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늦은 여름, 남쪽 길 위에서 #6

명량대첩의 울림, 기념관과 울돌목

by 꿀아빠

어제까지 이어지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창밖으로 비친 하늘은 맑고, 바람도 한결 부드러웠다.
여행의 막바지를 향해 가는 날, 날씨가 도와주니 마음부터 가볍다.

솔비치 진도 해변 산책가에 신비의 바닷길이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열린다고 한다.

원래 혼자 다녀오려고 했지만 웬일로 큰 애가

일어나서 함께 동행한다 :-)

금일 일정은 어제 못 간 진도타워 및 케이블카를 타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진도 스테이션의 풍경

※ 명량 해상 케이블카를 타면 진도와 해남을 연결한다.


케이블카를 타기 전, 진도 스테이션의 야외 공간을

먼저 둘러봤다. 어제 비와 안갯속에서 바라본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섬과 다리, 그리고 붉은 케이블카 줄이 푸른 바다와 대비되어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여기서만 봐도 좋다”며 벌써

만족한 눈치였다.(빨리 가자는 것 같기도..)

명량 해상 케이블카

잠시 후 케이블카에 올랐다.
울돌목 위를 가르며 진도에서 해남으로 향하는 길.
아찔한 높이와 바람에 아이들은 긴장했지만,
차츰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을 쏟아냈다.
아래로 흐르는 바닷물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요동쳤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울돌목의 물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해남 스테이션에 도착하니 또 다른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히 전망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전시와 체험이 풍성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둘러보며 즐거워했다.
진도에서 출발해 해남에 도착하는 길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여행의 한 장면이 되었다.


명량대첩 기념관


오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명량대첩 해전사 기념관.
이순신 장군의 전략과 명량해전의 전개 과정이
모형과 영상, 전시물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아이들은 사전 학습 덕분에 더 집중해서 관람했고,
“장군님이 이길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역사가 단순한 활자가 아니라,
직접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체험이 되었다.

울돌목의 장관

기념관을 나와 울돌목 앞에 섰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묵묵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 발아래 펼쳐진 바다는 쉼 없이 요동치고 있었고,
짧은 순간에도 물살이 방향을 바꾸며 소용돌이를 만들어 낸다. 수백 척의 일본군이 한꺼번에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해되었다.
돌 틈 사이 창으로 바라본 울돌목은 특히 인상적이었으며, 프레임 안에 동상과 소용돌이가 함께 담기며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임실로 향하는 길 그리고 옥정호의 풍경


울돌목에서 시간을 예상보다 오래 시간을 보냈다.
그만큼 몰입했고, 빠져들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해남 땅끝 마을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금일 종착지인 임실,
진도에서 임실까지 약 세 시간.
이동시간의 노동은 오로지 부모의 몫이다.

오후 다섯 시 무렵, 임실 옥정호에 도착했다.
호수는 고요했고, 물빛은 저녁 햇살에 따라 은은하게 빛났다. 멀리 둘러선 산자락은 호수를 감싸듯 자리해 있었다. 별다른 액티비티가 없어도 풍경만으로 충분했다. 오랫동안 앉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쉼이 되었다. 여행의 긴 피로가 조금씩 풀려나갔다.

정읍으로 이동해 투뿔 소고기를 맛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노을이 붉게 물든 창밖 풍경은 식사와 함께 완벽한 배경이 되었다.
아이들은 고기 맛에 열중했고,
나는 오늘 하루의 장면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글로

옮겨 적어본다.


바다의 거센 물살에서 시작해 호수의 고요로 끝나는 하루. 극적인 대비가 인상 깊었다.

"늦은 여름, 남쪽길 위에서" 그 여섯째 날은 강렬함과

잔잔함이 공존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울돌목,
기념관에서 만난 명량대첩의 흔적,
그리고 옥정호의 고요한 물결까지.
서로 다른 결이 모여 하나의 완벽한 여행을 이뤘다.

아이들은 오늘 본 것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이미지로라도 기억하길...)
그리고 나는 오늘을 기록함으로써 오래 간직할 것이다.
여행은 늘 그렇다.
몸은 고되더라도, 마음에는 풍요가 쌓인다.
그게 우리가 또다시 길을 나서는 이유다.


※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기반으로

적어 내려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늦은 여름, 남쪽 길 위에서 #5