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내가 사용했던 모든 돈들에게 9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난번 8월 중간 결산 글에서 콘서트 티켓팅이 미뤄지지 않는 한, 월 50만 원 지출은 실패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리고 그 글을 쓰자마자 1시간도 안 되어서 피자 안 먹겠다는 말을 번복하고 사 먹었다. 치킨도 한 번 또 사 먹었다. 거의 포기 상태였다. 그런데 티켓팅 일정이 아닌 콘서트 일정 자체가 미뤄졌다!!! ㄱㅇㄴ 온 세상이 나서서 나의 절약을 도와준다?!
하지만 내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것이, 추석에는 경조사비가 나간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가족 용돈 20만 원과 콘서트 티켓 값 15만 원, 그리고 고정비를 더하면 밖에서 밥 한 번만 사 먹어도 월 지출 예산 50만 원을 훌쩍 넘어 버린다. 그나마 추석 때 내가 용돈을 받는다면 상계가 가능하겠지만, 아마 설날 세뱃돈과 다르게 추석에는 용돈을 못 받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정 안 되면 비상금 통장에서 꺼내서 메울 각오로 35만 원을 미리 따로 빼두었다.
매월 현금 부수입이 조금씩 있으니 그 돈이 없는 셈 치고 지출과 상계하면 월 50만 원 지출 예산은 천하무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닌, 실질적인 절약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점점 더 내년에는 경조사 등 연간비 포함 연 720만 원, 월 60만 원 지출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그리고 완벽하게 성공해 낼 것이다. 매월 최대한 돈을 아껴서 남은 예산은 다음 달로 이월하고 또 이월하는 식으로 1년 살림을 꼭 성공적으로 꾸려보고 싶다. 그렇게 해서 주식 평가금 상승분을 제외하고도 실 저축금과 재투자금만으로 연 3천만 원 이상 자산 증식을 하고 싶다. 해당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연 3,600만 원, 연 4천만 원 하는 식으로 점점 더 높은 목표를 꿈꾸고 싶다.
그리고 솔직하게, 나는 안다. 내가 평생 이렇게 극단적으로 절약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동안은 한참 열심히 절약하다가 또 돈을 왕창 쓰는 식으로 나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왔다갔다했지만, 이제부터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절약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때가 올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바로 지금 나는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그럼 그 어느 때보다 스펙터클했던 8월 지출 내역을 정리해 본다.
1. 저축: 65만 원
- 청년희망적금 50만 원
- 주택청약종합저축 10만 원
- 연금 및 상조회 5만 원
2. 투자: 약 163만 원
- 주식 예수금 입금: 63만 원
* 현금성 부수입 약 13만 원 포함 (카카오뱅크, 신한, KB, 하나, 우리, 엘포인트, 핀크, 페이북, 토스, 모니모, 설문조사, 니콘내콘, 모티너스 등)
- 수익금 재투자: 1,002,087원
3. 지출: 499,571원 (월 예산 429원 남음)
- 고정비 142,540원 (교통비, 통신비, 보험료, 헌금 포함 / 십일조 제외)
- 여름 휴가비 209,548원
- 약속 1번 / 가족모임 1번 / 문화생활 3번 (영화 2번, 뮤지컬 예매 41,600원) / 손민수 맛집 투어 2번 (순댓국, 에그드랍)
4. 후기
해냈다, 해냈어! 진짜 힘든 8월이었다. 월 50만 원 지출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가 또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가 또 되다가 안 되다가... 결론적으로는 해내고 말았다. 정말 아슬아슬했지만 지켜냈다!
여름휴가를 잘 다녀왔다. 맨날 에어비앤비 잡아서 놀자, 음식 해 먹자, 연말 파티하자 이렇게 친구들과 말은 하는데 제대로 실천해 본 적이 없었다. 두 세명이면 상관없는데, 그 이상 인원이 되면 파티룸이나 투룸 이상을 잡아야 하니 숙박비만 해도 돈이 만만치 않게 들 거라서 마음먹고 실천하기가 참 힘들었다.
