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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재 Jan 19. 2023

121. 꼰대 탈출법

초창기 인류는 채집과 수렵으로 생계를 해결했다. 언제나 먹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떠도는 이동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농경법과 목축법을 터득한 후, 드디어 한 곳에 머무는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채집과 수렵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지 않았지만, 계절적 변화에 맞춘 농사법과 목축법은 오랜 경험에 의한 지식과 기술을 요했기에, 공동체의 노인들은 늘 어른으로서 마을사람들로부터 공경과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생계유지법은 오로지 노인의 입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공경은 15세기 독일의 인쇄업자 구텐베르크가 납으로 활자를 만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쇄술의 발명은 경험과 지식의 범람을 낳았고, 이는 세계사적으로 르네상스와 종료개혁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그 이전까지 소수 지배계급의 전유물에 불과했던 책이 대중 속으로 급속히 전파되어 이제 지식과 경험은 더 이상 노인들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전부터 누렸던 노인에 대한 공경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특히, 2007년 미국의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븐 잡스는 핸드폰과 컴퓨터를 합친, 아이폰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의 경험과 지식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사망선고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남녀노소 누구라도 손에 든 스마트폰을 통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언제 어디서라도 바로즉시 검색해서 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노인의 자리는 이제 더 이상 불필요해졌다. 모르거나 궁금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웹서핑이나 구글링을 통해 손쉽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21세기 대한민국의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노인들만 앉도록 만든 '경로석에 대한 푸대접'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학생이나 젊은이는 자기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 더 이상 어른과 노인을 찾지 않는다. 왜냐하면 몇 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모든 답을 폰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먹고 늙어감이 조금 더 초라하고 측은해 보인다.


더욱이, 급격한 기술발전은 세대 간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1980년 ~ 2008년의 MZ세대는 그 이전 세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남의 간섭을 극도로 싫어한다. 스마트폰 세대답게 모든 답은 폰에서 찾고, 어른들과 직접 대화는 꺼리며, 되도록 전화통화보다 비대면 문자로 소통하려는 경향이 짙다. 더욱이 저출산 시대의 MZ들은 형제 없는 외동이 대부분이기에 통화보다 채팅을 선호한다. 


그래서일까, 집에서 부모님과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씀을 조언이나 충고 아닌 꼰대질로 폄하하는 경향이 많다. 꼰대질이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켜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분명 부모세대와 MZ세대는 자라온 시대적 환경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의 조언과 충고를 한낱 오지랖 넓은 잔소리로 취급하기엔 그들의 경험과 지식이 너무 값지다. 


어른이나 노인의 조언이 꼰대질이 되지 않으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민사소송법에 처분권주의(處分權主義)가 있다. 소송의 심리에 관한 원칙으로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 절차의 종결에 대해 당사자의 처분에 맡기는 것을 말하며 이는 소송물에 대한 처분의 자유를 의미한다. 개인주의에 기초한 사적자치에 그 근거를 둔 것으로, 모든 소송은 당사자가 원한 것만 심리하고 심판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주문한 것만 서빙한다는 것이다. 


묻지 않은 조언은 참견이고 재앙이다. 주제넘게 불필요한 참견은 불통을 낳아 서로가 서로에게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남을 대신해 내가 해줄 것이 아니라면, 선을 넘지 말고 선을 지켜야 한다. 


민주주의 본령은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세대가 다름을 우리는 인정하고 받아들여한다.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옳다 해도 그 전달방법과 전달시기가 적절하지 않아, 상대가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갈등과 분쟁은 시작된다. 경험과 지식을 갖춘 어른은 MZ세대가 맞닥뜨린 문제가 익을 때까지, 안타
까울 수 있지만, 좀 더 기다려야 한다. 한편, MZ세대는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으려 노력한 후, 마지막에 어른을 찾아 조언을 구해야 한다. 쌍방의 수요와 공급이 맞는 순간, 노인의 조언과 MZ세대의 공경이 어울리면, 더불어 사는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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