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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Jan 02. 2019

중국이 미국에 반격하는 방법

지역주의에서 길을 찾는 중국

미중 무역 갈등 소식이 매일 같이 들려온다.


미국의 대중 관세 증가, 화웨이/ZTE 제재 그리고 그에 대한 중국의 보복 등..


대체적으로 중국이 불리하다는 소식이 많은데 이는 국제 질서가 미국을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현재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미국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운동장은 왜 기울어지게 됐을까?


이번 포스트에선 이 질문을 시작으로 중국이 미국에 대한 대항책으로 지역주의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미국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패권을 전세계로 확장했다. 그리고 미국 주도 세계화의 바탕엔 신자유주의 정신이 깔려 있었다.


신자유주의가 뭘까?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
출처: 두산백과


쉽게 말해 시장에서 정부 꺼져!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왜 하필 신자유주의를 세계화 전략의 근간으로 삼았을까?


당연히 그게 자기들한테 유리했기 때문이다.


수출 대상국의 보호 무역 정책을 견제하는 것엔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신자유주의 이론만 한 게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신자유주의 이론에 기반한 WTO나 IMF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후진국들에게 관세/비관세 장벽을 줄이도록 요구했다.


즉 신자유주의 이론은 선진국들이 후진국들의 무역 장벽을 부술 수 있는 소프트파워였던 셈이다.

신자유주의는 선진국의 무기

후진국 입장에선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이 제공하는 자본과 인프라에 기대야 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의 룰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에서 결국 고름이 터지고 말았다.


당시 경제가 어려웠던 아시아 국가들은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는데 IMF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 빌려주는 대신 너희 경제 구조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해!


IMF의 말은 곧 선진국의 입맛대로 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이었다. 속이 뻔히 보이지만 어쩌랴? 국가 부도를 면하려면 IMF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IMF의 구제 금융을 굳세게 거절하고 모라토리움 선언을 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IMF에 구제 금융을 받은 나라 중 하나였고 지금까지도 그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 불안정, 빈부격차 등의 문제는 아직까지도 우리를 괴롭힌다.


그리고 이런 고난을 통해 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여러 후진국들은 신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반감을 갖게 됐다.


"선진국 입맛대로 짜인 국제 질서는 너무 불공평해!"

"우리에겐 제대로 된 발언권도 없다고!"


이렇게 불만들이 하나씩 피어났고 이는 곧 후진국들 간의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 피해를 본 국가들끼리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도 한몫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협의체(연합)들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고 이는 곧 지역주의의 태동을 의미했다.



지역주의와 중국


"인접한 국가끼리 뭉쳐 강자의 룰에서 벗어난다."


지역주의 협의체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들어봤을 만한 지역주의 협의체론 ASEAN, APEC, EU 정도가 있겠다.


갑자기 거기서 유럽 연합이 왜 나와? 할 수도 있겠지만 유럽 연합도 사실상 미국 중심의 세계화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부산행 수련회 필수 코스, APEC 회담장

각각의 지역주의 협의체에선 자기만의 룰을 만드는데 그 과정 중에 참가국들의 입장과 수준이 고려된다. 지역주의 협의체가 주로 자유 무역 협정의 형태로 나타나는 편이니 관련해서 예를 들어보자.


A국: 야 우리 다 개도국이니까 자유 무역이어도 보호 무역 어느 정도는 인정해주자!

B, C, D, E국: 오케이!


B: 환경, 인권 조항도 너무 까다롭지 않게 정하자.

A, C, D, E: 콜콜!


E: 우리끼리 돈 모아서 인프라도 놓고 기금도 형성하는 게 어때?

A, B, C, D: 좋지!


즉 지역적으로 인접한 국가끼리 뭉쳐 크기를 키우고 자기들만의 룰을 만들어 신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처럼 희망적으로 들리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시장 없이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또 자기들끼리 해나가겠다는 후진국들의 발버둥을 과연 선진국들이 도와줄까? 절대 아닐 것이다. 실제로 IMF와 WTO는 지역주의 협의체가 나타나는 걸 경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상황을 반전시킬 신성이 등장했으니 바로 중국이었다.


개혁개방 후의 급속 성장으로 G2 반열에 올라선 중국. 차츰 국력을 쌓더니 이젠 국제 사회에서 기존의 세계화 질서를 부정하며 미국의 신경을 긁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압도적인 국력 + 기울어진 운동장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한다. 이번 미중 무역 분쟁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 입장에선 일방적으로 얻어터질 순 없으니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잡게 된 것이 지역주의 협의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지역주의 협의체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질서에 불만을 품고 생겨난 것이었기에 중국으로선 동지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또 지역주의 협의체에게도 거대한 자본과 시장을 가진 중국의 합류는 큰 힘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현재 중국은 아세안과 같은 지역주의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중국은 자기가 주도하는 걸 하나 만들거나 아시아의 기존 지역주의 협의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미국식 질서에 대항하고자 한다.

ASEAN,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그리고 그와 같은 중국의 행보가 잘 드러나는 것이 일대일로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지역주의 플랫폼을 형성하여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유리한 성장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런데 과연 미국이 그걸 잠자코 지켜보고만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세력을 넓히고 유럽 또한 EU를 통해 자기들만의 협의체를 만들자 미국도 지역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바마 때는 아시아 회귀 정책을 펼치며 TPP, APEC과 같은 아시아 지역주의 협의체에서 입지를 다졌다. 그중 TPP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근데 그렇다고 포기할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TPP에 대항하기 위해 RCEP라는 지역주의 협의체에 적극 참여하여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또 17년 미국에선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며 TPP에서 빠지기도 했다.


일대일로, TPP, RCEP.. 용어는 어렵지만 한 가지는 명확히 드러난다. 중국이 미국에 반격하기 위해 지역주의 협의체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미국 또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중국이 지역주의 협의체를 통해 미국에 반격하려고 한다!'라는 말은 조금 추상적이다. 그래서 이후 포스트에선 위에서 언급한 일대일로, RCEP/TPP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으로 파볼까 한다.


그러니 이다음 RCEP/TPP 글에서 만나요! 제발~

<중국에게 내려진 동아줄, RCEP>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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