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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공부가 싫었던 아빠의 고백

이유와 명분이 있을 때 지속된다

by 꿀아빠
싫어도 해야 했던 공부, 그때 깨달은 것들


직접적으로 굳이 "공부"라는 주제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는 주제였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아빠라고 해서 공부를 특출나게 잘했던 것도 아니고

(누가 누구에게 조언을 한단 말인가 ㅎㅎ)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고 너무 많이 깨닫다 보니

조심스러웠거든.

그래도 최소한의 메시지들을 미리 너희들에게 심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져서

두 편에 걸쳐서 주제로 한번 이야기를 해볼까 해.





아빠도 어렸을 때 공부가 하기 싫었어.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님이 시키니 그냥 따라갔을 뿐이야. 내가 좋아하거나 적성이 맞아서 했다라기보다
그저 해야 하니까, 시키니까 했던 거지.

학원도 꽤나 많이 다녔던 기억들이 있어. 초등학교 때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굉장히 잘한다고 오해하고 있던 주변 사람들도 많았었던 것 같아.


중학교에 올라가니 마음이 달라지더라.
몸이 크고 힘이 생기니,

공부를 하라는 말에 고개를 돌리고 싶었어.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니,
차라리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더 즐겁게 느껴졌어.
세상에는 공부 말고도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았거든.

그때는 공부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더 무겁게 다가왔어.
성적이라는 숫자가 나를 평가하고,
비교가 당연한 듯 이어지던 시절이었지.

억지로 하는 공부에는 불이 오래가지 않았어.
명분이 없고 이유가 없으니,

결국은 지속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고 생각이 돼.


자연스레 중학생 때는 공부와는 먼 학창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나고 성적은 말할 것도 없었지.


하지만 돌아보면, 시켜서 하던 초등학생 시절에도 지나고 보면 의미는 있었어.

첫째는 기본이 잡혔다는 것.
억지로라도 책상 앞에 앉았던 시간이 내 성장의

바탕을 만들어주었지.
둘째는 나중에 내가 마음을 다잡고 무언가를 진지하게 해보려 했을 때, 그때 꼭 필요한 도구가

되어주었다는 점이야.

아빠 안을 들여다보면,

어릴 적 배운 것들이 지금도 자리 잡고 있음을 느껴.

단순히 수학, 영어 같은 것들보다는 예를 들어

미술을 배우며 길러진 감각,
피아노에서 익힌 리듬,
서예를 하며 다져진 한자의 힘과 손끝의 인내 등등
그 모든 것들이 알게 모르게 아빠가 살면서 도움이 되더라. (할머니의 목적에 백 프로 부합하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큰 선물을 주신 셈이지)

그래서인지 아빠는 너희에게도
흔한 수학이나 영어가 아니라 예체능 같은 주요 교과목 외의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하고 싶어.
이 마음은 어쩌면 할머니에게서 이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억지로라도 시키셨던 것들이 결국

내 안에서 자라났으니까.


중학교 때 신나게 놀고 고등학교에 이르러서야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겠지, 좋은 대학은 가야 한다’

는 마음이 들었어. 이 글을 쓰면서 부끄럽지만 아빠의 명분은 좋은 대학이었어. 그리고 이유는 단순했지, 그래야 좋다고 하니깐...


늦게서야 방향을 잡았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

그 아쉬움은 꽤나 오래 남았어.


그래서 아빠는 지금 너희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너희도 지금은 공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어.
시키니까 하는 거지, 즐겁지는 않을 수 있다고도 생각해.


하지만 그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야.

(뭐 몇몇 아닌 애들도 있겠지만 아빠를

닮았다면 아마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억지로 공부하라는 말이 아니야.
다만 너희가 조금이라도 더 일찍 공부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야. 아빠 클 때 주변 어른들은 늘 이런 말씀들을 하셨지. "고3까지만 공부하면 된다", "좋은 대학을 가면 다 해결된다. " 그들에게 죄송스럽지만 아빠는 이 말이 크게 틀렸다고 생각해. 대학이 어떠한 삶을 보장해 주던 부분들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공부는 갈수록 치열하게 할 수밖에 없는 구도로 이미 사회가 바뀌었고 너희 때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이 되고 있어.


공부 이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항상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

지금의 공부는 미래의 너희들에게 주는 아이템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 게임 속에서도 시간을 들이고 노력해야 레벨이 올라가지 사람도 그 측면에서는 비슷하다고 본다.


아빠가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른의 내가

어린이인 나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해.


지금 하는 모든 것들은 무의미한 건 아니야.
싫어도 남는 게 분명 있을 것이고,
그것이 언젠가 너희를 어떤 방식으로든 지탱해 줄 거다.


아빠가 늦게 깨달은 걸,
너희는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겠다.
그 깨달음이 너희의 삶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기반으로 적어

내려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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