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Your 가격 & My 가치

흔한 것은 천대받는다

by 유동재

가격과 가치는 동전의 양면이다. 내 메기는 숫자는 가치요, 남이 메기는 숫자는 가격이 된다. 가치와 가격의 교환을 거래라 칭한다. 가치가 가격보다 클 때, 싸게 샀다고 생각하며, 그 반대는 바가지 썼다고 기분 나빠한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물과 다이아몬드의 가치비교를 다루었다. 물은 생명유지에 매우 중요한 재화임에도 가격이 너무 싸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사는데 별로 지장이 없는데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가치의 역설이다. 애덤 스미스는 가치의 역설을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 설명하려 했다. 물은 사용가치가 크지만, 교환가치가 작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교환가치는 크지만, 사용가치는 작다. 결국,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교환가치라고 애덤 스미스는 주장했다.


사람가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쓸모가 많은 사람이라도,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면 대접받기 어렵다. 남들과 차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사용가치가 높겠지만, 교환가치는 상대적으로 낮다. 신분제 조선시대에서, 양반, 중인, 상민을 묶어 양인으로, 노비와 백정을 천민으로 구분하는 반상 제도가 엄격했다. 특히 평민을 가리키는 상민이 전정과 군정의 의무대상자였다. 여기서 상민을 그 수가 많아 흔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비속어로 '상놈'이라 부른다.


팬데믹 시작 후,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시중에 유동성 확대로 기인한 통화량의 증가 때문이다. 일물일가의 원칙에 따라, 물건은 한정되는데, 화폐량이 넘쳐나니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것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폭등은 흔한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귀한 부동산의 가치는 올라갔다는 것은 이를 잘 대변한다. 팬데믹 이전 박스권에 갇혀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도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던 것도 일맥상통한다. 흔한 것은 대접받지 못한다. 천대받는다. 귀한 것은 대접받는다. 환대받는다. 물가가 급등하니, 만원으로 한 끼 식사할 식당들이 많지 않다. 식후 마시게 되는 스타벅스 커피 값도 이제 거의 밥값 수준이다. 이 모든 것이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에서 기인한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후반기부터 시작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가 1월에도 계속되어, 현재 1.25%이다.


뉴스를 보면, 유난히 폭력 기사들이 많다. 연인 간 데이트 폭력, 금전거래로 인한 청부폭력,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승객들끼리 묻지 마 난투극 등 어디에도 서로에 대한 예의나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 절반의 인구가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다. 주위에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한국전쟁 후, 1959년부터 1971년까지 매년 약 100만 명의 신생아가 출생했다. 이 기간의 출생인구를 합치면 1,200만 명이 이른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 교실은 넘쳐나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해서, 오전과 오후로 한 교실을 두 반으로 다시 나눴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 약 70명이 넘는 급우들이 있었다. 당연히 학생인권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훈육이란 명분 하에, 아이들에 체벌 수준은 영화 말죽거리의 잔혹사처럼 매우 폭력적이었다. 흔한 것은 천대받는 법이다.


2000년 미국 텍사스에서 영어연수를 마쳤다. 귀국 전 미국 투어를 떠났다.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텍사스를 출발하여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하루 반나절 걸려 도착했다. 긴 여정에 멀미도 나고, 햄버거만 먹어서 속이 매우 느끼했다. 한국음식이 그리웠다. LA 한인타운의 식당가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가니 한국 사람들이 보였다. 당연히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냥 반가웠다. 그러나, 한인타운의 한국인들은 그런 나를 데면데면 대하였다. 나는 속으로 이게 뭐지? 나 혼자만 이런 느낌인가? 하며 좀 의아해했다.


미국 투어를 마친 후, 멕시코로 장소를 옮겼다. 5년간의 로스쿨 유학생활 때문이었다. 그 당시 한국사람은 매우 적었다. 한국인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길가다 한국말이 들리거나, 한국사람을 보면, 이유 없이 반갑고 기분이 좋았다. 어느 날, 여권 갱신 문제로 멕시코 주재 한국 대사관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한국 여직원의 목소리에 나도 몰래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매우 반갑고,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이 역시 귀한 것은 대접받고 흔한 것은 천대받는 가치의 역설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8. 당신은 변하고 싶습니까?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