그나마 저렴하게 숙소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작년에는 가족들과 다녀왔고, 올해는 직장 동료였던 친구들과 갔다 왔다. 바다뷰에 숙박비도 저렴한데 결정적으로 바닷가 바로 앞에 내려주는 버스가 생겼다고 해서 갈 마음을 먹었다. 또 친구 한 명이 차도 있고 운전도 잘해서 신세를 많이 졌는데, 덕분에 정말 알찬 2박 3일을 보내고 왔다. 노느라 힘들어서 혓바늘이 돋았을 정도다... 사실 가족들과 갔을 때는 계속 맛있는 녀석들 보면서 누워 있었는데 ㅋㅋㅋ 이번에는 TV는 켜지도 않았다. 먹는 것도 훨씬 더 잘 먹으러 다녔다. 아무튼 경비는 다 합쳐서 인당 약 21만 원! 들었다. 하루 7만 원 정도 사용한 것이다. 아래 기사를 보니 성수기임에도 나름 평균스럽게 잘 놀고 온 듯하다.
휴가비 때문에 절약해야 해서 앞뒤로 쫄렸지만 후회 없이 즐겁게 잘 놀았다. 연말에는 귀족 영애 파티도 준비해야 한다. 그와 별개로 차가 있으면 씀씀이 단위가 달라진다는 걸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다. 차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기동력이 좋아지니 당연히 여기저기 나들이 가고 돈 쓰고 할 수밖에 없겠더라. 내년에는 차 없이 바닷가에 갇혀서 쉬고 먹고만 도전해볼까 싶다.
http://www.newsi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423
대학교 때 재밌게 봤던 뮤지컬이 있었다. 집에서 OST를 들어서 해당 공연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내 동생조차 가사를 외울 정도였는데, 내가 봤던 그 캐스팅이 다시는 안 돌아오는 거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제작사가 망해서 아예 공연이 안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콘서트 형식으로나마 공연을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뮤덕 친구들에게 입버릇처럼 그거 올라오면 나 좀 알려줘...라고 말하기를 어언 10년 여... 이번에 진짜로 그 극이 올라왔다. 존버는 정말로 승리한다!!!!!
예전 관람 표를 소지하면 할인을 해준다는데 내 것은 아마 영화표랑 포스터 잔뜩 모아 놓은 것들을 버리면서 같이 다 갖다 버린 것 같다. 이번에 확인해 보니 나는 2012년 재연을 본 거였다. 그 후로 11년 만에 육연에서 같은 캐스팅이 돌아오는 것이다. 다행히 프리뷰 40% 할인을 받아서 4만 원 초반 금액으로 보러 갈 수 있게 되었다. 2층이지만^^...!
뮤덕 친구 말로는 같은 캐스팅이 돌아와도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10년은 짧은 세월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같은 경험을 동생과 공유할 생각에 기쁘고 설렌다. 기대된다!
동생이 크롬캐스트를 사줬다. 난 막연하게 미러링 하는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이건 미쳤다. 신세계다. 억울한 건 그동안 아이패드에 연결해서 썼던 라이트닝 투 HDMI 어댑터랑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ㅠㅠ HDMI 선 문제인지 조금만 건드려도 끊기고, 누워서 보다가도 유튜브 광고 넘기느라 일어나야 하고 힘들었는데 이젠 정말 더욱더 효과적으로 인생을 낭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조건 반드시 꼭 리모컨 있는 세대로 사시길!
고정비 늘리는 게 싫어서 버블도 유튜브 프리미엄도 구독 안 하는 나지만, 그래도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볼 값으로 한 달 내내 볼 수 있는 OTT 구독은 가끔 한 두 개 정도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최신 화를 어서 업로드해주십시오...! 이번 주부터 당분간은 본방 사수해야지!!!
