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졸리면 참지말자 !

왜 한국인은 늘 피곤할까?

by 유동재

동장군이 물러간 자리에 어느새 봄처녀가 우리 곁에 다가가 미소짓고 있다. 산과 들, 여기저기 피어난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하얀 벚꽃들이 코로나 팬데믹에 지친 우리들을 위로하는 듯 반기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다시 봄, 시계보다 더 정확한 대자연의 정확함에 경외감을 느낀다.


움츠렸던 만물 기지개를 켜게 되면, 따뜻한 봄기운에 몸과 마음이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이 맘 때면, 이유 없이 졸린 식곤증과 더불어 춘곤증을 겪게 된다. 춘곤증은 피로, 졸음, 집중력 저하, 나른함, 의욕 저하 등을 느끼는 일시적인 신체의 환경 부적응이다.


3월이면,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가 개학을 한다. 4월 중순이면 일반적으로 중간시험 치른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큰 문제로 인식된 탓일까, 맘껏 뛰놀지 못하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성적관리에 꽃다운 시기를 보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내 딸아이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어제는 딸아이가 내게 다가와, "시험이 가까운데 너무 졸리다. 어떻게 해야 하냐"며 자신의 시간관리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에, "졸리다는 건 잠이 부족하다는 말이니, 억지로 참지 말고 잠을 자야 해결된다"라고 말해줬다. 그렇다. 문제는 항상 제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졸리다는 것은 잠이 부족하다는 몸의 반응이다. 졸음을 쫓기 위해서 커피 등 각성제를 복용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코, 잠자지 않고 졸음을 해결할 수는 없다. 졸음의 해결책은 수면이다.


90년대 일산 쪽에서 군 복무를 했다. 군생활은 늘 춥고 배고팠다. 그 당시 군 규정상 10시 취침과 6시 기상, 표면적으로 모든 군인들에게 일일 8시간 수면이 보장되는 듯 하지만, 실상은 거의 매일 2시간 초소경계근무를 서야 하므로, 실질적인 일일 수면시간은 4,5시간에 불과했다. 그러니, 대부분의 군인들은 늘 잠이 부족해 꾸벅꾸벅 졸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얼마나 졸리면, 서서도 잠에 들 수 있을까? 초소근무는 사수와 부사수, 2인 1조로 일일 2시간씩이다. 한 번은 사수와 함께 초소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나는 좌측을, 사수는 우측을 주시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수가 무릎을 굽히며 춤추듯이 몸을 흔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의아하게 생각한 나는 사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사수는 졸음이 오면, 다리에 힘이 풀려 그런 행위를 하게 된다며 머쓱하게 답을 했다. 난 그때 알았다. 졸리면 서서도 잘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하루는 24시간, 이를 3 등분하면 8시간이다. 일반적으로 하루는 취침 8시, 근무 8시, 식사와 여가 등 기타 8시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이상적인 일일 취침시간은 8시간이다. 그러나 바쁜 도시 생활하면서 하루 8시간을 숙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만성 수면부족으로 시달리는 이들이 주변에 상당하다.


2012년 유력 대선후보는 아니었지만,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내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잠들지 못한 한국인들에게는 꿈같은 희망에 불과해 보인다. 2020년 한국인 노동시간(1908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멕시코(2124시간) 다음으로 길다. OECD 평균(1602시간)은 물론 과로사가 사회문제가 된 일본(1598시간)을 크게 웃돈다. 그만큼 많이 일한다는 말이다.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2KAA314_OECD


2000년대 미국과 멕시코에서 생활을 했었다. 대도시 번화가를 제외하면, 저녁 9시 이후 도시는 정적이 흐른다. 가족중심주의 사회이기에, 대부분 일을 마치면 집으로 돌아간다. 그 당시만 해도, 불안한 치안 때문에 밤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미국과 멕시코의 한적한 밤거리는 불안한 치안뿐만 아니라 가족중심주의와 8시간 정상근무의 일반화에 제 원인이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안전한 치안과 일상화된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등 초과근로는 부쩍거리고 화려한 한국의 밤문화를 낳았다. 잠들지 못하는 한국인들이 부지기수다. 늦게까지 일하니, 늦은 밤에 노는 것이다. 잠을 줄여 밤문화 유흥을 즐기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일까, 한국 직장인의 주말은 일반적으로 부족한 잠을 채우는 시간이다. 주중에는 일 때문에, 주말은 잠 때문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밥과 잠이 보약이다. 잘 먹고 잘 자면, 건강유지는 따로 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동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8시간 정상근무가 일반화되는 직장문화와 저녁이 있는 가족중심주의 사회문화가 이제는 우리 사회에 자리매김을 해야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졸리면 참지 말고 잠을 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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