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시간을 찾아보니 오전 7시 30분 경인 것으로 확인이 된다. 해가 굳이 동쪽에서 뜬다는 것을 가르칠 필요 없이 직접 느낄 수 있게 해 줄 좋은 기회다. 7시경부터 여유 있게 준비를 하고 한참 자고 있던 첫째 아이를 깨워서 나왔건만 하필 동쪽 지평선 부근에 잔뜩 껴있는 구름들로 인해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요즘 모든 것에 "왜요"하면서 물어보는 왜요병이 생긴 아들이 폭풍 질문들을 해온다. 왜 해는 바다에서 뜨는지, 바닷속은 차가운데 왜 그속에서 해가 나오는지, 왜 해가 안 떠오르는지 왜 구름들이 해를 막고 있는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무리 폭풍 질문을 해오더라도 차분하고 성심성의 껏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것이다라는 생각에 나름대로 설명을 잘해주려고 한다.
물론 맨날 차분하고 성심성의 껏 대답을 잘해주냐고 물어온다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노력하고 있다
귀찮은 마음을 가능한 숨기면서 최대한 알기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새벽녘에 활기찰 이곳의 모습도 묘사해주었다. 일요일이라 실제 어선들이 잡아온 고기들을 풀어놓고 펼쳐지는 경매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으나 아이가 그런 이야기들에 상당한 호기심을 느끼는 모습이다. 이럴 때가 바로 유튜브의 도움을 받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보지 못한 일출의 모습, 고기잡이 배들이 들어오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 등을 찾아서 보여주면 애의 관심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다. 정리해서 아이에게 말해주자면, 우리가 보려던 모습이 영상 속의 모습인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보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지금의 상황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면서 동시에 평소에 엄마 말 잘 듣고 밥을 잘 먹으면 다음에는 볼 수 있을 것이다라는 다소 편향된 MSG를 첨가해준다. 숙소로 돌아가니 엄마한테 있었던 일을 본인 나름대로 설명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이른 새벽 아들과의 산책으로 오전 미션을 마무리하고 동시에 엄마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모습을 통해 애가 무엇에 관심 있어했는지 재차 확인해본다.
이제 5살, 38개월...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일출을 기대하고 있던 아들
유튜브를 보여주고 난 후에 어선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서있던 아들
동해바다 전경을 즐기는 아이
딱히 계획을 하고 왔던 여행이 아니었던 터라 딱히 서두를 이유가 없다. 첫째랑 새벽에 주변 산책을 마치고 느지막이 브런치를 즐기기로 했고 아내가 적당한 곳을 검색해서 안내한다. 이 근방 카페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찾아간 브런치 카페는 바다가 보이는 전경이 꽤 근사했으며, 토스트 세트도 적당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으나 주인이 다소 직원들에게 명령조로 막말하는 모습에 재 방문하고자 하는 마음은 사라진다. 그래도 주인을 제외한 나머지지 직원들은 친절했던 기억이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새벽부터 아빠랑 힘들게 다녀서인지, 첫 애는 때맞춰서 잠이 들고 우리 부부는 비교적 얌전한 둘째와 브런치를 즐기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였다. 원래는 여행 다닐 때 비교적 짜인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런 식으로 계획 없이 다니는 것도 때로는 여유로우니 나쁘지 않다.
오래전부터 동해바다로 놀러 오고 싶다고 하였던 아내
브런치 그리고 창가 너머로 보이는 동해바다
브런치 카페 앞은 영진항이라는 곳이며, 해변이 깔끔하고 방파제에 아기자기한 그림들도 그려져 있어 막 잠에서 깬 첫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낚시꾼들이 중간중간 고기를 잡고 있는 것이 신기한지 일일이 가서 간섭하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어디 멀리 움직일 것도 없이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해주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 다만 무엇을 하자고 할 때는 우리 부부는 왜 그것을 원하는지를 꼭 묻곤 하는데 그 이유가 생각보다 꽤 논리적임에 적잖이 놀라는 요즘이다. 부작용이라면 이제는 아빠 엄마가 하는 말마다 "왜(Why)"를 꼭 붙이는 것이 흔히 말하는 왜요 병이 생길 수가 있다(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가능한 본인이 생각을 할 수 있게 끔 유도하려는 편이니 매번 성실하게 대답해 주려고 한다(아직까지는...).
엄마의 시선
영진항 방파제에 그려져 있는 아기자기한 그림들
여유롭게 오전 시간들을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 대관령 삼양 목장을 들리기로 한다. 강원도를 오고 가며, 자주 방문했던 곳이지만 애가 생기고서는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다른 계절들과 달리 겨울에 가면 본인 차로 목장을 둘러볼 수 있어서 비교적 덜 번잡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여름, 봄, 가을에는 정기 운행하는 셔틀을 이용해야 하는데 매번 사람이 많아서 북적북적 대던 기억이 있었기에 주중에 휴가를 내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대관령 근방에 도착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목장에 다가갈수록 그 눈은 그칠 생각도 없이 무거워져만 간다. 많은 눈 때문에 목장에 오르는 도로는 폐쇄가 되었다. 눈도 많이 오고 보고자 했던 것을 볼 수 없게 된 어른들에게는 다소 좌절을 안겨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여기 하나 있었다.
올 겨울은 여느 때보다 춥지도 않고 따뜻했으며 눈이 잘 안 내리던 한해였는데, 그렇게 원하던 눈을 구경하게 되고 게다가 함박눈이니 첫째가 무척이나 신나한다. 더 없이 청명했던 바다에 이어 강원 산자락에 쏟아지는 한박눈이라니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힌다. 어차피 눈 때문에 집에 일찍 가긴 글러버린 것 같고 주차장 근방에 차를 세워두고 나와 아이만 나가서 즐기기로 한다. 나중에 집에 도착해서 뭐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어볼 때, 가장 먼저 얘기하던 것이 눈사람과 함박눈이었던 것으로 봐서는 꽤나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이렇게 우리는 매번 일정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면 아이의 관점에서 무엇을 하였는지를 돌이켜보라는 의미에서 꼭 질문을 던져본다. 아이가 빼먹은 이벤트가 있으면 다시 상기시켜줄 수 있도록 알려주면서 나름대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