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아빠 Jan 22. 2020

아들과의 동행 Vol.1 [동해바다]

#1-1. 갑작스러운 여행, 기가 막힌 타이밍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어디 놀러 가거나 멀리 여행 가기가 쉽지 않다. 특히 둘째가 나온 뒤로는 엄두가 잘 나지가 않는다. 토요일이었던 이날은 오래전에 잡혀 있던 약속과 학교 일정들이 좀 잡혀있던 날이었으나 그냥 갑자기 가족들과 어디론가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능적으로 와이프가 리프레쉬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왔음을 느꼈다. 아쉽지만 일정을 모두 취소시키고 급 여행을 떠났고, 장소는 오래전부터 와이프가 노래를 불러온 동해바다로 정하였다. 가는 길 내내 미세먼지 어플은 연신 최악임을 알리는 검은색이어서 내심 걱정했었으나 강원도 산자락을 지나고 나니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맑고 청명했다. 딱히 정확한 목적지가 없던 우리는 별 이유 없이 주문진 방면으로 향하였다.

오랜만에 보는 동해바다


 이날 동해는 여태 본 동해 바다 중 거의 손에 꼽힐만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째에게 동해 여행은 처음이라 그런지 유독 신나하는 정도가 컸다. 조개도 줍고 모래바닥에 그림도 그리며, 연신 파도와 밀당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라한다. 동생이 나온 뒤로는 어디 멀리 떠난 적이 없으니 이번 여행이 내심 즐거운 모양이다. 우리 아버지 때는 그냥 보이는 것이 전부 놀잇감이었고 놀이터였다고 하였다. 나 때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뛰어놀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애들이 바글바글한 놀이터가 잘되어 있었다. 요즘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고 키즈카페가 요즘 애들에겐 최고의 놀이터이다. 다들 어린이집이며,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오더라도 축구 교실, 태권도, 발레 등 다양한 사교육들이 벌써부터 시작되는 모양새이다. 비용을 지불해야지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 그런 애들에게 주기적인 이런 환경 제공이 점점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점점 해가 갈수록 맘 편히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지내기가 쉽지 않음을 느끼는데 애와 이런 식으로 시간 보낼 때면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들이 쉽게 잊혀진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나만의 리프레쉬 방법을 찾았고 그게 아이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 쭉 잘 맞기를 내심 기대해보지만 내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는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이니 이래서 어른들이 예전에 "너도 네 자식 낳아서 길러봐라"라는 말들을 자주 하셨나 보다. 우선은 이쁘기만 한 아이들의 현재 모습을 마음껏 누리고 지켜보는 재미로 지내보련다 ^^


 가만히 보면 내가 저 나이 때나 어렸을 때 아버지와의 추억이 기억나지가 않는다. 남아있는 사진을 통해서만 어렴풋이 그런 일들이 있었음을 짐작한다. 아마도 그것은 우리 때 아버지들이 무관심했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성장 과정에서 이런 시기가 찰나의 순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그 찰나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 애들한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육아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온전히 같이 보내고 공유하는 것이 라고 생각된다. 적어도 우리집은 그러려고 한다. 그 명제 아래 어차피 우리 애들도 나중에 기억하지 못할 것은 자명하나 최대한 그 느낌과 이미지를 뇌리에 심어주고 흔적을 남겨두고자 열심히 사진을 찍고 글을 남긴다.




 내가 기억하기로 나는 홍게, 꽃게까지는 먹어봤어도 대게는 거의 먹어본 기억이 잘 없다. 일일이 살 발라먹는 것도 귀찮고 가성비도 떨어지고 ROI(Return On Investment)도 안 나온다고 늘 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이프는 좀 다르다. 없어서 못 먹는 것이 대게이고 오랜만에 열정적으로 흡입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심지어 내 것도 발라주는 여유도 보인다. 갠취(개인 취향)는 이런 걸 보고 하는 말인가 보다.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가성비가 떨어지더라도 맛은 좋다는 결론^^


 원래 딱히 1박 할 계획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였으나 막상 도착해보니 좋기도하고 아쉽기도 해서 당일치기 여행이 급 1박2일 여행으로 바뀌었다. 숙박을 잡지 않고 어디를 떠나본적은 없었는데 이것도 나름 급 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난 이 태성적인 공돌이 문체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 같아 보인다. 아무렴 어떻겠나 기록이라는 행위 주체에 의의를 두도록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Intro] 아들과의 동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