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멕시코: 유일무이 4

살아있네 멕시코 음식! 살아있어!

by 유동재

옛날 가난했던 서민들은 양념 안 된 보리와 감자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 일쑤였다. 그 당시만 해도 소금과 향신료는 구하기도 어렵고 매우 비싸고 귀했기에, 맛을 내기 위해 음식에 양념을 한다는 것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밍밍하고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만 했었다. 양념 안 된 음식 섭취는 자극적이 않고 소화액이 잘 분비되지 않아 사람들은 늘 소화불량을 시달려야만 했다. 어원적으로 '양념'은 한자어 '약념(약 약, 생각할 념)'에서 비롯된 말이다. 양념 안 된 식사는 소화불량을 낳기 십상이었기에, 이 경우 "소화제 역할을 할 약이 생각나게 마련이다"라는 의미를 담는다.


과유불급, "지나침은 곧 못 미침과 같다"라는 뜻이다. 고추, 파, 마늘, 생강등을 적당히 먹게 되면, 위산분비가 촉진되어 소화에 도움이 되지만, 짜고 매운 정도가 강한 양념은 위를 지나치게 자극해서 위산분비 과다를 일으키고, 이는 위염이나 혹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과다 위산으로 발행한 가스는 지독한 입냄새나 방귀 냄새를 만들기도 한다. 모두가 강한 양념의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이다. 결국 적은 양념은 위산부족으로 소화불량을, 많은 양념은 위산과다로 위염, 역류성 식도염, 방귀, 입냄새를 일으킬 수 있으니, 건강을 생각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양념을 먹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먹는 음식은 다양한 맛이 난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이 바로 그것이다. 양념은 구성 재료의 비율에 따라 제맛이 달라진다. 식욕을 돋우기 위해서 식사 전에 나오는 간단한 요리, 전채(오르되 브로)는 대체로 신맛이지만, 식사 후에 먹는 후식은 과일, 케이크 혹은 아이스크림 등 단맛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식사는 대체로 소금이나 간장으로 밑간을 하고, 식성에 따라 고추나 후추를 가미해 맵고 짜게 양념된 끼니 음식을 들게 된다. 이처럼 음식의 맛은 곁들인 양념에 따라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하추동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 기후는 한국인 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겨울철 심술궂은 동장군의 왕성하고 기나긴 활동과 여름철 빠짐없이 서너 차례 막대한 비구름을 몰고 오는 태풍은 한국의 먹거리를 부족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한국인은 배고픔에 늘 시달렸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먹어야만 살 수 있였기에, 기나긴 겨울철을 버틸 수 있도록 우리 조상은 먹거리 보관법으로 염장과 발효를 고안해 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한국음식은 된장, 고추장, 간장 등으로 밑간을 하고 식성에 따라 소금 간을 추가한다. 발효음식은 먹거리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음식이다. 발효음식은 대체로 냄새가 구리거나 역겹다. 중국의 취두부, 한국의 청국장 혹은 서양의 치즈를 떠올리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한편, 염장된 먹거리도 특유의 노린내와 비린내에 비위가 상하기 쉽다. 이 역겨운 냄새를 줄이고 먹거리의 신선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바로 매운맛의 후추와 고추이다.


발효와 염장은 모두 신선한 먹거리가 부족한 탓에, 생존을 위해서 인간이 고안해 낸 음식 보관법이다. 그런데 넓고 비옥한 국토에서 일년내내 농사가 가능해서, 언제나 풍부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나라가 태평양 반대편에 자리한다. 바로 멕시코다. 멕시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는 수백 종에 달하는 값싸고 신선한 각종 채소와 과일들이 즐비하다. 그래서일까, 멕시코는 염장과 발효음식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신선한 먹거리가 넘쳐나는데, 굳히 오래 보관하는 먹거리를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인들은 짜고 매운맛을 즐긴다. 빨강 고추와 토마토, 초록 고추, 토마토 혹은 고수(실란뜨로) 그리고 하양 마늘과 양파 등이 어우러진 칼라풀한 멕시코 음식은 색깔부터 너무나 신선해 먹는 사람의 눈이 즐겁다. 한마디로 음식이 살아있네! 살아있어!라고 감탄할 지경이다. 어릴 적부터 짜고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이 바다 건너 외국 멕시코를 방문해서도 음식에 별 거부감을 못 느끼는 것도 같은 유사한 양념의 덕분일 것이다.


멕시코 대표음식은 타코이다. 햄버거, 피자, 치킨, 파스타와 더불어 타코는 이제 세계 음식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타코의 원조는 멕시코다. 타코 옆에는 늘 살사(양념)가 함께한다. 수십 종류의 멕시코 살사가 있지만, 크게 살사 로하(salsa roja), 살사 베르데(salsa verde) 그리고 살사 메히까나 (salsa mexicana) 3가지 대표적이다. 살사 로하(salsa roja) 재료는 빨강 고추, 빨강 토마토, 마늘, 소금이고, 살사 베르데(salsa verde) 재료는 초록 고추, 초록 토마토, 마늘, 소금이며, 마지막으로 살사 메히까나 (salsa mexicana) 재료는 빨강 토마토, 하양 양파, 초록 실란트로, 레몬, 소금, 마늘이다.


왜 멕시코인들이 신선한 먹거리가 있음에도,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찌개나 매운탕 등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지구 반대편에도 비슷한 향미를 경험할 수 있음은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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