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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Mar 14. 2019

중국이 짝퉁 강국이 된 이유

엘리트주의가 낳은 샨자이 문화

메이드 인 차이나 하면 짝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장르불문, 전 분야에서 짝퉁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짝퉁 문화를 이르는 샨자이(山寨) 문화라는 말도 있다.


짝퉁을 문화로 포장하다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말을 바꿔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한다.


우수한 작품을 정교하게 따라 만드는 것
더 나아가 거기에 화룡정점을 찍는 것


정교한 복제는 예술이 아닌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란 곧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라 했으며 스티브 잡스 또한 혁신성이 기존의 것들을 조합하는 것에서 온다고 말했다. 즉 세상에 나온 건 다 기존의 것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얘기다.


중국인들은 위와 같은 관점을 조금 더 확대해서 갖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짝퉁이 중국에선 문화 혹은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륙의 실수, 차이슨 드라이기

뭐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긴 하다. 그러니까 조금 더 파고 들어서 중국인들이 그런 관점을 갖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자.


샨자이 문화의 유래, 유교의 엘리트주의


중국 샨자이 문화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교의 엘리트주의에 닿게 된다. 엘리트주의. 쉽게 말해 엘리트가 사회의 중심이 되어 대중을 이끈다는 개념이다. 주로 정치 분야에서 많이 쓰이지만 경제, 문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적용된다. 그리고 중국 유교 사회에서 말하는 엘리트는 군자다.


유교 이론상으로 군자는 공부와 수련을 통해 누구나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이었고 실제론 현실적 어려움이 많았다.


군자가 되기 위해선 흔히 공자 왈, 맹자 왈이라 하는 것들에 통달해야 됐다. 그런데 만성적 가난에 시달렸던 중국 농민들에겐 그럴 시간이 없었다. 한자를 익히는 것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군자의 자리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수 엘리트의 독점 구조는 중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났다.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에서도 엘리트가 하는 것이 곧 기준이 되었다. 이는 군자 즉 엘리트가 되어야 비로소 주체적 결정과 실천을 할 수 있다는 유교 경전의 말씀 때문이었다.

유교 주자학

군자가 중심이 되는 유교 사회에서 대중들은 소외됐다. 만약 대중들이 자기 나름대로 뭔가를 해보려 해도 주류층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체적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정도로 성숙하지 않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예술 분야에서도 그 점이 잘 드러났는데 대중들이 좋아했던 구전 문학 특히 괴기한 것들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저급한 것들로 치부됐다.


<논어, 술이편>에서도 그 점이 잘 드러난다.


공자께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다.
[子不語怪力亂神]


공자는 괴기하고 비합리적인 것들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그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다 알 듯 공자 왈은 유교 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결국 중국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은 주로 배운 자 즉 군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이었다. 군자들이 주체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곧 유교 사회에서 기준이 되었다. 군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 기준에 따랐으며 이는 정치, 예술 등의 분야에서 모두 그랬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르는 방식이 모방 즉 사본을 만드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지배층의 명령에 따르듯 군자가 만든 결과물을 따라 만들었다. 그것이 안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청명상하도이다. 청명상하도는 북송의 장택단이 그린 것으로 중국의 국보 1호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작품이 세상에 나온 뒤 후대의 수많은 작가들이 청명상하도를 따라 그렸다. 그리고 그 모작들은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그것들은 짝퉁이 아닌 군자의 주체적 결과물을 완벽히 따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정리하면 샨자이 문화가 유교적 엘리트주의의 사본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교적 엘리트주의에선 엘리트의 결과물을 모방하는 것만큼 안전한 것은 없고 그것을 잘 해내는 것 또한 능력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통해 오늘날 중국은 짧은 시간 안에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중국 기업들은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았던 소비자에게 명품을 저렴하게 모방한 제품을 팔아 중국 내수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샤오미, 오포 그리고 비보 등의 IT 기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비보 - 오포 - 아이폰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중국의 샨자이 문화는 문화 상대주의를 떠나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태도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중국의 특허권/저작권 침해와 산업 스파이에 피해를 봤으며 중국을 상대로 제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미중 무역분쟁에서도 특허권/저작권 관련 이슈가 자주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은 쉽사리 샨자이 문화를 포기할 수 없다. 아직까진 짝퉁으로 만들지 않으면 너무나도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한 제품을 개발하는 비용과 특허권/저작권 비용 등을 감수하면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중국이 경제적 필요에 따라 샨자이 문화를 과거로부터 훔쳐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거의 사본 문화를 시대에 맞게 계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럴듯한 포장지로 쓰기 위해 가져왔다는 얘기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지금의 샨자이 문화에 알맹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피하기 위해선 샨자이 문화 뒤에 숨은 중국 기업들이 밖으로 나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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