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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재 Feb 19. 2023

127.멕시코:오렌지주스, 좋아하세요?

미국에서 아침식사로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것은 매우 일반적이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는 오렌지 재배지로 유명하다. 특히, 일조량이 풍부한 캘리포니아에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오렌지주스 상표인, 델몬트(주식회사)와 선키스트(협동조합) 두 회사들이 자리한다. 델몬트(del monte)는 '산에서'라는 뜻을 가진 스페인어다. 한편 선키스트 (sun kissed = sunkist)는 '태양의 입맞춤'이라는 뜻을 지닌 영어다. 어쨌든 두 회사 모두 캘리포니아에 자리한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그런데, 왜 미국은 오렌지재배와 오렌지주스가 유명할까? 정답은 스페인 식민지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렌지의 원산지는 인도 북동부와 중국 남서부로 알려져 있다. 아랍상인에 의해 오렌지가 중동으로 전래되었고, 특히 이베리아반도를 800년간 지배했던 우마이야 왕조시대에 스페인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유럽남부에 위치한 스페인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연중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이기에, 오렌지 재배에 매우 적합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그때부터 오렌지를 대단위로 재배하고 즐겨 먹게 되었다. 지금도 스페인 남부도시의 대부분의 가로수가 오렌지이다.


15세기 신대륙 발견 후, 스페인 정복자들은 오렌지를 신대륙으로 가져가, 기후대가 비슷한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 집중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서부의 캘리포니아와 동부의 플로리다는 스페인식민지 영토에 일부였다. 그러나 1783년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대외팽창정책을 추진하면서 스페인은  1819년 플로리다를 미국에 매각했다. 이제 플로리다는 미국 땅이 되어버렸다. 한편,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 이로써 캘리포니아도 미국 땅이 되어버렸다.


스페인 식민시대부터 오렌지가 대단위로 재배되었기에, 플로리다가 스페인영토에서 미국영토로 그리고 캘리포니아가 멕시코영토에서 미국영토로 변경되었음에도 오렌지 경작은 계속되었다. 19세기 냉장기술발전이 미비했기에, 오렌지는 농업에서 산업으로 발전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였다. 저장하지도 저장할 수도 없는 오렌지는 바로 섞어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냉장기술이 발전하며 오렌지는 서서히 산업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오렌지 농사는 대풍을 맞이해, 국내적으로 대규모 오렌지 소비가 필요해졌다. 이에, 델몬트와 선키스트 두 회사는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인 오렌지주스 소비진작 광고를 내보냈다. 그때 이후부터 미국에서는 아침식사로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것이 일상화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군에 의해 1945년 해방을 맞이하고 1950년 공산주의를 막아내고, 경제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강력한 친미성향이 지배했고 남녀노소 모두 미국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그 일환으로 미국의 오렌지주스 마시기는 80년 후반부터 아메리칸 스타일로 고급스럽게 포장되었고, 상류층부터 오렌지와 오렌지주스 소비가 점차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런 유행은 급기야 1989년 미국회사 델몬트 푸드즈는 한국의 롯데칠성사와 합작으로 한국에 진출했다. 자사의 오렌지 주스 상품을 TV 광고로 선전하면서 “브라질에서도 정말 좋은 오렌지를 찾았을 때 델몬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따봉!”을 언급하는 장면을 방송했었다. 따봉(포르투갈어: Tá bom)은 "좋다"라는 뜻이며, 따봉을 말할 때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을 수직으로 올려 표현을 강조하기도 한다. 참고적으로 브라질은 포르투갈 식민지였고, 포루투갈인에 의해서 브라질에 오렌지가 전래되어 대단위로 재배되고 있다. 우리가 사시사철 오렌지를 먹을 수 있는 이유도 남반구에 위치한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재배된 오렌지가 겨울철 북반구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아랫 광고가 멕시코나 아르헨티나에서 찍었다면 따봉대신에 에스따비엔(está bien)이 되었을 것이다.


https://youtu.be/xiSn7 k0 yXE0


오렌지 주스 한잔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음에 새삼 재미있고 흥미롭기도 하다. 문득 글을 마치며 오렌지 한잔이 생각난다. 오렌지 한잔 하실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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