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e diem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구절에서 유래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말이 있다. 영어 seize the day, 스페인어 capta el día로 각각 번역한다. 카르페(carpe)는 '잡다'를 의미하는 카르포(carpo)의 명령형이다. 한편 디엠(diem)은 '날' 혹은 '낮'을 의미한다. Carpe diem을 직역하면, '날을 잡아라' 혹은 '낮을 잡아라' 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쉽게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이를 의역해서, 현재를 즐겨라 (enjoy the present in English), (aprovecha el día in spanish)로 이해한다. "날 혹은 낮을 잡다"을 어떻게 "현재를 즐겨라"로 의역이 가능할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성경에 의하면, 태양의 존재를 기준으로 해가 떠있으면 낮(day 영어; día 스페인어), 해가 지면 밤(night 영어; noche 스페인어)으로 구분한다. 그렇다. 우리가 날짜를 세는 단위는 밤이 아닌 낮이다. 그래서 '낮'을 하루(일)와 같은 의미로 삼는 것이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Time never stops.)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념적으로 지난 시간은 과거(past),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미래(future),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현재(present)', '오늘(today = day)'로 규정하고 구분 짓지만, 우리가 정작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현재(present)뿐이다. carpe diem를 enjoy(즐기다) the present in English / aprovecha(활용하다/즐기다) el día in Spanish으로 번역되는 이유는 현재(present)가 일/낮(day/día)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편, 불가역적인 시간 속에서 제한된 삶을 '즐긴다'거나 '활용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 궁금해진다.
'즐김'과 '활용'은 동의어이다. "무언가를 좋아해서 자주 하고 적극 이용한다"는 뜻이다. 즉, 써먹는 걸 의미한다.
시간은 우리가 쓰던 안 쓰던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주어진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 시간을 채운다면, 그것이 바로 시간의 즐김이요 누림이며 활용이다. 그렇다. 현재를 즐긴다는 함은 좋아하는 일로 시간을 채우는 것이다.
지난 과거나 오지 않는 미래를 결코 잡을 수 없다. 현재만이 우리가 잡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현재도 시시각각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사라진다. 멈추지 않기에 잡아둘 수 없다. 그래서 매시간 좋아함으로 시간을 적극 활용한다면, 이것이 바로 현재의 즐김이요 (carpe diem) 삶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