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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발 Jul 18. 2023

범죄피해평가

진술 너머 피해자의 이야기


범죄피해자를 돕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서 강의할 때마다 꼭 강조하는 지원제도가 범죄피해평가다.


https://m.blog.naver.com/polinlove2/223046322339


피해자는 대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수사관이 인간이길 기대한다. 그래서 자신의 고통을 알아주고, 이해해 주고, 도닥여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하는 게 범죄수사인데!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에서도 수사관은 늘 정의롭고 피해자의 편이다. 피해자를 의심하는 수사관을 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보통 그 사람 빌런이다… 나중에 감찰 조사받아서 옷 벗고 감옥 가고 그러는….


아무튼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하기 때문에 형사절차에 포함되는 순간 큰 실망을 피할 수 없다. 현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는 주인공이 아니다.

형사절차는 국가(경찰, 검찰)와 범죄자의 싸움이다. 피해자는 검찰이 범죄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는 국가가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 말이다. 그렇기에 수사관은 피해자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받길 원한다. 경찰서에 담당 수사관과 약속을 잡고 진술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 굉장히 건조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와 면담해 보면 피해자가 경찰에, 특히 담당 수사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그 하고 싶은 말은 사건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넘어선 피해에 관한 이야기이다. 범죄의 결과일 때도 있고, 범죄의 역사일 때도 있다. 피해자는 이런 이야기가 경찰의 수사와, 더 나아가 범죄자 처벌에 큰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로도 필요하다.


범죄피해평가는 어떻게 보면 이러한 진술로는 부족한 피해자의 욕구를 충족하고, 향후 범죄자 처벌에서의 양형에 반영할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는 피해평가전문가(으레 심리상담사)와 두 번의 만남을 갖는다.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간격을 두고, 각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장소는 경찰서로 고정되어 있어 편의에 따라 카페 등에서 만날 수 없다. 경찰서 오기 싫은 피해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과 비밀보장 등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의 면담 중 첫 번째가 중요한데, 이때 경제적,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2차 피해에 대해 청취하고, 심리검사 2가지를 실시한다. 그래서 1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와 이로 인한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치료적 효과도 있고 피해자전담경찰관에게 필요한 지원 설계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 주게 된다. 그래서 피해자전담경찰관과 피해평가전문가 사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면담에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전문가는 피해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감수위원(보통 교수급)에게 감수받은 후 2차 면담 때 심리검사의 결과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혹시 1차 때 말하지 못한 내용이나 변경된 사안이 있는지 확인하여 최종 보고서를 확정하게 된다.


보고서는 피해자전담경찰관에게 제출되고,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이를 담당 수사관에게 제출, 담당수사관은 보고서를 수사기록에 포함시켜 향후 검사, 판사가 범죄자 처벌 시 양형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는 피해평가 전문가가 법정에 증인으로 소환되어 진술을 하기도 하고, 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피해자의 이야기에 조금씩 더 많이 귀 기울이는 세상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해평가가 있었다면 원한 가진 귀신이 좀 없지 않았을까? 사람 죽고 나서 무슨 소용이냐고? 그건 맞다..


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어제 본 드라마 ‘악귀’에서 자살한 사람의 유가족 역할이 한 대사가 생각난다.

‘그때 제가 그렇게 말했을 땐 들어주지 않더니’


점점 저런 대사가 안 들렸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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