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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Jan 08. 2019

중국에 내려진 동아줄, RCEP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앞선 글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한 대항책으로 지역주의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지역주의만 봐서는 구체성이 조금 떨어지는 면이 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선 중국의 지역주의 행보가 잘 드러나는 협정, RCEP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일대일로도 중국의 지역주의 행보 중 하나지만 이미 잘 정리된 글이 많아 RCEP로 설명합니다!



목차

RCEP가 뭐야?

RCEP가 왜 떴는데?

왜 중국에게 동아줄일까?



RCEP가 뭐야?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

2019년 최종 타결 예정


이름은 어렵지만 결국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무역 협정이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라고도 하는데 먼저 어떤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10개국), 일본, 인도,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대한민국


모두 아시아권 국가들이다. 그러니까 RCEP는 아시아에 기반을 둔 지역주의 무역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17년 기준 RCEP 회원국의 인구 총합은 전 세계 인구의 49%인 약 36억 명 정도며 GDP 총합은 전 세계 GDP의 약 32%인 25조 달러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권인 것이다.

EU보다 큼

이 자료는 16년 기준!



RCEP가 왜 떴는데?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 협정, RCEP.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다.


RCEP는 12년 캄보디아에서 열린 ASEAN 정상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논의됐는데 초창기엔 별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협정 주도자였던 ASEAN의 내부적 의견 불일치 그리고 참여국 간의 경제 수준 차이, 경쟁 관계 등의 문제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지지부진하던 초창기의 RCEP에게 치명타를 날리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타결이었다.


(TPP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TPP 자체는 미국이 만든 건 아니었지만 미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제공하면서 15년에 타결에 성공했다. 그리고 미국이 TPP에 관심을 보인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1) 미국을 급성장하는 아시아 지역과 경제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2) 급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TPP는 특히 오바마 정부 때 아시아 회귀 정책 기조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되었다. 미국은 TPP를 주도하며 자기 입맛대로 협상의 룰을 짰다. 그리고 그 룰 위에서 중국이 배제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뭐 그렇다고 미국이 중국한테 대놓고 "넌 가입하지 마!"라고 한 건 아니었다. 대신 TPP의 조약들을 중국에게 불리하게 짜서 중국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에게 불리한 조약이 뭘까?

그건 바로 시장 완전 개방이다.


중국은 농산품, 지적재산권, 노동(인권), 환경과 관련해서 빠른 속도로 완전 개방을 하게 되면 경제가 어려워질 거라 생각한다.

아직까진 지재권 따지면서 물건 못 만든단 말야!

그래서 다시 돌아와 정리하면 미국 주도 TPP는 결국 RCEP와 중국에게 치명타를 먹인 것이었다. 그런데 우린 여기서 한 가지 격언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


미국에 치명타를 입은 RCEP와 중국은 손을 잡게 되었다. 중국은 RCEP에 공을 들이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협정을 조금씩 진전되게 했다. TPP에서 미국이 했던 강력한 리더 역할을 RCEP에선 중국이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RCEP와 중국에게 개이득인 사건이 하나 발생했으니 바로 미국의 TPP 탈퇴 선언이었다. 트럼프는 그동안 전임자들(ex 오바마)이 맺어온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에 불리한 것이었다고 말하며 보호무역주의를 제창했다.

아메리카 넘버원! 보호무역주의 넘버원!

이는 국외 문제보다는 국내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가 드러난 사건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그 결과 TPP는 순식간에 갑분싸가 되어버렸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 충성충성하며 TPP에 일조했던 일본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갑분싸의 상황. 일본을 비롯한 남은 TPP의 회원국들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RCEP를 떠올렸다.

갈아타자!

RCEP로 환승합니다!

일본도 자기 밥그릇이 중요하기에 중국 견제고 뭐고 일단 RCEP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둘씩 공 들이는 주체가 많아지니 협상도 빨리 진전되어 올해 최종 타결을 앞두게 됐다.


지금까지의 전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지지부진했던 초창기 RCEP

2) 미국 주도 TPP에 치명타를 맞고 중국과 연합한 RCEP

3) 미국의 TPP 탈퇴로 떡상한 RCEP!


올해 타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역대급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될 것이다. 가입국들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점에서 RCEP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왜 중국에게 동아줄일까?


미국이 TPP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 또한 RCEP를 주도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룰을 설정해왔다. 그리고 이는 RCEP가 낮은 단계의 무역 자유화부터 차근차근 나아가는 경제 협력이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데 왜 낮은 단계의 무역 자유화부터 시작하는 게 중국에게 유리할까?


당연히 선진국과의 성장 차이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자본과 기술력/지재권 더 나아가서는 국제무대에서의 독점적인 발언권까지도 선점했다. 때문에 선진국의 재화나 서비스가 관세/비관세 장벽 없이 중국에 그대로 들어간다면 중국 국내 산업이 위태로워진다. 또 중국이 선진국에 수출하려고 해도 엄격한 환경 조항, 지재권 조항 등을 내밀기에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선진국들이 조성해놓은 '완전 개방 시장'이라는 사냥터에서 놀기에 중국은 아직 저렙인 것이다. 국제무대를 주도하기 위해서 중국은 아직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중국은 자신이 성장할 저렙들을 위한 사냥터를 찾았고 결국 관세/비관세 장벽을 용인해 줄 수 있는 지역주의 플랫폼 RCEP와 만난 것이다.

중국을 위한 초보자 사냥터, RCEP

물론 RCEP가 낮은 단계의 무역 자유화부터 점차 나아가게 된 건 다른 참가국들의 사정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또한 성장 중이지만 선진국에 비비기엔 아직 턱없이 모자라다.


결국 뜻 맞는 국가끼리 모여 선진국 위주로 설정된 국제무대에서 벗어난 자신들만의 성장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참가국들의 경제가 발전하면 자연스레 개방 수준도 올라갈 것이다. 마치 플레이어가 레벨이 오르면 사냥터를 바꾸는 것처럼..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그 사냥터를 바꾸는 걸 주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성공했다고 보인다. 중국은 RCEP라는 광대한 플랫폼을 통해 성장해가며 차츰 선진국들이 선점한 국제무대로 나아가려고 한다.


최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국이고 일대일로와 연동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RCEP는 중국에게 더욱더 각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RCEP가 미국에 압박받고 있는 중국에게 활로를, 더 나아가 세계 질서를 다시 중국식으로 재편한다는 ‘중국몽’에게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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