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의 심술이 잦아지며 매서웠던 추위가 한풀 꺾인 듯하다. 지난 달 입춘이 지났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움츠렸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쫙 켜고, 대지의 기운을 만끽하고 싶다.
한국의 대표적인 금수조, 게임회사 넥슨 김정주 회장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평범한 보통 사람에 비해,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모든 것을 가진 듯한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언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대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나, 우월한 유전자와 탁월한 노력으로 본인도 서울대에 입학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한마디로, 학벌과 스펙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김정주 회장은 누가 뭐래도 소수 엘리트, 특권층이었다. 유교주의 영향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때 치기 어린 마음에, 나도 잘난 사람이 되고파, 신림동 고시촌, 골방에 처박혀 하루 16시간 이상 책과 씨름하다 몸 전체가 마비가 된 일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고 출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정산!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라는 말처럼, 다소의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의 더 높이 오르고 싶은 욕망은 어쩌면 본능인 것 같다.
1894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개최 후, 4년마다 세계 곳곳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지난달에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4년간 땀과 노력의 기량을 맘껏 펼치며 서로의 자웅을 겨루는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이다. 국가대표들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경기를 한다. 모든 선수들의 목표는 금메달일 것이다. 그러나 일등 자리는 하나이기에, 아주 작은 실수만으로도 메달권에 멀어지게 마련이다.
올림픽은 상대와 싸우는 '경쟁의 장'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과 싸우며 자기를 극복하는 '경기의 장'이다. 그러기에, 최선의 경기 후, 대부분의 외국 선수들은 후회 없이 펼친 경기에 만족하고, 메달 색깔과 무관하게 환한 미소를 띤다. 이에 반해, 한국 선수들은 메달 색깔에 대단히 민감하다. 이번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도 빠지지 않는 한국 선수만의 독특한 장면들이 있었다. 메달과 눈물이 그것이다. 금메달이 아니면 웃음 끼는 사라지고 무표정한 얼굴에 한없는 눈물을 흘린다. 경기를 한 것이 아니라 경쟁을 했기 때문이다.
"1"이라는 숫자는 '짝수'가 아닌 '홀수'다. 언제나 혼자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늘 외롭다. "일등이다", "출세한다", "잘 나간다" 등 이 모두는 혼자임을 내포한다. 부족함이 없거나, 스스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채워줄 사람이 필요치 않고, 그러니 주위에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다. 시쳇말로 "독고다이"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 등극의 순간은 짜릿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감내하기 힘든 고독을 늘 수반하기 마련이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자연의 세계에서, 인간은 매우 약한 동물이다. '약함'은 '부족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약한 동물들은 언제나 무리지어 살기 마련이다. 아마도 생존력을 높이려는 궁여지책일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부족함 많기에 사회를 이뤄 함께 살아간다. 혼자는 외롭고 위험하다. 아무리 센 척해도,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낱 작고 나약한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정주 회장,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