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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발 Jun 21. 2023

오 마이 갓

 * 본 글은 범죄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사건의 대한 모든 내용은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각색되었음을 알립니다. 또한 등장인물의 이름은 '뉴스젤리'의 "데이터로 보는 시대별 이름 트렌드, 요즘 핫한 이름은?"에서 무작위로 따온 것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좀 덜 화제가 되는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의 다큐 '나는 신이다'가 엄청난 화제였다. 그 프로그램에서 다룬 종교단체는 여럿이지만 가장 사람들의 눈과 입이 쏠린 것은 JMS였다. 속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그 신도들의 맹목적인 충성과 잔혹한 성범죄, 피해자의 가해자화 등등 충격적인 부분이 참 많았다. 


그러나 종교집단 내 성범죄는 비단 JMS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안산 구마교회 오 목사 사건'도 그렇고, 목회자들의 성범죄는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https://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1033914.html). 이는 우리나라 교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넷플릭스 다큐 '천사들의 증언'들이나  영화'스포트라이트' 등 많은 콘텐츠들이 종교집단 내의 성범죄를 다루고 있다.


'종교'를 검색하면 위키백과에서는 "초월적, 선험적 또는 영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 공유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신앙 공동체와 그들이 가진 신앙체계나 문화적 체계(cultural system)를 말한다"라고 나온다.


그 사건은 신앙공동체라는 말이 어울리는 종교집단 내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공동체라는 말이 딱 맞는 그 종교에서는 교인들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았고, 자영업을 하는 일부 교인들의 업장에서 신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수입으로 또 공동체의 생계를 유지하는 구조였다. 그렇기에 교인들끼리 더욱 깊은 유대감과 공동체의식을 가졌을 것이고 의지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수진씨는 태어나자마자 공동체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성장했다. 수진씨의 부모는 기초생활수급자였고 공동체 내의 다른 교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수진씨의 오빠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서 따로 생활하고 있다고 했고 수진씨에겐 두 명의 동생이 있었다. 수진씨는 청소년부에서 친구를 사귀었고, 청소년부를 담당하던 선생님을 학교 담임선생님보다 더 의지했다.


그런 수진씨에게 선생님은 자신의 외로움과 힘듦을 종종 이야기하곤 했다. 수진씨가 위로가 된다고 했다. 


'네가 나를 안아주면 은혜받는 기분이 들어. 넌 정말 사랑을 실천하는 아이구나.' 


수진씨는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했다. 종교적 가르침 실천했으니까. 그리고 그 시작은 너무나 은근하고 악랄했다. 수진씨를 위한 기도를 따로 드린다고 했고, 수진씨의 손을 잡고 기도드려도 되는지 물어보며 손을 잡았고, 은혜받는 기분이 드니까 자신을 안아달라고 했다. 그렇게 시작했다. 수진씨가 자신의 범죄피해를 확신하고 엄마에게 이야기했을 때는 이미 추행 정도가 많이 심해지고 오래된 후였다. 수진씨의 어머니는 분노했고, 가족 같은 종교집단 내 사람들과 이 사실을 공유했다. 수진씨는 그때부터 간증하듯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이야기해야 했다.


가해자는 축출되다시피 집단을 떠났지만 2차 피해는 계속 됐다. 수진씨의 어머니는 내게 수진씨의 행동이 수진씨가 원하는 것이고 용기라고 했지만 나는 쉽게 그렇다고 동의하기 어려웠다. 정말 괜찮을까? 정말 자신의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일까? 정말 원하는 것이 맞을까?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주디스 허먼의 「트라우마」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치료자는 한결같은 태도로 생존자의 소망을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안전을 지킨다는 원칙에 모순되지 않는 한 생존자에게 가능한 모든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수진씨의 투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언제든 저 투쟁으로 다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자원을 준비하는 것 외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는 사실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진씨에게는 해리 증상과 퇴행이 왔다. 수진씨는 나를 만날 때마다 몸 여기저기를 주무르고 있었다. 상담 내내 손, 팔, 어깨 등 몸을 주무르기에 어디 불편하시냐고 물었더니 자기 몸인데 자기 몸 같지 않다는 말이 돌아왔다. 책으로만 배우던 해리증상이었다. 해리증상은 지금 내가 사는 게 너무 힘드니까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진씨는 실은 투쟁하는 현실이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수진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수진씨에 대한 슬픔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수진씨에 대한 분노도 함께 있었다.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왜 빨리 거절하지 않았는지 등등. 가족이 보일 수 있는 피해자를 향한 전형적인 분노였다. 머리로는 수진씨가 잘못한 게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임을 알면서도 수진씨를 미워하게 되는. 그런 어머니에게 수진씨가 피해 이후 보이는 퇴행 증상들은 또 강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수진씨는 엄마가 없으면 아무 데도 가지 않으려고 했고 엄마 무릎 베고 눕고 자꾸 안아달라고 하는 딸이 되었다.


'얘가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원래 안 이랬는데 왜 안 하던 짓을 하는지 몰라요.'


그렇게 말하는 수진씨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위로하다가 심리상담을 연결해 드렸다.


수진씨 모녀를 만나면서 나는 무력감과 피해자의 통제감 사이에서 싸웠고 해리증상에 대한 경험이 남았다. 이것도 신의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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