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쨍쨍하게 뜬 것은 아니지만 오전부터 드러난 고군산 군도(선유도 시작)의 모습은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들기에충분했다.
숙소 앞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며 두 아들의 갯벌 체험을 시작으로 휴가 삼일째를 시작한다. 내가 어릴 적에는 갯벌 체험을 해볼 일이 없었고 나이 먹어서도 그다지 갯벌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워낙 동식물을 좋아하는 큰 아이 덕에 갯벌 체험을 요즘 원 없이 하는 것 같다. 다행히 나와는 다른 유년시절을 보낸 아내가 능숙하게 갯벌 속에서 큰 아이를 진두지휘한다.
비가 갠 후 갯벌 속에서 시간 보내는 아이들
우리 식구는 태안 쪽이나 제부도 등 접근성이 좋은 서해 쪽을 자주 방문하였는데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서해바다와는 다른 느낌이다. 바닷물도 맑고 깨끗하며 상대적으로 해양 쓰레기도 덜한 느낌이다. 주변 풍경도 마치 남쪽의 다도해 국립공원에 온 마냥 풍성한 느낌이다. 날씨 탓에 하루 손해 봤으니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해본다.
오늘은 선유도에서 도보로 장자도를 잠시 들리고 원래 가고자 했던 옥돌 해변에서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낸 뒤에 마지막으로 무녀도를 찍고 변산반도 공원 쪽으로 넘어가는 코스이다. 고군산군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녀보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아이들이 좀 더 크던가 아내와 둘이 오던가 해야 할 듯하다.
선유도에서 장자도를 이어주는 다리를 통해 장자도로 넘어가 찍고 되돌아온다. 넘어가자마자 호떡마을이라고쓰여있는데한 입 맛보고자 깊숙이 들어가 보려 했으나 아이들이 단칼에 거절하고 신속한 점심식사를 연신 외친다.
금강산도 식후경 삼합집
오늘의 점심은 삼합.
일반적으로 아는 삼합이 아닌 차돌박이, 키조개, 전복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는 선유도의 숨겨진 맛집.
네이버 평점이 4.8점이 넘던데 이런 집은 참 오랜만, 그 평점에 걸맞게 음식들이 푸짐하게 나온다.
우린 2인분짜리 키조개 삼합을 시켜서 넷이 부족함 없이 먹고 나왔다.(아직 두 아들들의 먹성 포텐이 터지기 이전이라 식비가 그렇게 과하게 나가진 않으니 천만다행;;;)
서해바다는 기본적으로 모래알 가득한 해변이 주를 이루는데 고군산군도는 먼 옛날 화산 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탓인지 색다른 멋이 있다. 옥돌해변이라 하면 모래알 대신 옥돌들이 즐비한 해변가를 말하며, 고군산군도에 몇 군데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린 선유도 남쪽인근의 해변가로 향했다(지도에 옥돌 슈퍼라고 치면 나오는데 그 앞).
해변가에는 거짓말하나 안 보태고 우리뿐이었다. 그 넓은 해변가를 돗자리하나 두고 다시 한번 전세 낸듯한 느낌으로다 한참을 쉬어갔고 아이들은 잔잔하고 깨끗한 물과 옥돌을 장난감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좌측에 보이는 데크는 따라가다 보면 저 옥돌해변 뒤쪽으로 한 바퀴 도는 둘레길 코스이다. 차를 주차한 곳으로 이어지니 부담 없이 가기 좋겠다^^.
쉬어가는 모자지간
아이들이 생긴 뒤로는 모든 여행이아이들 위주로 계획된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에 교육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 자체로 충분하며 제일 좋은교육이 우리와 보내는 시간이라고생각하는 편이다.(적잖이 후회가 될 때도 물론 있지만ㅎㅎ) 일반적으로 자연경관 혹은 색다른 체험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으로 잡고자 하는 편인데 이번엔 하루정도(?) 큰 아이가 원하는 워터파크 정도를 일정에 포함시켜 줬다.
늦기 전에 변산반도 쪽으로 넘어갈까 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으로 들린 무녀도의 쥐똥 섬.
썰물 때는 바닷길이 얼려서 직접 걸어서 가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시간 때가 맞지 않아 멀찌감치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바로 앞에는 무녀 2구 버스카페라는 다소 특이한 콘셉트의 카페가 위치하고 있는데 수제버거 맛집이라고 한다. 우리는 버거에는 관심 없고 다양한 버스와 차량들로 인테리어를 한 콘셉트가 눈길을 끌어서 방문하였는데 기대하지 않았지만 매우 인상 깊었던 장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