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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da Simples Apr 03. 2024

추락의 해부

즐거운 생활: 그리고 결혼의 해부

 2024년 오스카 수상식에서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연 주목을 끌었던 영화는 "추락의 해부"(2024) 또는 본질적인 면에서 '결혼의 해부'로 불리게 된 영화입니다. 프랑스 영화감독 저스틴 트리에(Justine Triet)의 이 영화는 산드라의 삶을 그녀 남편의 죽음을 통해 사회적인 관점에서 좀 더 깊이 들어가 해부를 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산드라가 남편 사무엘의 죽음의 주요 용의자로 재판을 받게 되지만, 실제로 그 해부를 통해 관객들의 심리에 의해 판단되어지는 것은 그녀의 행동이었습니다.

 드라마의 중심에는 11살의 다니엘이 있습니다. 이 부부의 아들인 다니엘은 시각 장애가 있지만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아이입니다. 그는 조숙한 자신만의 감수성의 눈으로 그의 손에 판결을 내릴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저스틴 트리에(Justine Triet)는 이 영화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들의 부모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 지를 영화에서 깊이 생각하게 만들며. 또 같은 이야기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감각기관을 통하여 보여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관객들은 다니엘과 함께 그 판결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 위대한 영화의 답은 바로 우리가 가장 놓치기 쉬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Why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어려울 때 가장 현명한 방법은 그 일이 일어난 이유(Why?)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이건 제가 하는 얘기가 아니라 바로 주인공 산드라가 재판 끝에서 한 말이었죠. 산드라는 한 살인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그 희생자는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들이 살던 집은 프랑스 알프스에 있는 외딴집이었고, 11살인 시각 장애를 가진 아들 다니엘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증인이 없는 채로 산드라는 재판을 시작하게 됩니다.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는 말 그대로 결정적으로 명확해 보이는 시각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로 말이지요. 자신의 기억조차 희미한 그때 그곳에서 일어난 사실에 대해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법정에서 설명을 해야 하는 지점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만약 나의 개인적이고도 은밀한 사적인 문제가 공개되어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추락의 해부(ANATOMY OF A FALL)는 저스틴 트리에(Justine Triet)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서 탄생합니다. "만약 나의 사적인 문제가 공개되어 다른 사람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긴 칸 영화제의 기자회견에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부부의 해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사무엘의 시체가 단순히 피가 묻어 있는 헛간 옆에서 이미 생명 없이 차가운 눈 속에 파묻혀 누워 있었던 채로 발견되어 그저 사무엘의 시신의 위치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장면에서 사람들이 산드라 그녀와 남편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점을 둡니다. 그 판단은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또한 전문가로서 그녀에게 기대되는 바를 바탕으로 내러티브를 구축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산드라는 실제 이름이 Sandra Hüller인 배우로서 그녀를 위해 특별히 쓰인 이 복잡한 캐릭터를 그녀만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모호함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냅니다.


부부의 해부


 죽은 남편의 이름은 사무엘로 그의 실제 이름 또한 그 역을 맡은 배우 Samuel Theis와 동일한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드라와 사무엘은 둘 다 작가이며, 산드라는 책을 출판하고 영화 초반에는 한 기자와 인터뷰도 합니다. 한편, 사무엘은 창작의 위기를 맞고, 자신의 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집을 수리하고 개조하는 데 바쁩니다. '추락의 해부'는 부부의 관계를 해체하려는 시도를 통해, 캐릭터들의 심리적 특성과 행동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소설을 통해 허구의 경험을 제공하는 글쓰기는 때론 현실과 혼동될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캐릭터를 창조하고 삶 속에서 그들과 어우러집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에 대한 집착이 있지만 법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허구적인 이야기가 현실을 더 거대해 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트리에는 말합니다.


 산드라와 사무엘의 현실과 허구, 그리고 현실과 허구의 그 사이 빈 공간의 세계가 우리 앞에 서서히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다니엘이죠. 그는 보지는 못하지만 멀리 볼 수 있고, 보지는 못하지만 느끼고 예감할 수 있습니다. 관객에게는 그의 존재가 미스터리 하며 신비로운 것처럼 느껴지며 해석하기 어려운 느낌을 줍니다. 그는 이 빈 공간을 채우는 존재이며, 이 글의 처음에서 언급한 대로 어머니의 유죄나 무죄를 결정하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그는 항상 개와 함께 있습니다. 아마도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여기서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아는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카오TV 다음 영화의 예고편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리뷰

원문출처: https://vidasimples.co/podcast/anatomia-de-uma-queda-e-de-um-casamento-podcast-sessao-cine-garimpo-ep-5-temp-2/

https://cinegarimpo.com.br/filmes/anatomia-de-uma-queda/

이 글을 쓴 SUZANA VIDIGAL은 번역가, 저널리스트 및 영화 애호가입니다. 그녀는 각각의 영화에서 한 사람의 마음의 상태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각 영화가 마음과 영혼에 일으키는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블로그 'Cine Garimpo'의 저자로서, 사람들이 즐기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를 추천하고 제공합니다.


참고사항: 본 내용은 Vida Simples의 칼럼 내용을 번안한 것으로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각색한 것임을 알립니다. 혹시 번역이 크게 잘못되었거나 자료가 잘못된 것은 언제든지 댓글이나 이메일로(email: vidasimples.kr@gmail.com) 남겨 주시면 정성껏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의 라이킷과 선플은 다음 칼럼을 이어 번역하여 제공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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