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재 Mar 27. 2023

140. 단어의 재발견(영어) 9

stay hungry, stay foolish! 갈구하고 미쳐라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스티븐 잡스는 축사를 한다. 삶은 유한하기에 시간낭비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생각하고 열심히 살라는 취지에서는"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를 직역하면, "늘 굶주리고 늘 바보로 남아라"로 번역된다. 도대체 뭔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다. 분명 스티븐 잡스는 이 명언을 통해, 졸업생에게 전달하고 하는 바가 있었을 것이다. 한국어가 아닌 영어이기에, 한국 내 해석은 제각각이고, 사전적 해석에 국한되어 그 취지와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대학원에서 중남미 지역을 전공했고, 멕시코 현지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뜻한 바가 있어 멕시코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생활 스페인어, 학교 스페인어, 직장 스페인어 그리고 법률 스페인어를 배우고 나니, 내심 스페인어에 대해 "이 정도면 됐다"라는 자만심이 생겨났다. 이때부터 내 스페인어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스페인어 대한 굶주림이나 갈구가 없어지다 보니, 내 스페인어는 정체되었고 더 이상 발전은 없었다. 시쳇말로 스페인어 대한 헝그리 정신이 사라진 탓이다.


2023년 WBC 세계야구클래식에서 한국대표팀은 예선탈락했다. 그 원인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아마도 헝그리 정신의 부족 탓이 아닌가 싶다. 우승하면 병역면제라는 당근이 주어지지만, 이를 악용한 대표팀 감독의 선수 선발비리문제로 그동안 사회적 따가운 눈총을 받았었고,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이 억대 연봉을 받는 국내 프로 야구선수들이기에, 우승에 대한 열망이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간절함이 제로이다 보니, 예선탈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한다. 세상 모든 일에는 그 출발과 끝이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는다. 시장이 반찬이라 한다. 허기가 있어야 밥이 더 맛있기 마련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가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역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역대 월드컵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한국팀이기에, 그 당시 이에 대한 기쁨은 정말 대단했었다. 대표팀과 국민들은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분위기가 만연했었다. 그러나 히딩크는 "나는 아직 배고프다( I am still hungry)"라는 발언으로 자만하려던 대표팀의 투쟁심을 독려했고, 그 결과 모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월드컵 4강 신화를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뤄냈다.


우리는 오늘을 살지만 항상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이것이 우리가 성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오늘 이룬 작은 결과에 만족하기보다는 이를 토대로 더 큰 내일의 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정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Jim Collins의 베스트셀링 경영서적,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 정도면 됐지!"라는 순간, 모든 것은 멈춘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스티븐 잡스는 그래서 우리에게 stay hungry라는 말을 남긴 것 같다.  


한편 stay foolish는 어떠한가? "바보로 남아라?" 직역하면 전혀 의미가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fool'어원을 찾아봤다. 'fool'은 프랑스어 'fol'에서 유래한다. 'fol'은 'madman(미친놈)', 'insane person(정신이상자)'라는 뜻이다. 그렇다. foolish는 '바보 같은', ' 어리석은'이란 뜻이 아닌 '미친', '정신이상자 같은' 뜻이다. 그래서 stay foolish는 stay mad 혹은 stay insane로 이해함이 보다 적합하다.


그래서 stay foolish는 "열정을 갖고 일에 미쳐라"는 의미다. "미쳐야 미친다"란 말이 있다.  미침이란 정상을 벗어난 정도를 뜻한다. 그래서 뭐든 이루고자 한다면 무조건 그 일에 완전히 미쳐야 한다. 세상의 모든 성공자들은 자기 분야의 미친놈들이다. 한계를 뛰어넘는 미친 짓이 없고서는 절대 위대한 성공을 불가하다.


결론적으로, 스티븐 잡스가 인용한 "stay hungry, stay foolish"'적당주의'를 경계하는 말이다. 제한된 삶 속에서 "끊임없이 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완전히 미치라"는 의미이고, 이는 한마디로 사는 동안 "무한도전하라"는 의미인 듯싶다.


https://youtu.be/UF8uR6Z6KLc



작가의 이전글 139. 단어의 재발견(라틴어) 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