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시장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22년에 현대차는 '비전 74'라는 이름의 콘셉트카를 공개했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양산 소식 없이 루머만 간간이 들려왔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4년 8월, 현대자동차는 갑자기 비전 74의 출시를 공식 선언했다 그것도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전기차가 아닌 '수소전기차' 콘셉트 그대로였다.
'200대 한정', '예상 가격은 5억 대'... 이것들도 놀라웠지만 '수소전기차'라니...
현대차는 '넥쏘'라는 수소전기차를 양산했다가 아쉬운 판매를 보였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왜 현대차는 비전 74를 수소전기차로 양산을 결정했을까?
물론 정답은 현대차 직원만이 알겠지만
현대차 마케팅, 제품기획 담당자에 빙의해서 나름대로 분석한 몇 가지 이유를 적어본다.
2024년 8월 1일, 청라 소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해 전국에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었다. 국내에 전기차가 보편화되면서 전기차 화재는 꾸준히 왔었지만 이처럼 대규모 피해로 이슈화된 것은 처음이었다. 또한 '내차도 피해를 받을 수 있다'라는 인식이 퍼지며 전기차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며 전기차가 구매력을 잃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전기차 판매량 감소의 폭이 커지고 있다.
또한 심화되는 경기침체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전기차를 살 고객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현대자동차는 24년 2분기에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기에 안심할 수 없다.
글로벌 수소전기차 점유율 2위의 도요타가 BMW와 수소전기차 공동개발을 시작한다. 이미 공동개발에 대해 루머가 들려왔기에 현대차 역시 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수소전기차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해야 하기에 비전 74의 수소전기차 양산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는 전략은 아니었을까라는 가설을 세워본다.
분명 이 가설은 비전 74 양산을 결심하게 된 계기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러나 비전 74를 어떤 파워트레인으로 할지, 양산은 언제 할지 등의 결정을 앞당기게 할 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극히 제한된 수량과 높은 가격으로 차량을 출시한다. 현대차는 '기술력 과시'와 '헤리티지 어필'을 선택한 것 같다.
비전 74라는 이름은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포니쿠페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재해석하여 탄생했으며, 현대자동차 공식 자료와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역사를 어필하려고 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전 세계 점유율 1위에 달하는 현대가 고성능의 수소전기차 기술력을 보유했음을 어필하여 수소전기차 업계의 1위 포지션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해석해 보았다.
비전 74와 상용차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현재 업계 상황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현재 중대형 카고, 윙바디, 트랙터와 같이 고중량의 화물을 싣고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상용차는 디젤기반의 내연기관을 대체할 파워트레인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현대는 고성능 수소전기차인 비전 74를 통해 상용 디젤 파워트레인의 대체제를 제안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다.
테슬라에서 세미트럭이라는 이름의 트랙터의 출시를 예고했지만 시장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물론 아직 양산도 되지 않아 현장에서의 데이터도 없을뿐더러, 특히 북미 트럭커가 최대 700마일(약 1126km)을 이동하는데 거대한 배터리의 충전시간을 감안하면 800km 대의 주행가능거리도 높은 수치라 할 순 없어 보인다.
그에 비해 수소전기차는 이런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미 일부 유럽국가와 미국에 현대의 수소전기트럭으로 완충상태로 700km 대를 주행하고 전기차 대비 빠른 연료 보충시간으로 실용성과 신뢰성을 입증해가고 있다. 이는 곧 '시간이 돈'이라는 물류 업계의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는 이런 실적을 비전 74를 통해 부각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나름 관심을 갖고 조사도 하면서 현대자동차가 수소전기차에 대한 열정과 상용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아직 내연기관을 선호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변화는 필요하기에... 이왕이면 국내 브랜드가 더욱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에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를 상용차로 어필한다고 하면 마케터인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 보는 내용으로 올려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