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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검 Mar 22. 2023

재미있는 연변말 10탄-와자자하다

춘분이 지나니깐 날씨가 제대로 풀리는 같다.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여 오르는 모습이  보일 듯 말 듯 안겨온다.

도로변에도 그리고 공원 뒷산에도 이젠 눈이 가뭇없이 녹아내려,  이 땅을 적시고 떠나갔다. 두아의 원(窦娥冤,원나라 때 유명한 희극)이 없는 이상, 7개 월이 지난 후에야 다시 설경을 볼 련지


대신 민들레가 밥상에 오르는 걸 봐서는 산나물이 하나둘씩 기지개를 켜고 있고,  공원에서도 따스한  봄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아지고, 스피커를 켜놓고 광장무(广场舞)를 좌우앞뒤로 군대처럼 편대를 이뤄 열심히 추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사진 1. 붉은 티셔츠를 입고 광장무를 추는 사람들, 출처: Baidu검색


여기서 광장무를 간단히 소개하면, 중국에서 남북을 막론하고 매우 보편화한 단체 춤으로 앞에 춤을 리드하는 고수가 하나 있고 나머지 인원은 종횡으로 줄을 맞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다. 광장무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대 제사활동에서 샤먼이나 무당이 추는 춤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다.  물론 춤이나 노래를 막론하고 모든 예술의 기원이 원시사회의 종교의식에서 유래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광장무처럼 단체로 획일적인 춤을 추는 경우는 지난 세기 50~60년대에 중국 국내에서 유행했던 홍위병들의 단체춤-忠字舞에서 영향받았다고 하는 일부 전문가들도 있다.

마침 그때 홍위병 그 사람들이 현재 광장무의 주력인 광장아줌마(广场大妈)의 나이대와 겹치기도 하고.ㅎㅎㅎ

사진 2. 충자무를 추는 사람들, 출처: Baidu검색


여하튼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원 안에는 광장무 추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데, 그 종류도 여러 가지 음악도 여러 가지라, 거기에 인원구성도 여러 가지라 좋게 말하면 흥성흥성하고 나쁘게 말하면 와자자하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와자자하다"는 연변말로 여럿이 정신이 어지럽도록 시끄럽게 떠들고 지껄이는 그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와자자하다는 "와"+"자자"+하다의 조합으로 보이며,

와는 떠들썩할 화(한자 哗,발음: HUA)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네이버 국어사전 해석으로는 "여럿이 한꺼번에 몰려 움직이는 모양" 혹은 "여럿이 한꺼번에 웃거나 떠들거나 지르는 소리"의 의미를 갖고 있다.


자자는 한자 藉藉(jiji)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중국 baidu에서 검색해 본 결과, 藉는 "고대 제사를 지내거나 황제나 왕을 뵙을 때 바치는 공물의 받이개를 가리킨다"고 한다.  {《说文》:“藉,祭藉也。”}

藉는 글자에서도 보다시피 稭(짚고갱이, 한어 발음 Jie, 짚에서 이삭이 달린 줄기)로 엮어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그 특성상 제때에 자(藉)를 만들지 않으며 엄청 무질서하고 어지럽게 된다.

전설 속에 승냥이가 풀밭에서 휴식하다가 떠날 때 풀을 어지럽게 하여 그 종적을 감춘다고 한다. 하여 낭자(狼藉)란 단어가 나왔으며 , "여기저기 흩어져 어지러움"을 의미한다.


와(哗)에 대한 해석과 자자(藉藉)에 대한 해석을 결합하면, 여럿이 한꺼번에 웃거나 떠들어서 무질서하고 어지러움을 의미한다.


물론 광장무를 추면 노인 분들한테 좋은 점도 많다. 독거노인(空巢老人, 자식들이 분가하거나 외지에서 생활하여 혼자 사는 노인들)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운동 강도가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이라 심폐기능을 제고하고 면역력을 올리며 근육을 강화하고 몸의 평형능력을 유지시키는데 도움 된다. 지어는 기억력 감퇴나 치매예방에도 탁월하며, 수면품질을 제고하는데도 좋다.


하지만 문제는 노인들이 자기 권익만 너무 추구하는 바람에 간혹 농구장이나 축구장 등등 공공 체육시설이나 거리 등을 무단점거하는 문제,  스피커를 빵빵 틀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휴식이나 생활에 영향주는 문제, 부동한 광장무를 추는 패끼리 장소나 인원 관련  싸움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간혹 형사문제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는 광장무 때문에 와자자한 느낌을 자주 받는 다. 물론 광장무뿐만 아니고 북경역(北京站)같은 대도시의 교통중추에서도 그런 느낌을 강열하게 받는 다, 14억  인구 대국이라 북경 상해 광주 심천 같은 대도시에서는 피하기 힘든 장면이다.


그럼 한국에서는 어떤 경우 와자자한 느낌을 받을 까?

바로 시위나 집회일 때 이다.

여행 관련 일을 하면서 서울에서 주말에 행사를 뛸 때, 경복궁에서 서울시청 광장에 이르는 구간 주변을 이동할 마다 그 느낌이 가장 강열한 같다. 서울 시내는 주말이면 대부분  파업이나 시위가 자주 발생하는데, 어디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흘러나오는지 도로는 꽉 막혀버리고,

일정은 빡세고 마음은 급한데 파업이나 시위대 영향으로 관광버스는 굼벵이가  기여가 듯 천천히 천천히 가다가 가끔 멈춰버리고, 그땐 심장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가빨라지고 초조감이 급습해 와서 안절부절 못한 다는 ….


사진 3. 광화문 광장 집회, 출처: 구글검색


인구밀도가 과도하게 많은 지역들은 이래저래 와자자한 장면을 피해 가기 힘든 것일까? 티베트처럼 몽골처럼 백 킬로를 달려도 인가를 볼까 말까 하면 아마 이런 걱정은 안 하겠지만은,


그때는 또 내 자동차의 기름통이 충분할까? 핸드폰 신호가 안되거나 바테리가 다되면 어떨까 밤에 도로변에서 차박하고 잘 때 맹수나나 강도들이 달려들면 어쩔까 등등 크고 작은 다른 걱정들을 하겠지.


마치 추위가 잦아들고 따뜻한 봄이 되니깐 또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를 걱정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나니 마음이 넓어졌는지 아니면 사회가 더 질서 있게 되고 사람들이 더욱 문명해 졌는지, 또 아니면 이젠 면역력이 생겼는지 똑같은 일을 당해도 와자자하다는 느낌이 조금씩 조금씩 줄어드는 같다.


아마 언젠가는 사람들이 와글바글한 공원 안에서도, 아니면 서울 주말 광화문광장에서도 가볍게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제 갈길을 가는 나를 발견하지 않을 까.


이상, 재미있는 연변말 10탄-와자자하다였습니다. 단어 관련 더욱 정확한 해석 같은 것이나 조언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검.



2023년 3월 22일 오후 4시 47분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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