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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아빠 Mar 09. 2016

[여행][국내]#1-1. 무작정 떠나는 남해여행

맘 가는 대로 몸 가는 대로

 연초부터 한 달간  출장의 여독이 남아있는 탓인지 이번 여행은 특별히 뭔가를 계획하거나 정해두고 싶지가 않았다. 3박 4일이라는 시간을 만들어 무작정 향한 곳은 남해안, 그중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여수이다. 어릴 적 두 아들들을 데리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시던 아버지 덕에 남해는 심심찮게 갔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대전서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지리적으로 훨씬 근접해 있던 이점도 있었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굉장히 아름다운 곳,  이색적인 곳이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고 인상 깊었으나 20살 넘어서 수도권에 자리 잡은 뒤로는 쉽게 가기 어려웠던 곳이다. 무작정 여행인 만큼 최종 목적지 말고는 특별히 갈 곳도, 할 것도, 심지어는 숙박도 정하지 않았다. 뭔가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으며 그냥 느낌 가는 대로 움직이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나중에 이런 나의 생각들은 아내에게 적잖은 핀잔을 받게 된 원인이 되었다. 잠자리를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인데 생각보다 숙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게 내가 미리 예약하자고 했잖아!! "


"미안 ^^ 그냥 난 안 하고 싶었어"




배가 고파오는 거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뭐 먹을지를 고민하던 찰나에 눈 앞 표지판에 익숙한 지명이 나온다. "남원!" 좋다, 점심은 추어탕이요 그 후에는 광한루원 산책을 합시다. 아내님 검색을 부탁합니다. 차멀미 잦은 사람임에도 그 짧은 시간 안에 폭풍 검색을 하여 구글의 고급 정밀 필터 부럽지 않을 정도로 정보들을 선별하여 몇 개의 추려진 선택지를 나에게 준다. 어찌 보면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떠나려고 했나 보다^^

남원에 있는 추어 거리를 찾으니 수많은 추어탕 가게들이 즐비해있다. 이중 3대 맛집이라고 말하는 곳이 부신 집 , 새집 추어탕 , 현식당이 있으며 우린 그중 현식당을 가보기로 한다. 굳이 이 집을 택한 이유는 3집 중 가장 허름해서(?), 나머지 집들은 하나같이 '나 잘 나가는 추어탕집이요'라고 너무 티 내고 있어서 거부감이 좀 생겼던 것 같다. 잘 갈려서 나오는지 잔가시들이 씹히지 않아 비교적 추어탕에 거부감이 있던 아내도 맛있다고 잘 먹는다. 다만 이 집은 오로지 추어탕만 취급하며 그 흔한 추어튀김 조차 없다. 집중과 선택을 한 모양이다.



기분 좋게 배부른 상태로 현식당을 나오면 바로 옆에 광한루원이 자리 잡고 있다.


세종(1419년) 때 황희 정승이 건립해 광 통 루라 불렸으며, 그 후 1444년 관찰사 정인지가 광한루라 이름 붙였고 정유재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1638년에 재건하였다고 한다. 광한루원은 사적 제 30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담긴 오작교를 비롯하여, 춘향사당, 춘향관, 월매집, 완월정 등의 여러 정자와 누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각종 전통의식과 혼례식이 열리고 있으며, 매년 5월 5일에 춘향제가 개최된다. 


 우리 부부에겐 단순히 부른 배를 소화시키기 위한 산책 장소 정도인 것으로...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게 되어있어 가족단위로 놀러 오거나 연인끼리 혹은 학생들끼리 놀러 오는 등 다양하게 있었다. 한가롭고 여유롭게 거닐다 다시 차에 올라타 여정을 이어나갔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었다.





이래저래 유유자적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나 아직까지 해결 못한 숙제가 우리에게 남아있었다. 바로 금일 숙소! 이제 와서 하는 얘기이며 아내한테는 미안하지만 난 여전히 걱정이 없었다. 검색 여왕이 알아서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있었으며, 증명이 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종 목적지인 여수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 것으로 기억된다. 흔히 유명한 방문지들은 여수의 동쪽 편에 위치(돌산대교, 엑스포, 오이도 등)하고 있으나 우리가 겨우 잡은(사실은 아내 혼자) 숙소는 여수 왼쪽 편에 있었다. 주인한테 전화 걸어보니 한 팀이 취소하자마자 바로 예약이 되어 있어서 본인도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그 찰나의 순간을 우리가 거머쥔 거 같다며 아내는 매우 뿌듯해한다.(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기대치가 낮아서였을까? 해 질 녘 무렵 찾아간 숙소 앞에는 매우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앞에는 자그맣게 산책 경로가 조성되어있으며 무엇보다 탁 트인 오션 뷰를 방안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옵션이 있겠나 싶다. 하필 여행 기간에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아서 가시거리가 짧았으나 여전히 만족스러웠다. 날씨가 맑았다면 그 감탄은 배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첫날 저녁

이어지는 첫날의 만찬

여수 수산시장에서 떠온 줄돔, 감성돔

여수 명물 돌산 갓김치, 서대회 무침

아내표 이미테이티드 콘치즈

남편표 매운탕


광경이 좋으니 특별히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신


여수 밤바다를 마주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마치 " 여수밤바다"의 노래 가사처럼...



* 지나고나서 느낀 점인데, 무계획적인 여행은 나름의 묘미와 재미가 있다. 생각보다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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