스벅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총 9개를 받아서 개당 3,600-3,690원에 판매했다. 스벅 아메리카노 2잔 세트, 메가박스 영화표 3장, 신세계상품권 2장도 현금화했다. GS25 3천 원, CU 1만 4천 원, 네이버페이 3만 9천 원, 카카오페이 1천 원, 배민상품권 2천 원, 메가커피 1천 원, 아메리카노 1잔(2,000원), 새콤달콤(500원), 할리스 아메리카노 4잔(18,000원), 생수 500ml(700원), 버거킹 통새우와퍼(7,900원), 빽다방 아메리카노(2,000원) 등의 지출 방어 부수입도 있었다. 스프라이트 뚱캔도 6개(10,200원) 공짜로 마셨다. (총 101,300원 상당)
요즘 편의점에서 파는 과자의 양이 정말 적다. 새우깡 90g이 정가 1,700원. 이번 달 부수입도 현금화 가능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싸그리 싹싹 거의 다 써버렸는데 특히 네이버페이와 편의점 상품권들이 유용했다. 예전만큼 간식이 막 땡기지는 않는데, 그래도 집밥만으로 허전할 때 먹는 과자 한 봉지의 위안이 크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실망할 때도 있지만, 약간의 노력으로 얻은 부수입이라 더욱더 달콤하다. 개당 가격을 생각하면 집에 박스로 쌓아 놓고 먹는 게 더 싸겠지만, 내 경험상 쌓아 두면 하나 먹을 것도 두 개 먹게 되더라. 그 외에는 주말에 밥 챙겨 먹는 게 큰 고민이다. 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고 가끔 버거킹에도 간다. 세트로 안 시키고 무료로 받은 스프라이트 제로에 할인하는 버거나 너겟을 사 와서 먹는 식이다. 다음 달에는 또 뭘 먹어야 하나 고민이 깊다. 먹고 싶은 게 있다는 것도 큰 축복임을 항상 되새긴다.
국민연금을 추납할 예정이다. 대학교 4학년 때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국민연금에 한 달간 가입된 적이 있어서, 현재 기준으로 조회해 보니 9개월치를 추납할 수 있었다. 직장에서는 국민연금보험료의 절반만 내가 내면 되지만, 추납을 하려면 그 2배인 전액을 납부해야 한다. '내 곁에 국민연금' 앱 로그인 > 신고·신청 > 추납보험료 납부신청 > 혼인관계증명서(상세) 주민등록번호 전부 보이게 해서 제출 및 신청하면 국민연금공단에서 확인 전화가 온다. 나의 경우 추납을 하면 평생 월 1만 원씩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납부해야 하는 국민연금보험료도 더 올라갈 수밖에 없으니, 나는 최대한 빨리 추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물론 국민연금은 반드시 개편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을 신뢰하며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주는 국민연금을 최대한으로 받고 싶기 때문에 추납을 하는 것이다. 각자의 상황을 잘 따져서 추납 여부도 결정해 보시기를 바란다.
우산을 고쳐서 썼다. 우산을 돈 주고 산 것은 살면서 몇 번 되지 않는데 희한하게 집에는 항상 우산이 차고 넘친다. 그중 편의점 비닐우산이 있는데 어느 날 보니 구멍이 2개 나있는 거다. 투명 우산이라 투명 박스테이프를 붙여서 쓰고 있다. 다시 한번 뭐라고? 고도로 발달한 거지는 환경운동가와 구분할 수 없다!
나와 동생은 '쓰레기 왕국' 유튜브를 참 좋아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나의 작은 실천이 나의 삶과 지갑, 나아가 지구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면 기쁘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iWHm_D8N5QR-5MTXcdTtEA
나는 다음 달에도, 또 그다음 달에도 해낸다. 그리고 만족한다. 매일매일이 설레는 이유이다.
모두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9월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