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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우리 세대 아빠들의 변화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과 더 얘기하려는 거야

by 꿀아빠
아빠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얘들아, 아빠가 너희에게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해 보이지만 마음 속 깊은 이유가 있단다.
너희와 오래도록 대화하는 사이로 지내고 싶기 때문이야. 고민이 생겼을 때 혼자 삼키지 않고 털어놓을 수 있고, 새로운 꿈이 생겼을 때 주저하지 않고 들려줄 수 있는 아빠 말이야.


아빠의 어린 시절은 조금 달랐단다.
너희가 부르는 ‘할아버지’, 그러니까 아빠의 아버지는
말씀이 많으신 분이 아니셨어.
잔소리도 거의 없으셨고, 조언을 구할 기회도 많지 않았어.


대학 진학, 직장, 군대, 연애, 결혼…
아빠 인생의 큰 결정들은 거의 다 혼자서 고민하고 선택했단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어.

그렇다고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건 아니야.
오히려 존경해.
할아버지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셨거든.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모습, 성실하게 살아가는 뒷모습은 아빠의 삶에 큰 힘이 되었어.


다만 아빠는 너희에게는 조금 다른 경험을 주고 싶어.
할아버지한테 배운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에 더해,
마음을 나누는 대화까지 함께하고 싶은 거야.

아빠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했어.


본인들 아버지와 깊은 대화를 나눈 기억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지금 내 또래 아빠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대화하려는 데 더

애쓰는 것 같아.

사실 이 모습이 윗세대 눈에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어.
“요즘 아빠들은 회사 일은 뒷전이고 자녀만 챙긴다”혹은,
심지어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말이야.
물론 시대가 바뀐 것도 큰 이유지.


주 5일제와 워라벨이 자리를 잡으면서
아빠들이 가정과 시간을 더 나눌 수 있게 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빠 세대가 어릴 때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갈증이야. 대화가 부족했고, 마음을 나누는 게 서툴렀던 경험이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게 만든 거지.


단순히 시대가 달라져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채우지 못했던 부분을 너희에게는 주고 싶은 마음. 그게 지금 아빠 세대가 움직이는

또 다른 이유란다.


세상도 달라졌어.


할아버지 세대는 나라가 성장하던 시기라
주 6일 근무와 끝없는 야근이 당연했단다.
대화보다는 책임과 희생이 먼저였어.


하지만 지금은 워라벨이라는 말이 생활이 되었고,
아빠 세대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어.
환경이 달라졌으니, 아빠라는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요즘 아빠는 너희를 보면서 자주 놀라.
학교에서 힘들었던 일, 친구들과의 갈등,
반장선거 고민 같은 것까지 솔직하게 얘기해 주잖아.
그게 정말 고맙고도 놀랍단다.
왜냐면 아빠는 어릴 적 한 번도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아빠는 신중해져.
혹시 내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려서
너희의 용기를 사라지게 하진 않을까 걱정돼서 말이야.


아빠도 잘 알아. 이런 대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 꾸준히 노력해야 하고,

너희도 조금씩 연습해야 하지.
그 과정에서 갈등도 생길 거야.
아빠 말에 너희가 기분이 나쁠 때도 있고,
너희 말에 아빠가 서운할 때도 있겠지.
하지만 중요한 건 갈등을 피하는 게 아니라,
대화로 풀어가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게 너희 인생에서도 꼭 필요한 힘이 될 거다.

그리고 이건 아빠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야.
엄마와도 똑같이 중요한 부분이지.
가끔은 엄마랑 얘기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고,
어떤 건 아빠랑 얘기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너희 둘은 아들이니까
아빠와 더 통하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을 거야.
미래에 대한 고민도, 지금의 작은 고민도,
그리고 엄마와의 관계도 그렇단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라.


엄마와의 관계에서는 우리는 철저하게 협조해야 한다! ^^
아빠랑 너희 둘이 같은 팀이니까,
잘 협조해서 엄마와도 즐겁게 지내자. 하하.


아빠가 너희들에게 남기는 이 메시지는
단순 기록이 아니라, 대화를 미리 이어가는 방법이야.
언젠가 너희가 이 글을 읽고


“아, 아빠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해.


그리고 그 순간이, 너희가 아빠에게 먼저 말을 걸어볼
작은 용기가 되어주면 더할 나위 없지.

아빠가 바라는 건 단순해.
너희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웃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


Good Luck Boys :-)


※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기반으로 적어

내려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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