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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진 Jul 11. 2019

외국에선 바보가 되는 건가

그런 거 같다

 집을 구했으니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야겠죠?

도와줄 사람도, 차도 없는 저는 며칠에 걸쳐 혼자 아등바등 장을 봤습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Wal mart. 일단 규모 면에서 이곳에서 가장 큰 마트이고, 없는 것 빼고 다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식품부터, 옷, 공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외국에서는 원래 장 하나 보는 것도 어려운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하루였거든요. 여기서 미리 한 가지. 저는 군대에서 분대장 파견 교육 때 독도법(지도를 보고 해석하는 법) 만점을 받은, 나름 지도 잘 보는 사람이랍니다. 자랑 아닌 자랑을 한 이유는 제가 얼마나 바보가 되었는지 말씀드리기 위해서예요.


 한국에서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호기롭게 구글 지도에 Wal mart를 검색하고 찾아갔습니다. 계속 걸었습니다. 걷고 또 걷고. 핸드폰을 이리 돌렸다 저리 돌렸다를 반복하며 걸었지만 뭔가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버스를 타고 가자.’라고 느끼고 정류장을 찾았지만 버스 카드가 없다는 걸 그제야 알았고, 캐나다에서 버스를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부랴부랴 검색해서 찾았는데 세븐일레븐과 같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주변에 가까운 편의점이 있는지 또 찾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편의점은 없었고 유일하게 하나 있던 곳은 집 근처.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린 후였습니다. 그렇게 버스 타는 것도 포기한 채 무작정 걸었습니다. 그래도 걷다 보니 다행히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습니다.(Wal mart는 업타운에 있었고 제가 출발한 곳은 다운타운이었습니다. 업 앤 다운. 그만큼 많이 떨어져 있었답니다.)


길 건너는 것도 신기 할 때


 근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Wal mart라는 간판은 분명히 내 눈앞에 보이는데 입구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주차장 입구만 보이고 사람 들어가는 입구는 보이질 않았어요. 그래서 위로도 가보고 아래로도 가보고 하다가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서 보니, 주차장 입구 옆에 조그맣게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가 있었습니다. 분명히 자세히 봤었는데 왜 처음엔 보이질 않았을까요? 지금도 의문이에요. 그렇게 우여곡절이 뭔지 몸소 체험한 후 마트에 들어섰을 때 이미 저는 모든 힘을 다 땅에 버렸을 때였어요.


 그래도 당장 덮고 잘 이불조차 없었기 때문에 주저앉을 시간이 없었고 이 곳 저곳을 누비며 필요한 것들을 챙겼습니다. 이때도 조금 생각을 하고 장을 봤었어야 했는데 눈에 ‘필요하겠는데?’ 싶으면 전부 카트에 담았어요. 그 후에 그 짐을 들고 갈 생각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말이죠. 생각 없이 본 장은 큰 화를 부른 다는 걸 이때 깨달았습니다. 계산 후 쌓인 짐들은 제가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가기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양이었어요. 혼자 허탈한 웃음을 진 채 택시 타는 곳으로 짐을 하나 둘 옮겼고, 그렇게 캐나다에서 처음 택시라는 걸 타보게 됐답니다. 경험은 소중하니까요.. 괜찮아요..


생각을 하고 행동 하자!

 택시 기사님도 제 어마 무시한 짐에 놀라셨는지 싣는 걸 도와주시다가 이 것, 저 것 질문을 하셨습니다. 어디서 왔냐, 무슨 비자냐, 언제 왔냐 등등. 완벽하게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느낌으로 질문을 파악하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영어를 동원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집에 다다랐습니다. 며칠 살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반갑던지요. 친절히 도와주신 기사님께 팁도 넉넉히 드리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넉 다운. 지나친 호기로움은 화를 부른다는 큰 깨달음을 얻은 하루였습니다.


다음엔 미리 생각을 좀 하고 움직여야겠어요. 여긴 외국이니까!





@victor_yo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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