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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Apr 25. 2021

아이의 두 집 살이

이혼가정 자녀는 무엇을 원할까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보니 같은 반 친구들 중에 부모가 이혼한 경우가 더러 있다. 우리나라는 보통 엄마나 아빠 한쪽의 집에서 사는 게 대부분일 텐데, 내가 본 경우는 대개 엄마와 아빠 집을 오가며 사 것 같다.


이유를 따지자면 이런 두 집 살이가 이혼하더라도 부모 한쪽과 관계가 단절되지 않게 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KELA(사회복지국) 같은 정부기관에서 권장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여성의 취업 비중이 높엄마나 아빠나 시간은 똑같이 부족한쪽양육을 전담하고 상대방이 양육비를 지급하는 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소득세 비율이 높다 보니 이혼 후에 양육비까지 주면 생활하기 만만찮 것이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 집을 일주일 정도씩 번갈아 오가며 사는 경우도 있고, 부모 중 어느 한쪽이 학교에서 먼 곳에 살면 주중엔 엄마 집, 주말이나 명절엔 아빠 집 하는 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암만 그래도 아이들은 대개 친엄마랑 같이 있는 간이 더 길고 그걸 편하게 느끼는 것 같기는 하다.

Lasten Uutiset

몇 주 전에 핀란드 일간지 'Helsingin Sanomat'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용 주간지 'Lasten Uutiset'에 이 두 집 살이에 대한 기사가 두 면에 걸쳐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매년 핀란드에서는 3만 명의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다고 한다. 른 자료원을 보니 이중 1/3 정도가 부모의 집을 번갈아가며 산다고 한다.


핀란드 인구협회(내가 번역한 책 '엄마, 나도 사랑을 해요'의 저자 라이사 카차토레 선생님이 전문의로 일하는 곳이기도 하다)의 가족관계 전문가 민나 야콜라(Minna Jaakola)는 이혼가정의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 아래와 같은 조언을 했다. 어린이들에게 주는 조언이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성인일 것 같아 조금 내용을 바꾸어 적어 본다.

아이들은 보통 한 집을 떠나 다른 집에 도착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 이 과정을 편하게 해 줄 방법을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자.

가족 구성원이 많다면 아이가 잠깐 엄마 혹은 아빠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때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자.

아이가 두 곳을 모두 자기 집이라고 느끼려면 아이의 물건들과 아이만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 조언은 다른 곳에서도 읽었는데 집도 커야 하고 우산, 장화나 겨울 점퍼, 외부활동용 바지 같은 것도 다 두 개씩 구비하러면 돈이 많이 들겠다는 생각이...)

가끔은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울리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럴 땐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것도 좋다.

아이에게 이혼의 긍정적인 면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새로 생긴 언니 오빠나 동생들을 말이다. (이혼 후 재혼가정을 핀란드에서는 말 그대로 새가정, Uusiperhe라고 부른다)

핀란드에는 이혼 가정에 대한 연구나 서적도 꽤 많은 편이다.

아이의 친구들 중 한 가정은 형제가 굉장히 많다. (대략 한 손으론 셀 수 없고 두 손 안에는 든다고 하자) 막 입학했을 땐 재혼한 아빠와 학교 근처에 사는 엄마 집을 오갔는데, 얼마 있다 엄마도 재혼해서 이사를 갔다. 이제는 학교가 엄마 집이랑 아빠 집의 중간지점쯤 되는데 아이들은 버스를 타고 그 어느 곳에서도 가깝지 않은 학교에 다닌다. 

나는 그 아이들의 엄마 아빠와 재혼한 배우자들, 자녀들을 다 만나봤다. 처음 인사를 할 때 그 아빠는 아이들에게 '보너스 형제들'이 많다고 했는데, 이는 의붓형제에 대한 보편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제를 봐줄 사람이 없어 그런지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착하다. 가끔은 나이에 맞지 않게 공손하다는 느낌까지 받는데 이 일찍 든 것 같다.


이혼가정이라고 해서 아이가 어떻다거나, 아이 때문에 부모가 이혼이나 재혼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엄마 아빠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혹은 노란 머리 대머리 되도록...?)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동화가 아니니 말이다. 

개인적으론 이혼가정이든 아니든 부모가 아이에게 쏟는 시간과 정성이 아이의 정서에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인격이 형성되고 있는 아이들이니 부모가 변화에 적응하고 여유가 생기면 나아질 가능성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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