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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May 05. 2021

자일리톨, 너는 내 운명

Sen täytyi tapahtua (2015)

핀란드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핀란드의 3대 발명품으로 싱크대 위 식기 건조대, 야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의복용 야광 반사판, 자일리톨이 있다고 한다. (출처 : 오늘날 내 핀란드어 실력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핀어 교재 Suomen Mestari 4권) 커피에 관한 핀란드 책을 한 권 번역하고 나니 자일리톨에 관한 책은 없을까 해서 도서관을 찾아보았다.


Kauko K. Mäkinen은 투르쿠 대학교 치의학과 명예교수다. '자일리톨 교수'라고 불리기도 하고, 핀란드 식품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 분이 2015년에 낸 책이 "Sen täytyi tapahtua"(It had to happen)라는 책인데, '모든 핀란드인이 알아야 할 자일리톨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무려 471페이지에 달하는 노교수의 책은 어지간한 대학교 교재에 해당하는 두께와 위용을 자랑한다. 표지에 나타난 자작나무 숲과 이파리 사진처럼 우직한 내용의 이 책은 사실 '모든 핀란드인'을 독자로 삼기에는 과학의 비중이 꽤 크다.

나 역시 처음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수십 년 만에 마주한 화학식과 도표들에 당황했으나 이런 부분을 적당히 건너뛰면(?) 미국 FDA 승인이나 중국, 한국 등 해외 전파를 위한 노력, 불소와의 경쟁관계(저자는 불소 쪽에서 지나친 경쟁심을 가진 것이 의아하며,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본다) 등 경제경영 전공자로서도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다.

 결국은 평생을 연구해온 '자작나무 설탕'의 역사와 연구의 발전과정을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뚝심 있게 기록한 저자의 끈기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우연찮게도 이 책에는 자일리톨 연구에 참여한 대한민국 대구의 경북대 치의학과 교수님의 성함과 남구의 유치원 세 곳의 위치를 표시한 대구 지도가 실려 있다. 한국과 핀란드 사이에 핀에어 직항이 아직 운영하지 않던 2002년~2003년에 한국의 박테리아 샘플은 도쿄를 거쳐 투르쿠에 도착했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6번째로 큰 도시 투르쿠도 인구 20만에 불과하기 때문인지 대구를 '밀리언 시티'라고 여러 번 언급한 부분도 흥미롭다. (오늘날 대구 인구는 240만이니, 투르쿠의 10배 정도다.)

책에 나온 내용을 다 언급하긴 어려워 핀란드 언론 Yle에 소개된 자일리톨의 연대기를 옮겨 본다. 내용의 상당수가 상기 Kauko K. Mäkinen 교수님의 책과 Sitra 등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https://yle.fi/uutiset/3-10574195

1800년대 : 프랑스와 독일 화학자들이 자일리톨 발견

1940년대 :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자일리톨이 당뇨병 환자 식단에 유용함이 밝혀짐

1969년 : 핀란드 자일리톨 연구의 대부 Kauko K. Mäkinen 이 젊은 생화학자로서 투르쿠 치대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함

1970년 : 초기 실험단계에서 자일리톨의 효능이 드러남

1972년~1974년 : Sitra(핀란드 혁신기금)의 의뢰로 'Turku Sugar Studies' 수행. 충치에 대한 자일리톨의 효능을 드러낸 실험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끌게 됨

1970~1990년대 : 자일리톨의 황금기로, 저자는 '영원한 크리스마스'라고 표현. 껌, 사탕 등 자일리톨 관련 상품들이 다수 등장하며 수출도 증가

1988년 : 세계 최초로 핀란드 치과의사협회가 자일리톨 사용 권고

2000년대 : (Leaf Oy 등) 자일리톨 제조물량의 상당수가 해외로 이전됨. 새로운 연구도 많이 줄어듬. 그러나 여전히 자일리톨은 핀란드인의 치아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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