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천 못 버는데, 월 천 쓸 수 있을까? 1
이전에 내가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지 정리한 적이 있었다.
요컨대, 앞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지금 당장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https://brunch.co.kr/@vieweno/20
그러나, 이때는 차마 명확한 숫자로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도 내가 몇 억 부자가 되어야 비로소 만족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심히 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1년이 지나 '3년에 1억 모으기'라는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섰으니, 그다음 목표도 그려볼 때가 되었다.
막연하게 내가 100억 부자가 되면 평생 먹고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많은 돈이 필요할까?
아니 그전에, 내가 살면서 그만큼 많은 돈을 벌고 모으고 불릴 수 있을까?
질문을 바꿔보자.
현재의 내가 월 천을 벌지 못하는데, 나는 죽기 전에 월 천을 쓸 수 있을까?
단순하게 계산하여 나에게 20억 원어치 배당주가 있다면, 그리고 연 6% 배당을 받는다면 세금, 건강보험료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배당금이 연간 1억 2천만 원 나온다. 월 천이 생긴다는 뜻이다.
백억 부자는 안 되어도 이십억 금융 자산가는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내가 모든 돈이 하나도 없다 치고, 지금부터 60세 정년 은퇴할 때까지 매월 200만 원을 저축하며 연평균 세후 8% 수익률을 달성한다면 가능은 하다. (아래 사진의 현금흐름은 연 4% 인출 기준임)
그런데 인플레이션을 적용하면 월 천은 반토막이 나고,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내 집 마련은 못 한다.
물론 더 모으고 수익률을 더 높일 수도 있겠지만, 60세까지 내 직장이 없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흥미로운 글을 찾았다.
1969년생, 전 교수이자 2021년 조기 은퇴한 50억 파이어족, 다수의 책을 쓴 최성락 작가님의 '부자도 돈 걱정을 한다'라는 글이었다.
https://weekly.donga.com/economy/article/all/11/4334596/1
최성락 작가님은 먼저 '부자'를 '돈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다. 맞는 말이다. 부자는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에 돈의 제약을 받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월 천만 원 정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면 부자라 볼 수 있다.
부자는 돈이 많다. 당연하다. 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이 모두 부자는 아니다. '돈이 많다'는 것은 자산이 많은 것일 수도, 소득이 많은 것일 수도 있다. 자산이 많아도 내가 실거주하는 부동산의 비중이 높다면 부자의 삶이라 하기 어렵다. 월 천을 쓰려면 내 집은 따로 있고, 추가적인 30억 원짜리 수익형 부동산에서 월세를 받아야 한다. 순자산 30억이면 우리나라 상위 1%이다.
소득이 많아도 내 집이 없으면 부자라 하기 어렵다. 서울의 어지간한 아파트에 살려면 10년, 20년은 돈을 모으거나 대출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20억짜리 내 집 마련에 성공해도 월 천을 쓰려면 연봉 2억 원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상위 1% 연봉이다.
결론이 무엇일까?
상위 1%가 되긴 글렀으니, 부자는 꿈도 꾸지 마라?
최성락 작가님은 아래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하셨다.
돈 걱정 없이 사는 진짜 부자는 정말 드물다.
우리가 보기에 부자인 것 같은 사람도
모두 돈 걱정을 하고 돈을 아끼면서 살아간다.
부자들이 일반 사람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지만 아직 부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부자의 생각, 생활, 소비 등 모든 것들이 호기심의 대상 아니겠는가?
미국에서 부유하게 자란 한 배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릴 때부터 어찌나 넓은 대저택에서 살았는지 (180평짜리 집에서 4명이 살았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격리 중이던 호화로운 섬 별장이 작고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고 한다. 외국까지 갈 것도 없다. 부자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한남더힐이 110억 원이고, TV에 나오는 강남 한복판 아파트가 90평이고, 한강 뷰가 어쩌고, 내 방 거실에 놓을 TV가 어쩌고 하는 거다.
그들은 그렇게 사는 것이고, 나는 이렇게 사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나의 생각도 변함없다. 손흥민 선수가 버버리를 입으면 검소한 것이지만, 내가 샤넬 지갑을 사면 과소비이다. 사치품을 사용할 만큼의 재력과 사회적 위치를 갖추기 전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절약과 수입 늘리기를 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갖는다. 나는 부자였던 적은 없지만, 부자가 될 것이다. 큰 부자는 하늘이 시켜주지만 작은 부자는 나의 부지런함만으로도 가능하니까. 그러니까, "시켜줘, 100억 부자."는 안 되어도 "해볼게, 20억 부자."는 가능하다는 말이다.
비록 우리 부모님은 부자가 아니지만,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끈기와 검소함과 사랑을 가르쳐주셨다. 까짓 거 나도 100억 부자 될 수도 있지!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소 허황된 그 목표를 위해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모두 배제할 수는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상위 1% 부자가 되어도 돈 고민과 돈 걱정이 끝나지 않는다니 고민과 걱정은 정말 그 종류와 규모가 달라질 뿐인가 보다.
부디 자전거를 타든, 벤츠를 타든 샤넬 백은 안 던지고 울지도 않는 '부자인 나'가 되기를.
그 꿈을 위해 차근차근 걷고 달리는 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