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영어), feria (스페인어) 시장, 서커스, 공정, 휴일
영어나 스페인어등 외국어를 배울 때,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해야 할 일이 바로 단어암기다. 대부분은 한영사전이나 서한사전등을 이용해 단어 뜻을 암기한다. 암기란 머릿속으로 그냥 외우는 것이다. 손으로 쓰고 입으로 되뇌는 지루한 반복을 통해 외우지만, 나중에 머릿속에 남는 단어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영한사전이나 서한사전은 해당 외국어와 엇비슷한 한국어를 대칭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회성을 갖는다. 단어는 해당 원어민들의 문화가 녹아져 있다. 모든 단어는 만들어진 제 이유와 배경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이를 모르고 외우니, 제대로 된 의미를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외국어를 보다 쉽게 배우려면 단순히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달달 외우기보다 단어의 유래, 어원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여기 영한사전과 서한사전에서 다의어로 분류하는 영단어 fair와 스페인어단어 feria가 있다.
fair (영어)
형용사
1. 공정한, 공평한 : a fair deal 공정한 거래, a fair price 공정한 가격
명사
1. 축제마당, 풍물장터, 서커스
2. 박람회 : a world trade fair 세계 무역 박람회, job fair 취업 박람회
la feria (스페인어)
명사
1. 시장(공공장소에 정헤진 날에 서는) : feria de ganado 가축시장
2. 축제 : feria de Sevilla 세비아 축제
3. 박람회, 전시회 (사람이 모이는) : feria del libro 도서 박람회
4. 서커스 놀이시설
5. 휴일, 쉬는 날 : dia feriado
6. 잔돈, 거스름돈
영어(fair)와 스페인어 (feria)의 공통적 의미는 시장, 축제, 박람회, 서커스임을 알 수 있다. 얼핏 보면이 각각의 의미가 상호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굉장한 연관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시장을 저자라 했다. 저잣거리에는 늘 먹거리와 옷거리 그리고 구경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배고픈이 들에 겐 국밥을, 아낙네에게는 옷감을 그리고 철없는 아이에겐 남사당패의 풍물놀이(서커스)가 제공됐던 곳이 바로 '시장'이다. 사람은 잉여농산물이 생기면, 가까운 이웃이나 원격지 주민들과 교환을 통해 효용을 추구했었다. 시장이 커지면서, 이민족이나 외국인들과도 물품을 상호 교환했었다. 이런 시장을 fair (영어), feria(스페인어)라 한다.
그래서 fair (영어), feria(스페인어)는 시장인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축제/서커스, 여러 종류의 물품들이 다 모였다는 박람회,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는 전시회란 뜻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흥정을 통해 물품교환이 이루지기 위해서는 매도자와 매수자, 쌍방이 거래가 공평하고 공정하다는 인식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거래는 이루지지 않는다. 그래서 fair (영어), feria(스페인어)는 형용사로 '공정하다'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나아가 la feria가 '잔돈'이나 '거스름 돈'이 된 이유도 바로 공정함에서 비롯한다. 가령 닭장수가 닭 한 마리를 7천원에 판다고 가정할 때, 매수자가 만원을 지불하면, 닭장수는 매수자에게 3천원을 거스름 돈으로 줘야 한다. ( 닭 한 마리 7,000원 = 매수자 지불금 10,000원 - 거스름돈 3,000원) 여기서 잔돈은 양측의 거래를 공평하게 만드는 매개이다. 그래서 잔돈 la feria는 공정함을 뜻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la feria가 '휴일'이 된 이유도 살펴보자. 예전에는 인구도 적고, 도시도 그리 발전하지 못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농어촌에 모여 자급자족 위주의 삶을 살았기에, 상설시장은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인구가 늘고 도시가 커지면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은 잦아지면서 이벤트성 시장이 생성되었다. 시장이 서는 장날은 장기에서 점차 단기로 바뀌면서 3일장이나 5일장이 열렸다. 장날 전까지 시장에 내다 팔 물건을 모았으며, 평소에는 생업(농사일)에 종사했었다. 그러다가, 장날이 되면, 생업을 내려놓고 장에 가서 갖고 간 물건을 팔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했다. 이렇게 장이 열리는 날은 일하지 않고 노는 날이라는 el dia feriado ( 장날, 휴일)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