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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ctoria Jun 14. 2021

지방선거에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핀란드 지방선거 투표 소감

코로나로 인해 미뤄졌던 지방선거가 6월 13일(일)에 치러졌다. 2주간 진행된 사전선거 기간 동안 투표한 유권자들은 32%에 달했다. 드라이브인 투표소와 자가격리 중이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실외에서라도 투표를 하게 지만 코로나가 무섭긴 힌지 최종 투표율은 70년 만에 최저라는 55.1%를 기록했다.


나는 '최근 2년 내에 51일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한 외국인'으로서 투표권을 얻었다. 핀란드의 지방선거는 후보자 수가 수백 명에 달하며, 직업 정치인도, 돈을 많이 버는 전문직도 아닌 후보들도 많다. 이렇게 많은 후보들 중에 한 명을 골라야 하니 유권자로서도 머리 아픈 일이다.


유권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선거기간엔 언론사마다 'Vaalikone'(선거 기계)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성향과 맞는 정치인을 찾아볼 수 있는 페이지를 운영하는데, 20개가 넘는 정치적 현안에 대한 견해나 후보자의 성별, 나이, 거주지역, 중점 공약분야를 선택함으로써 자신과 정치적 관점이 비슷한 후보를 찾아볼 수 있다.


선거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2021 선거 기계도 막을 내렸기에 아쉬운 대로 언론 기사에 남아 있는 설문의 내용을 옮겨보겠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지방세를 더 낼 수 있다
세로축은 정당 이름, 가로축은 해당 질문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5점 척도로 나타낸 것이다. 왼쪽/빨간색일수록 강한 부정, 오른쪽/녹색일수록 강한 긍정이다. 출처 : Yle
지방정부의 수입과 지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세수를 늘리기보다 지출을 줄여야 한다
출처: Yle

지방정부 지출 절감과 관련해선 좀 더 자세한 설문 항목이 있았는데, 지출 절감이 불가피할 경우를 대비해 대여섯 가지 항목의 (포기할 수 있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납세자이기도 하지만 공공서비스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부모인 나는 교직원 수나 학교 건물 등 교육 인프라를 희생하면서까지 세금을 줄이고 싶지 않다. 한편으론 노인요양서비스나 시의 문화 관련 서비스 예산도 삭감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웃소싱이 공공서비스의 질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지는 확신이 없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며 주의 깊게 여러 항목의 순위를 정했다.

내가 사는 곳은 이민자가 없어도 건재할 것이다
출처 : Yle

(골수) 핀란드인들의 당과 타 정당의 노선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문항이다. 핀란드인들의 당의 93%가 이 문장에 동의하고 있으며, 심지어 63%는 매우 동의한다. 다른 정당들은 동의하는 비중(다소 동의+매우 동의)이 50%가 되지 않는다. 

 특정 현안에 대해선 '다소 동의/다소 반대'나 '기권'보단 '매우 동의/매우 반대'하는 소신 있는 후보가 좋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소 동의/다소 반대'를 고르는 편이 나 같은 두루뭉술한 유권자와 선거 기계의 간택을 받기엔 좋은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26개의 설문에 대답한 결과는 일치율 70%가 넘는 10개의 정당이었으니까.


20만 인구의 투르쿠 지방선거엔 쟁쟁한 후보자들도 있었다. 육아휴직 중인 교육부 장관 리 안데르손, 투르쿠 시장 민나 아르베 등등. 반면 평범한 시민인 남편 친구, 아이가 다녔던 유치원 원장도 있다. 몇 년 전에 투르쿠 도서관에서 다언어의 날 행사를 하며 알게 된 러시아 이민자인 지인도 출마했는데, 3천~6천 명에 달하는 투르쿠의 러시아어를 쓰는 유권자들의 권익을 위해 출마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민자 비율이 높은 지역에선 사전선거 부정청탁 의혹이 있었다. 누군가가 사전선거가 이뤄진 도서관에 유권자들을 데려와 특정 후보를 뽑도록 강요했다는 것인데, 해당 후보가 누구인지는 보도되지 않았다. 이민자 국가의 문화적 배경에 따른 현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올해 지방선거 결과는 연정당(중도 우파)과 핀란드인의 당(극우파) 등 우파가 득세했다. 연정당은 헬싱키(유하나 바르타아이넨)와 투르쿠 시장(민나 아르베 연임)을 배출할 수 있게 된 반면, 사민당(좌파)은 신나 마린 총리의 표몰이에도 불구하고 불과 26표 차로 탐페레 시장직을 연정당에 넘겨주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당, 사민당, 녹색당 등 좌파는 전체적인 열세를 보였다. 그래도 육아휴직 중인 리 안데르손 교육부 장관(이자 좌파당 총수)은 5천 표를 얻어 투르쿠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내가 사는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정치는 많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 분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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