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맞나요
얼마 전까지는 길을 가다가 옆 사람이 나를 때릴까 봐 두렵다든가, 밤에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살해당할 거 같다는 공포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타인을 믿고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간다. 이제는 길을 가다가 뒤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고,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그늘막 안에 사람들이 들어서면 서로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게 느껴진다.
사람에게는 개인 공간(Personal Space)이 있어 타인을 경계심 없이 들여놓을 수 있는 거리가 다 다르지만 지금은 모두 그 공간이 굉장히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서로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본다니 슬픈 일이다.
얼마 전 한 남성이 나를 찾아왔다. 자신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포심을 느끼고 있으니 자신을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남성은 버스 안에서 중학교 2학년 남학생 두 명과 시비가 생겼는데, 이때 남학생 두 명이 머리로 들이받을 것처럼 행동했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였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자 하였으나, 피해자는 두려운 마음에 접촉을 거부했고 매일 그 버스에 탈 때마다 심장이 크게 뛰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남성은 피해자 안전조치를 해서 가해자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고 했다.
무척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는 타인을 일단 경계한다. 경계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 경찰과 같은 공권력이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좀 더 지켜주길 바라게 될 것이다.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는 범죄피해와 관련하여 보복우려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에 경찰에 신청할 수 있는 지원제도다.
여러 가지 조치가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112 시스템 등록’이다. 말 그대로 가해우려자와 안전조치 대상자의 정보를 112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으로, 대상자가 위협을 느낄 때 112 신고하면 입력해 둔 정보가 자동 송출되어 경찰관이 별도의 대화 없이도 대상자를 확인하고 위치를 조회할 수 있다.
흉기난동 사건이 자주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극도로 경계하고 오인 신호에도 너무 놀라 도망치다 다치는 일도 발생하는 요즘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위험해서 서로를 과도하게 경계하는 세상이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