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찬가지로 외동인 아이는 싸움에 서툴다. 흔히 외동은 자기만 안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내가 보기엔 대개는 가만히 있어도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사랑이나 (참 올드한 예지만 허진호 감독의 1998년 작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심은하가 분한 다림이가 투게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회상하는 과거사처럼) 한정된 자원을 나눠갖기 위해 형제자매와 경쟁해본 적이 없으므로 전투력이 좀 떨어진다.
좋게 말하면 순하고 나쁘게 말하면 어리숙하달까. 그래서 가정에서 형제자매 간의 경쟁을 통해 사회성을 예습한 친구들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신기하게도 집에선 울고 떼쓰는 걸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밖에선 좀 드센 친구가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는 경우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제까지나 엄마가 따라다닐 수도 없고, 비슷한 성향의 아이들만 만날 수도 없기에 친구의 요구는 네가 원하는 만큼만 들어줘라, 약속을 어기는 아이에게는 너도 화가 났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하지만 아이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핀란드 인구협회의 전문의인 라이사 카차토레 선생님의 "끈기, 의지, 자존감"(2019)이라는 책을 읽다 싸움에 임하는 사람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이 있어 일부 내용을 옮겨 본다. 역시... 우리 아이는 순종적 침묵형...?
순종적 침묵형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뜻으로 한 말(행동)이 아니야. 실수였어. 그건 너 해도 돼.
순종적인 유형은 자기감정을 숨기려고 한다. 아이는 자신의 분노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고, 침묵하고, 미소를 지으며 생각에 잠기거나 울음을 터트린다. 이런 유형은 종종 자기 의견을 과소평가한다. 자기변호를 하기보다 다툼이 곧 끝나거나 상대방이 자신을 동정하길 바란다.
그 결과로 순종적인 유형은 쉽게 괴롭힘의 대상이 되거나 업신여김을 당하게 된다. 이런 사람의 의견과 희망은 종종 망각된다. 상대방은 이런 일이 있는 줄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감정과 분노를 말하거나 그 이유를 드러낼 엄두를 내지 못하며, 다른 사람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
위협적 공격형
내가 말하는 대로 해! 내가 정할 거야!
위협적인 사람은 자기감정을 강하게 표현한다. 그는 강력한 표현과 몸짓을 쓰고, 큰 소리로 말한다. 그는 잔인하고 비열한 말을 하고 상대방을 탓하고 상대방의 성격과 특징을 비난한다. 이런 유형에겐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게 일상적인 일이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빠르게 이루고자 하며 상대방의 감정은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폭력을 가하며, 일부러 다른 사람의 감정이 상하게 한다.
예측불가 돌발행동형
이런 사람의 행동은 상황에 따라 갑자기 변한다. 그는 모순적이고 빠르게 변하는 기분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하다. 겉은 웃고 있어도 매우 화난 상태일 수도 있으며, 따라서 돌연 폭력을 행사해 화를 풀기도 한다. 그는 평온하게 보이다가도 갑자기 무섭게 변한다. 정의롭게 행동한단 말은 다만 자기변호일 뿐이다.
심지가 굳은 형
심지가 굳은 사람은 자기 기분과 원하는 바를 솔직하고 진실하게 표현한다. 또한 말할 때 상대방을 존중한다. 이런 유형의 자세와 표현은 평온하며 여유가 있다.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고 평온하게 행동한다. 상대방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고 경청한다. 의지가 있고, 건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말한다. 자신과 상대방을 공정하게 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