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피면

겨울이 오나 아니면 봄이 오나

by 백검

이상기후때문에 겨울인 듯 아닌 듯한 착각을 하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는 같다. 정확히 20년 전 IT컨설팅 회사 동료들과 함께 운남에 갔을 때도, 옥룡설산(玉龙雪山)의 만년설이 많이 녹아내려 그 아래에 골프장이 들어섰다는 등 가이드 분 얘기를 듣고 그저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젠 자연산 명태가 강원도에서 북쪽으로 올라 간지 한참이고, 작년에는 방어도 차가운 바다를 찾아 북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주요 산지가 제주도에서 강원도로 가 주요 산지로 변경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친구가 탄소순환을 연구하는 관계로 지구온난화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지는 같고 아예 데이터범주에서 벗어나서 시각적으로 눈에 더 확실하게 보이고 느껴지는 같다. 비록 위대한 천조국의 위대한 트럼프 아저씨가 기후 온난화가 사기니 뭐니 떠들어도 말이다.


그중 하나가 꽃이다. 제주로 돌아오기 전 북경에서 대학교 울안에서 만났던 개나리 꽃은 상당한 충격을 안져 주었다. 중국 북방지역에서 봄을 알리는 꽃으로 알고 있던 개나리가 한 겨울에 피다니.

대륙성기후에 속하는 상대적으로 추운 북경이 그러하다면, 해양성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제주도는 다른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하여 비 오는 지난주 토요일 산책 겸 꽃구경도 할 꼄 한라수목원 나들이를 갔다.


잔잔한 고속에서 고즈넉한 거리를 걸어가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연동 흘천5교 부근에 도랑 옆에 곱게 핀 동백꽃

제주도 특유의 화산섬 위에 곱게 핀 동백꽃. 동백꽃은 피면서 지는 꽃이다. 비록 현재는 지는 꽃이 얼마 안 되지만, 갈수록 많아진다. 피면서 지는 꽃, 게다가 개화시기가 11월 중순부터 3월 중순이나 말쯤 된다.


늦봄이 되면 동백나무 아래에 수북이 쌓인 꽃들을 보면서 지겠지 지겠지 생각하다가도 다시 피어오르는 동백꽃을 보면서 가끔 그 왕성한 생명력에 놀라기도 한다.


제주도의 강한 그리고 가끔 차갑기도 한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겨울과 봄을 끝까지 이어주는 동백꽃. 동백꽃이 완전 지고 나면 제주도는 벚꽃시즌에 들어간다.

담벼락 옆에 핀 꽃댕강나무, 개화기가 6월~10월로 되어 있는데 1월에 피어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기후가 이상해지니 꽃들도 이상해지는 가 보다.


작은 앵두 같은 피라칸타(pyracantha),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이 옛날 시어머니들이 좋아하게 생겼다. 실제 공기정화에 탁월하고 소화장애나 혈액순환에 좋다고 한다.
개나리, 봄을 알린다 하여 중국에서는 영춘화(迎春花,봄맞이꽃)로 불린다.
오스테오스퍼멈: 국화과로 파란색, 노란색, 하얀색, 분홍색 등 색갈이 다양하다
모란, 옅은 분홍치마를 입은 새색시 같은 꽃.
동백꽃, 비속에서 잔잔한 이슬이 맺힌 꽃잎. 생생하고 함초롬한 것이 학창 시절 연인의 입술 같다.
흰 애기동백나무. 앙드레김 패션쇼에 선 이영애처럼 단아하고 우아하다.
제주도의 귤. 12월까지 감귤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귤을 보면 꽃 같아 보인다.

제주도의 상징이 한라산과 성산일출봉과 해녀와 감귤이다. 옛날에는 나라님한테 조공했다는 유서 깊은 제주도 감귤이고, 또한 영주 10경(瀛洲,옛날에 제주도를 신선이 사는 섬이라 하여 영주라고도 불렀음.)에 속하는 규림추색(橘林秋色,귤나무 우거진 가을 풍경)으로 유명했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제주도 감귤이 이젠 육지에서도 생산한다는,

그래서 제주도 감귤 농사를 하시는 분들은 태풍이 불어도 고민, 귤 풍년이 되면 그 가격이 꼭두 박질 쳐서 고민, 이제는 전라도나 경상도에서 생산되는 감귤 때문에 고민이 하나 더 생긴 같다.

비물에 흠뻑 젖은 인디언국화
화산암 돌담 옆에 곱게 핀 노란 국화꽃. 노란 국화꽃은 그리움을 상징한다고 한다.
월계화: 5월에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주도는 2025년 1월에 피였다. 이쯤 되면 생명공학에 감사해야 하는지 아니면 온난화에 감사해야 하는지 헛갈린다. ㅠㅠ.
한라수목원 입구, 설탕단풍 나뭇가지 그리고 잎.
비속에서 아련한 갈퀴망종화, 주로 여름에 핀다는 망종화가 한겨울에 피니 백과사전을 다시 써야 할 듯.
산철쭉, 21년 3월에 경상남도 양산 뒷산에 올랐다 산철쭉 본 적이 있는데 1월 초에 한라수목원에서 보다니, 감개무량하다.


한라수목원 산책로. 초가을 같기도 하고 봄날 같기도 하다. 속담에 대한이 소한집에 놀러 가서 얼어 죽는다고 했는데, 추위는 모르겠고 가을과 겨울과 봄날이 오손도손 소꿉놀이 하는 듯
빗물이 방울방울 달린 나무.
빗속 묵묵히 서 있는 돌하르방.
따스한 겨울날 비속에서 데이트를 즐기다 행인을 쳐다보는 노루


야생동물보호법 때문인지 몰라도 제주도 야생동물들은 사람 무서운 줄 모른다.


중국 같으면 바스락 소리에 소스라쳐 놀라 천방지축 수풀 속으로 도망쳤을 노루가 약간은 천진란만, 약간은 경각심과 호기심이 찬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How are you?라고 인사 라도 하고 가야 하나 싶다 가도 괜히 젊은 친구들의 좋은 데이트를 망치는 같아서 사진만 남기고 조용히 떠났다. 올해 가을쯤 되면 작은 노루 볼지도 누가 알겠는가?

광이오름 정상에서 멀리 내다본 한라산 정상. 비와 안개 뒤에 숨어 버렸다.
산책로에 곱게 드리운 동백꽃 터널. 꽃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들은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비물에 푹 젖은 동백꽃. 아름답다.
역시 비에 푹 젖은 흰 애기동백꽃.


추워야 할 소한(小寒)의 비속에서 아름답게 핀 꽃들을 보면서 좋은 시간을 보낸 같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우울했던 그리고 씁쓸하고 아팠던 나쁜 정서들이 하나둘씩 흐르는 빗물과 함께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약간 걱정되는 것은 문장서두에서 밝히 듯이 이 놈의 이상기후의 끝은 어디일까?

100년이나 50년 후가 아니라 10년 후, 더 나아가 5년 후에는 또 어떤 일들이 발생할 까. 위대한 제2 제3의 "트럼프"가 더 올라오고 대신 겨울은 짧아지다 아예 사라져 버리지나 않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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