 한 가지 추가해 인터넷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일단 속도가 한국만큼 빠르진 않은 것 같다. 또 신호가 잘 안 잡히는 곳도 많다. (이건 우리 학교 위치가 문제일 수도 있다.) 이건 아마 중국 땅이 워낙 넓어 한국만큼의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신호가 약해 일단 스마트폰이 신호를 억지로 잡아내느라 배터리가 빨리 닳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중국 스마트폰이 대개 배터리 용량 혜자인가?라는 생각이나 그래서 중국에서 보조 배터리가 발달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통신비는 아직 감이 잘 안 잡히긴 하는데 아마 데이터의 가격만 봤을 때는 한국에 비해 그렇게 저렴할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이것도 통신 인프라와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시간대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 데이터 비용이 더 저렴한 것 같다. 그리고 일단 무한정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데이터 월 정액제를 아직 따로 발견하지 못했다.
음 그리고 다음으론 스마트폰 자급제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통신사에서 핸드폰을 살 때 보조금을 내주는 경우가 있어서 완전 자급제를 하면 폰이 너무 비싸질 것 같다고 얘기를 하는데 아마 우리나라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중국에는 일단 저가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많다. 그리고 심지어 저가인데도 퀄리티가 괜찮은 편이다. 다들 익히 알고 있는 샤오미도 그렇고 이외에도 오포, 비보, 원플러스라는 브랜드(이 세 브랜드는 사실 步步高라는 동일한 모회사를 갖고 있음)가 있다. 이 브랜드들 모두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럴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짝퉁 문화에서 발달된 기술력 덕분이라는 생각이 된다. 우린 그걸 교묘한 짝퉁이라고 하면서 비웃었지만 중국 정부에서는 짝퉁을 만드는 그들 말로는 이 산자이(山寨) 문화를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
심천(선전이라고도 불림)은 이 산자이 문화가 꽃핀 곳인데 전자 부품 상가들이 모여있어 누구든지 이곳에 오면 원하는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하드웨어 창업의 성지로 불린다. 실제로 중국의 자랑인 글로벌 드론 기업 DJI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애초엔 짝퉁 공장으로 시작된 이 일대를 하드웨어의 성지로 만들기 위해 심천 일대를 적극적으로 창업을 지원하여 짝퉁 기술자들이 스마트폰 외주 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도운 듯하다. 또 심천이 금융과 인재의 중심지인 홍콩과 인접하다 보니 인재와 투자금이 들어오기 좋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한 듯하다.
어쨌든 멀리 돌아왔는데 중국 정부가 짝퉁 기술자들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 다양한 스마트폰 회사를 만들어내어 완전 자급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스마트폰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 같다.
물론 샤오미나 이외의 저가 브랜드들에서 특허 무단 침해와 같은 일을 벌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들이 짝퉁이란 부정적으로 비치는 문화의 유산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만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