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부족함은 축복이다 2

no solo de pan vive el hombre

by 유동재

2021년 7월 6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전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룩한 경제성장, 한강의 기적을 세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었다. 감개무량한 일이다. 경제성장의 물질적 풍요 속에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던 배고픔이 해결되었다.


배고플 땐, 딴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직 배부름만 구할 될 뿐이다. 가난해서 늘 배고팠 던 한국이 선진국이 돼서 배만 부르면 모든 게 좋고 행복할 것 같았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인들은 행복하지 않는다. 그토록 원했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는데 행복의 파랑새는 우리 곁에 보이지 않는 듯하다. 왜 그럴까? 아마도 가중된 빈부격차, 치솟은 물가상승, 폭등한 아파트값, 가계파탄 사교육비, 심각한 청년실업, 인구절벽 저출산, 젠더와 세대 갈등, 세계최대 노인빈곤 등 우리가 당면한 수많은 사회문제들 때문일 것이다.


정해진 답은 없어도 문제의 해답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라고 예수가 말했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보이는 물질 음식과 보이지 않는 내적 음식(=사랑)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수많은 고아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2차 대전 때 독일 정부는 이들을 고아원으로 옮겨 먹거리와 잠자리를 제공하지만, 부모형제를 잃어 슬픔에 빠진 고아들은 점점 죽어가게 되었다. 고아들에게 음식 제공이 있음에도 계속 죽어가자, 그 원인을 연구하게 되었다. 제 원인은 음식이 아닌 사랑의 부족이었다. 일일 5분 이상 고아들과 함께 놀아주며 안아주고 사랑해주니 고아 사망률이 급감했다. "물질은 불행을 막을 수는 있지만,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라는 사례이다.


보이는 배고픔은 이제 더 이상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배고픔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배고픔은 필요한 량이나 기준에 미치지 못해 충분하지 않은 '부족'이다. 채움으로 부족을 해결할 수 있고 그 해결은 노력으로 가능해진다. 여기서 노력이란? '하겠다는 간절함', '묵묵히 지속하는 행동력' 그리고' 사즉생을 각오하는 악착스러움'을 의미한다.


한강의 기적 중심에는 5천 년 배고픔, 헝그리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배부른 사자는 먹잇감이 눈앞에 있어도 사냥하지 않는다. 그러나 배고픈 사자는 없는 먹잇감도 찾아 사냥을 시작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명언을 남긴 발명왕 에디슨 말처럼 배고픔은 모든 행위의 출발이다.


3 시간마다 먹지 못하면 죽는 설치류과의 짧은 꼬리 땃쥐 혹은 뒷쥐 (스페인어 musaraña 무사라냐, 영어로 shrewmouse)가 있다. 몸무게가 2g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 포유류다. 털은 길이가 약 5mm이고 몸 빛깔은 회갈색이며 은빛 털이 섞여 있다. 주로 곤충과 벌레를 먹지만 새나 작은 동물을 잡아먹기도 한다. 땃쥐는 자기보다 큰 생쥐를 공격할 정도로 사납다. 또 어떤 종은 먹이를 물 때 독을 뿜기도 한다. 필요한 에너지 양이 많기 때문에 낮에는 계속 먹어댄다. 분당 900번 뛰는 심장으로 엄청난 대사가 이뤄져 에너지 소비가 상당한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먹어야만 한다. 한마디로 살기 남기 위해 간절하게 애를 쓰는 몸부림과 발버둥이다. 진정 매 순간 열심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하고 인정한 후, 땃쥐처럼 이를 채우려 간절히 노력한다면 분명 '부족함'은 불운이나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죽기 전까지 삶은 언제나 쉼 없이 앞으로 움직이고 나아가며 진행하는 미완성이다. 즉, 미완성을 완성으로 만들기 위해서 매 순간 매꾸조계(매일, 꾸준히, 조금씩, 계속) 방식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듯 그려내면 맛있는 세상을 맛볼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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