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유일무이 멕시코 3

범사에 감사하는 멕시코

by 유동재

사전적으로 종교란? 으뜸가는 가르침이다. 그래서일까, 국가가 선택한 종교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발전은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역사적으로 동서양의 종교는 크게 기독교와 불교로 양분할 수 있다. 동양이 불교라면, 서양은 기독교라 할 수 있다.


3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받았기에, 멕시코는 국민의 90% 이상이 기독교(가톨릭)를 믿는다. 한마디로 멕시코는 기독교(가톨릭)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사회 전반 걸쳐 기독교(가톨릭)적 요소들 쉽게 느낄 수가 있다. 모든 도시들의 한가운데는 어김없이 시청, 광장 그리고 성당이 자리한다. 주현절, 부활절, 망자의 날 그리고 성탄절 등 기념일들도 교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수를 믿고 그의 가르침을 행함으로써 천국에서 영원한 삶, 즉 영생을 꿈꾸는 기독교인들에게 인생은 아름답고 기쁜 것이다. 그러기에, 대부분 멕시코인들의 성격은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그래서일까, 멕시코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환한 웃는 얼굴로 서로를 대하며,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들은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감사 표시를 지나칠 정도로 자주 한다. 감사인사에 다소 인색한 편인 한국인의 시각으로 이를 접했던 나에게, 멕시코인의 감사는 조금은 지나치고 때로는 과해서 오히려 그 진정성이 퇴색되는 느낌을 받곤 했었다.


아무튼, 멕시코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주고받는 인사만큼 상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아주 많이 한다. 스페인어로 감사하다는 말은 'gracias(그라시아스)'이다. 원래 'gracia'는 '신의 은총'이란 뜻이지만, -s를 붙여 복수 형태 'gracias'가 되면 '감사'라는 뜻도 갖게 된다. 이 역시 종교와 무관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을 생활회하는 멕시코인들에게 삶은 늘 아름답고 긍정적이다. 긍정은 감사를 낳고, 긍정은 친절을 불러온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불교와 유교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아왔다. 그래서일까, 21세기 살고 있는 지금까지도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기보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삶을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고, 즐겁고 환한 얼굴보다, 찡그리거나 무표정한 얼굴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흔한 것 같다.


기독교인의 궁극적 목표는 영생이지만, 불자는 불생이다. 한번 죽으면, 이 세상에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불생이 불자의 구원이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삶을 생로병사를 겪는 고통으로 규정하기에 삶을 즐기고 긍정하기보다는 최종적으로 벗어나야 한다는 인식하에 늘 부정하기 일쑤였다. 이런 불교의 영향으로 불생을 추구했던 한국인들에게 삶은 너무나 힘들고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La vida me quiere. (삶은 나를 사랑한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은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삶이 아무리 우리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도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누구도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도 없다. 우리의 삶은 원해서가 아니라 선물처럼 그저 우리에게 주어져 우리가 받은 시간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감사의 시작은 현실의 인정에서 출발한다. 감사의 실천은 작은 미소로 발현되고 주변이 베풀어주는 사소한 호의나 배려에도 언제나 'gracias'로 답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범사에 감사한다는 마음을 갖고 주변의 호의에 고마움을 표하는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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