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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발 Jun 12. 2023

여기 사람 있어요

범죄 뒤의 사람들

* 본 글은 범죄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사건의 대한 모든 내용은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각색되었음을 알립니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름은 '뉴스젤리'의 "데이터로 보는 시대별 이름 트렌드, 요즘 핫한 이름은?"에서 무작위로 따온 것입니다.


연일 사건사고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자고 일어나면 사람이 죽어있고, 자고 일어나면 사람이 사람을 해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이런 기사가 많은 이유는 그만큼 관심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범죄도 트렌드가 있는지 한 번씩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범죄들이 달라지지만 사람이 죽는 문제에 대해서는 늘 관심을 갖는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우스갯소리처럼 관심이 있을 때의 좋은 점이 분명 있다. 예를 들면 전세사기 이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 피해자들은 전세사기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가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게 했다. 유명인의 자살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담긴 기사는 '베르테르 효과'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고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개정하게 했다. 


하지만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죽음 뒤에는 남겨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흔든다. 가깝든 가깝지 않았든 크든 작든 흔들렸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살인사건의 유가족인 미숙씨는 그러게 많은 카메라는 처음 보았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갔을 때는 경찰로부터 보지 않는 게 좋겠다고 가로막혔고, 경찰서로 진술하기 위해서 이동했다. 당시엔 경황이 없어서 생각을 못했는데 진술을 마치고 포털사이트에 잔뜩 실린 남편의 사건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어떻게들 알고 왔을지 의아했다고 했다. 그리고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기사에는 남편이 무엇으로 어떻게 살해됐는지 자세히 적혀있었고, 가해자가 남편과 어떤 관계인 사람이었는지도 적혀있었다고 했다. 미숙씨는 하나도 모르던 내용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인 자녀들이 알고 싶게 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고 했다.


비단 유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인 지현씨는 나에게 기사를 좀 내려줄 수 없는지 울면서 요청했다. 지현씨에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는 지현씨가 사건을 접수한 사실을 알고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었는데 그 내용이 보도된 것이었다. 기사에 지현씨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다. 그저 비겁한 가해자의 피해자였을 뿐이었으나 지현씨는 그 사건에 대한 보도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다.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그 사람을 죽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고, 피해에 대한 억울함을 이제 해소할 방법이 영영 사라져 버려 죽고 싶다고 했다. 


가해자가 자살할 경우, 처벌할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피해자만 남는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그리고 저 보도는 가해자의 유족에게도 아마 상처였을 것이다. 


범죄는 다 사람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저지르고 사람이 피해를 본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기사나 탐사보도를 볼 때마다 이것이 진정 공익을 위한 것인가 매번 생각한다. 사람은 사람을 위해서 어디까지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하는가. 


물론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해 정의가 실현되고 대중의 관심에 대해서 피해자가 감사를 표하는 일도 있지만 수많은 슬픔과 찰나의 정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심리학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그런 말이 있다.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약간의 관음증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오늘도 자극적인 기사로 가득한 포털사이트 뉴스창을 보며 요즘 시대에 우리 모두 관음증 환자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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