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인생의 네비(GPS)는 없다!

Por donde vamos?

by 유동재

2019년 여름, 멕시코를 출발해 멕시코*미국 국경으로 향했다. 멕시코 누에보 라레도와 미국 라레도가 이웃하고 있는 국경을 건너 텍사스를 시작해서 뉴멕시코,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와이오밍, 콜로라도, 캔자스, 미주리, 오클라호마를 거쳐 다시 텍사스로 돌아오는 약 한 달간 자동차 일주 여행을 시작했다.


2000년 미국 영어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 전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로 미국 여행한 후, 두 번째다. 버스기사가 목적지까지 태워주었던 첫 번째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내가 직접 운전하는 여행이라 신나고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낯설 길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도 있었다.


미국은 한국의 50배에 달하는 아주 큰 나라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는 387km이고, 소요시간은 5시간 42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중간에 휴게소도 들러 식사하고 휴식을 취한다면, 보통 7~8 시간이 소요되는 여행이 될 수 있다. 거리에 비해서, 소요시간이 무척 긴 장시간 여행이다. 그러나, 미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커서 400 km 정도는 중간에 쉬지 않고 단숨에 달리는 단시간 여행이다. 물론 미국에는 이동 중간에 안락하게 쉴 수 있는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장소가 드물다. 있어봤자 도시와 도시 사이에 뜨문뜨문 위치한 주유소에 딸린 작은 매점이 있을 뿐이다.


미국 도로망은 번호가 있어, 길 찾는 것은 쉽다. 그러나, 도시를 벗어난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국에 통신망이 깔린 한국은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사정은 다르다. 국토가 커 도시를 벗어나면, 인터넷 신호가 잡히지 않아 내비게이션이 먹통일 경우가 많다. 특히 야간 이동의 경우, 도로에 가로등도 없고, 도로표지판도 보이지 않아 대단히 위험하다.


찾는 길이 없거나, 모른다면 헤매기 마련이다. 모르는 길은 물어물어 가면 된다. 그럼에도 길 찾기란 쉽지 않다. 계속 헤매다 보면, 우연히 가고자 했던 길을 찾게 된다. 끈질김에 대한 보상인 듯하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성공에 이르기를 희망하지만, 가는 길이 없거나 모르기 일쑤다. 좌충우돌하면서 주변에 계속 묻게 된다. 그럼에도 성공에 이르는 길은 요원하다. 하는 일마다 성공보다 실패를 마주하기 쉽다. 수많은 실패들이 우리를 괴롭게 만든다. 성공이 값진 이유는 실패는 흔하고, 성공은 귀하기 때문이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즐긴다'는 것은 일단 받아들이는 '인정'에서 시작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문제가 해결의 첫 단추가 시작한다.


있는 길을 가면 삶은 편하다. 그러나 그 속에는 새로움이 없어 이내 지루함을 느낀다. 한편, 없는 길을 찾으면 삶은 힘들다. 그러나 그 속에는 신기함이 있어 삶이 재밌고 신날 것이다. 어떤 길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일단 길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면, 쉽게 길을 찾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헤멜 각오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실패'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하기 전에, 누구나 거치는 정거장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실패는 원칙이고, 성공은 예외다. 당연한 것을 인정해야 재도전하며 버틸 힘이 생긴다. 그래야 그토록 원했던 성공의 단맛을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요즘은 내비(GPS) 덕에 길 찾기가 수월하다. 헤매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에는 아직 내비가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헤매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길을 못 찾아 헤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듯, 실패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도 담담해야 한다. 실패했다고 흥분하고 기분 나빠하며 절망하기보다, 먼저 '실패'라는 현실을 당연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의 성공을 향한 도전과 지구력이 생긴다. 종국적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지지자 불여 호지자, 호지자 불여 낙지자 "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 못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두려워하면, 아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실패는 단지 성공에 도달하기에 거쳐야 할 정거장일 뿐이다. 실패 총량의 법칙이 있다. 많이 시도할수록 성공에 보다 더 가까워진다.


그렇다고, 자신의 전부를 거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는 도전이 아니라 도박이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의 홀짝과도 같다. 죽고 사는 문제(To be or not to be)가 아니라면, 인생에서 All or nothing의 문제는 없다. "전투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일상이다" (승패병가지상사)라고 손자병법은 전한다. 전쟁에서만 지지 않는다면, 전투 승패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관 뚜껑 닫히기 전까지, 모든 일은 전쟁이 아니라 전투에 불과하다. 그래서 아무리 실패한다 할지라도, 살아서 밥만 먹을 수 있을 정도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규명이 없이, "그저 막연히 앞으로는 잘 되겠지!(Todo va bien!)"라며, 오로지 운빨에만 기대는 것은 필패를 보장한다. 실패한 원인이 단순 실수인지, 아니면 실력 부족인지를 먼저 구별해야 한다. 단순 실수라면,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될 일이지만, 만약 실력 부족이라면, 근본적으로 모든 로드 맵을 다시 짜야만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피아를 알면 무조건 이긴다는 뜻이다. 모든 싸움은 상대가 있다. 상대를 알고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적당히 알면 오리혀 낭패다. 쪼개고 쪼개서 확실 알아야만, 어떻게 싸울지 전략 방법이 떠오른다. 일단 전략이 마련하면, 실전에서는 세운 방법대로 실천에 옮기면 된다. 그러나, 실패 원인을 못 찾는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이 낫다. 원인도 모로고, 시작한 재도전은 100% 실패한다.


이제 설날이다. 낯선 날이라는 우리의 명절이다. 임인년 올해,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릴 수 있도록, 인생의 내비를 갖기를 꿈꾸며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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